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팔씨름, 이겨야 할까? 져야 할까?
    2009년 07월 27일 09: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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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자녀 영찬(왼쪽. 6살)과 영서(8살)

연재를 시작하며

8살, 6살 사내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큰 아이는 어렸을 때 아토피를 심하게 앓아서인지 유난히 예민했다. 그리고 영특했다. 그런 아이가 동생이 생긴 이후에는 사회성도 부족해지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둘째는 큰 아이에 대한 온 가족의 관심으로 "왜 형한테만 얘기하는데?"를 외치며 불만이 가득해졌다. 앞으로 쓰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내가 아이들과 어떻게 놀고, 이해하고, 소통하고, 친해지려 노력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모든 아빠들과 대화하는 마음으로 연재를 하고 싶다. <필자 주>

영서가 7살 되던 지난 해 얘기다. 같은 어린이집 다니는 남자 아이아이한테 호기롭게 말을 걸었다.

“야 김민제. 나랑 팔씨름 한번 할래? 난 어른인 우리 아빠도 이겼거든.”

김민제라는 아이는 키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몸이 날렵하고 운동도 잘해 달리기든 씨름이든 영서를 이기던 아이였다. 매번 몸으로 하는 것은 민제에게 져서 약간은 주눅이 들었던 영서가 이렇게 자신있게 나선 이유는 그 전날 나하고 했던 팔씨름 때문이다.

   
  ▲윤영서

그날따라 왠지 팔씨름을 하고 싶다며 졸랐다. 나는 내심 팔씨름을 하자는 영서가 기특하기도 하고 이뻐보이기도 해서 조금은 과장된 모양으로 ‘어이쿠’ 소리까지 내며 내리 3판을 져주었다.

그런데 그게 잘못이었다. 어른인 아빠도 이긴 영서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마음껏 우쭐해졌고 그 다음날 어린이집에 가자마자 평상시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민제한테 팔씨름 대결을 신청한 것이다.

결과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그저 맥없이 지고 말았다. 아빠를 이겨서 한없이 커졌던 도취감, 자신감은 그 커졌던 크기만큼 그대로 밑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영서

“내가 분명히 어른인 아빠는 이겼는데 민제를 못이겨….”

그 이후 웬만해서는 영서는 팔씨름을 하지 않는다. 나름 자신있게 달라붙었던 대결에서 패해서였는지 그 정신적 충격이 사뭇 오래간 것이다.

칭찬은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아이에게 있어서 긍정적인 관심과 칭찬, 그리고 격려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감을 키우는데 더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잘못된 칭찬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칭찬에도 시기와 방법과 내용이 필요하다.

앞의 사례의 경우에도 지기 싫어하는 영서의 마음을 맞춰주기 위해 아빠는 씨름이며 팔씨름을 일부러 져줬다. 영서는 어른마저 이기는 자신을 천하장사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전에 나서면 같은 또래 아이에겐 여지없이 지고 말았다.

   
  ▲윤영서와 친구들

‘아빠는 이겼는데, 친구한텐 졌다. 내가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니었다. 내가 실제로 잘하는 것은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아이의 생각은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아이의 자존감이 더욱 떨어지고 만다.

칭찬은 팔씨름에서 이긴 결과에 대한 것이 아니라, 팔씨름을 잘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와, 영서가 팔씨름으로 아빠를 이겼네" 이런 식의 대화가 아니라 "영서가 아빠하고 팔씨름하자는 것을 보니 많은 큰 것 같은데. 어디 영서 팔 힘좀 볼까? 야 아직 아빠한테는 힘이 부족하지만 작년 보다 훨씬 세졌는걸" 이런 식으로 얘기했어야 했는데.

100점을 맞은 아이에게 100점 그 자체만 칭찬한다면, 그 아이는 나중에 아주 어려운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90점을 맞아도, 그 점수에 절망한다. 100점을 맞기 까지 과정을 칭찬해야 70점, 80점을 맞아도 스스로 만족하며 더욱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이렇게 합니다-아이가 승부를 가리는 게임을 하고자 할땐?

1. 가급적이면 능력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운에 의한 게임은 좋다. 예를 들면 주사위 놀이 같은 것이 좋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승부를 가리는 게임을 원한다면 어른은 근육도 크고, 힘도 세고, 키도 크고, 많이 알기 때문에 어른이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준다.
3. 어른에게 패널티를 줘서 동등한 조건을 만들어 준다. (다트 게임에서 아이가 앞에 서기, 씨름은 아빠가 외발로 하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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