• 반MB전선의 리더가 되기 위해
        2009년 07월 28일 0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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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명박과 한나라당

    누구 말마따나, 국민들이 고생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면서부터 우리 사회의 축대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망가지고 있다. 민중들의 삶도 망가지고, 민주주의와 사회적 상식도 무너지고, 인권과 평화와 생태사회를 향한 소박한 바램도 처참하게 찢겨지고 있다.

    양식 있는 자본주의자도,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도, 온건한 의회주의자도 자신의 신념과 사고의 현실적 근거를 찾기 힘든, 이들도 때로는 과격 좌파로 취급받는 극단적인 사회로 내닫고 있다.

    작년 촛불항쟁 이후 뒤늦게 18대 국회가 8월경 개원할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였다. 이명박보다 더 무서운 게 18대 국회일 것이라고.

       
      ▲ 한나라당의 일방적 본회의 진행에 항의하는 조승수, 김상희, 최재성 등 야당의원들 (사진=김경탁 기자)

    과반 의석을 훨씬 넘는 안정적인 다수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이 야당과 소수세력에 대한 대화와 소통의 과정도 생략하고, 절대다수 의석수에 의존하여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 재벌과 기득권층의 이해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공포스럽고 절망적인 의회정치가 시작될 것이라는 걱정들이었다.

    이명박보다 더 무서운 18대 국회

    불행하게도 그 예측은 정확하게 맞았다. 한나라당은 작년 말부터 소위 MB악법이라는 철저하게 기득권 특권세력과 보수냉전세력을 위한 ‘맞춤형 법 제도의 정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의회정치가 의회 밖 사회갈등과 대립의 완충하고 반영하는 공간이 되지 못할 때 의회정치의 권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다루는 의회정치의 현실적 힘과 규정력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의회 바깥의 대중운동과 대중의 분노는 끓어오르고 있지만 그 힘은 한나라당 중심의 제도정치를 압박 위협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권위를 상실하였지만 현실적 힘과 영향력은 여전히 큰 의회정치의 공간은 한나라당이 패권적으로 일방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 철거민학살,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전쟁선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벼랑 끝 삶, 모든 영역에서 갈수록 확산 확장되고 있는 양극화 사회의 모습, 경찰과 검찰 등 공권력의 사병화 시녀화, 부자감세 서민증세의 뒤집어진 그들만의 천국, 상식적인 최소 민주주의도 유린당하는 현실,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722의회쿠데타 등등.

    2. 대중들의 상태와 그 본질

    기간제한 허용의 비정규악법, 한미FTA, 이라크와 레바논, 아프카니스탄 파병에서 함께 손을 잡았던, 본질적으로 차이가 별로 없는 민주당류의 정치와도 타협하기 싫고 일방독주하고 싶은 것이 이명박의 의회정치이고, 18대 국회의 모습이다.

    노동 민중세력이 아니라 천주교 사제를 비롯한 종교인들이 정권 퇴진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명박 정권의 거의 대부분 정책들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 30% 찬성층과 70% 반대층으로 일관되게 나뉘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과거 ‘묻지마 노무현 반대’와 유사한 ‘묻지마 이명박 반대’의 대중적 정서가 굳어지고 있다. 다만 그 차이는 ‘노무현 반대의 대중 정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라는 현실과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등 보수집단의 집요하고 일관된 정치활동의 결과물이라면, ‘이명박 반대의 대중적 정서’는 이명박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이명박 반대의 정치적 구심이 뚜렷하고 확고하지 않다는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노무현과 반이명박의 차이점

    7.22 의회쿠데타로 반이명박 연대전선에 대한 대중적 요구와 기대는 더욱 높고 커질 것이다. 당위적이고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이명박 권력에 대한 ‘실질적인 대항능력과 대안을 가진 정치집단’을 대중들이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절망스러운 이명박 시대의 탈출구를 절박하게 찾는 대중적 흐름이 노무현에 대한 500만 추모와 촛불의 원동력이며, 이명박 정책에 대한 70%의 거의 고정적인 반대층이 형성된 원인이다. 그것은 죽은 노무현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산 이명박에 대한 절망의 지표이다.

    사회적 불만은 개별적이고 파편적인 비판과 분노로 이어지고, 그 분노가 쌓이고 모여서 새로운 세력과 정치집단에 대한 염원으로 이어지면서 권력교체와 체제변화로 이어진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바로 여기이다. 이러한 대중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들과 접속, 소통하여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할 때 남는 것은 도태뿐이다.

    3. 반MB전선의 리더십

    반MB연대의 객관적 조건을 이미 충분히 형성되었다. 문제는 주체적 조건이다. 누가 그 연대전선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세력과 주체이며, 어떤 방향으로 대안세력의 내용이 형성되어야 하는가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정당들, 참여연대를 비롯하여 그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된 대중운동의 조직들, 급진적인 좌파 정치사회단체들, 네티즌으로 대표되는 자율적인 네트워크형 조직들, 종교인과 개별 재야원로들 등등 이들을 아울러서 반MB 연대전선을 실물화하고 현실적 실체로 형성할 수 있는 리더쉽이 존재하는가?

    여기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집단이 ‘민주당’이다. 이것은 민주당에 대한 가치판단 이전에 사실관계의 문제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양적으로 다른 세력과 집단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리더십을 발휘하는 질적인 수준에는 한참 미달이다.

    그 결정적인 이유가 ‘과거 10년에 대한 대중적 기억’ 때문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에 대해 반독재세력은 그 자체로 미래의 기대이고 희망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진 (민주정부 10년이 아닌) 민주당 정부 10년에 대한 대중들의 기억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민주당의 취약한 리더십

    그래서 이명박 시대 이후에 대한 비전과 바람이 과거 민주당 정부 10년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대해 대중들은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비록 그것이 이명박 1년 6개월과 비교할 때 상당 부분 다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대중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일 수는 없는 것이다.

    진보정당과 우리 진보신당의 자리는 여기에 존재한다. 확산되고 있는 반MB 연대의 대중적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MB 이후의 사회와 삶에 대해 민주당 10년과 질적으로 다른 진보의 10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우리의 사활이다.

    물론 이것을 정책과 담론의 문제로 좁혀서 사고해서는 안된다. 몇가지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템과 정책제안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그러한 정책과 비전을 포함하되, 새로운 시대, 이명박 이후 시대를 책임질 수 있고, 현재의 이명박과 한나라당 권력에 실질적으로 맞설 수 있는 조직력과 실천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표상으로서의 대중지도자를 가지고 있는 정치집단으로 우리 진보세력이 인식되어야 한다. ‘어떻게 어떤 과정을 통해?’ 그것이 지금 우리의 숙제이다.

    4. 우리 진보신당의 자화상

    우리는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반MB 대중정치의 주도적인 정치세력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볼 때 우리의 장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대중정치의 리더십은 단순화하면 조직력과 실천력, 지지 기반과 같은 하드웨어적 성격, 정책과 비전의 소프프웨어적 성격, 현대 대중정치의 특징인 대중 정치인과 대중 지도자 등 인적 자원의 준비 정도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리 진보신당은 아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형식적인 의미가 아니라 내용적이고 실질적인 면에서 우리는 창당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 아니다. 대략 수치적으로 단순화한다면 우리 진보신당은 이제 60% 정도의 공정을 마친 상태라는 것이 개인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나머지 40%의 공정과정을 진척시켜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정과정이 우리 내부의 폐쇄적인 과정이 될 수 없으며, 2009년의 시대적 과제, 정세적 실천을 하는 제대로 올바르게 수행하는 과정과 맞물려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대와 정세는 우리가 창당한 지 1년을 조금 지난 유아기적 정당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시대적 과제, 정세적 실천을 수행하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중간평가와 자기점검을 해야만 한다.

    60%만 창당된 진보신당

    첫째, 우리는 반MB 연대전선에서 민주당과 공조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방향이 과거 민주당 10년 시대로 회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며 동의할 수도 없다. 반MB 연대전선에서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리더십과 주도성을 가지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과거의 민주당 10년이 아닌 새로운 10년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밝히고 대중적 지지를 얻는 과정이 그래서 필수적이다. 진보신당은 아직 여기에 미달하고 채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진보신당의 지지율은 그것이 대단히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현실지지율’이라기보다는 ‘기대지지율’이라고 한 누군가의 지적은 정확한 것이다.

    둘째, 진보신당은 물론이고 진보진영의 실천력과 조직력은 상당 부분 무너져 있는 상태이다. 좋은 정책과 비전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정책과 비젼을 실행할 수 있는 실천력과 조직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공허할 수밖에 없다.

    우리 진보신당은 특히 이 점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정책과 비젼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 태세와 체력 상태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당이 정책으로 승부하는 것은 맞지만 그 정책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과정이 정책 제안과 언론 활동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시민단체와 다를 것이 없다.

       
      ▲ 필자

    셋째, 요즘 진보신당에서 실종된 언어 중의 하나가 ‘전략적 지지 기반의 형성’이라는 것이다. 대중정치에서 유력하고 주도적인 정치집단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힘과 비전이 필수적인데, 정치적 힘은 현상적으로는 조직력이고, 근본적으로는 강한 대중적 계급적 지지기반의 존재이다.

    진보신당의 지지 기반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지지 기반을 형성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은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침로를 유지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 이 침로를 놓치게 되면, 단기적인 기획과 이벤트, 이슈 파이팅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매몰되게 된다.

    우리의 지지 기반이 계급적 대중일 수밖에 없다면, 이 문제는 정파별로 업종별로 정규-비정규직별로 분할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전략적 지지 기반 형성

    넷째, 진보신당은 조직 완성도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 못지않게 많은 가능성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 10년으로의 퇴행이 아닌 새로운 진보의 10년에 대한 정책적 마인드, 대중정치인과 전문연구 역량, 시대적 흐름을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당원과 같은 비교적 풍부한 인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갇힌 폐쇄형의 조직이 아니라 당 바깥의 세력, 집단, 대중들과 소통하는 개방형을 지향하는 조직문화, 특정한 주의 주장에 집착하지 않는 열린 자세 등등 많은 장점과 가능성을 가진 미래형 진보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설 자리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거기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 것이 당의 대표단이다. 책임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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