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분배형 복지국가가 유일한 해결책
    총파업과 촛불, 노동-중산층 연대 필수
        2009년 07월 27일 06: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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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강의를 제가 7월 25일 전주에서 한 것이었습니다. ‘변혁의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인데, 제가 보기에는 이제 곧 시작된 저성장 내지 무성장 시대에는 재분배형 국가로의 전환이란 거의 ‘유일한 해결’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40년 후에 이 나라 인구의 거의 40%를 이룰 65세 이상 노인에게도 인간다운 노후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고, 또 쏟아져 나오는 대졸, 고졸들에게 행정 인턴과 취업 준비 이상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결국 ‘정치’입니다.

    보수 – 한나라당이든 그 어떤 새로운 노무현이든 – 가 계속 집권할 경우에는 ‘한국형 재분배 사회’란 토건 예산과 인턴 채용의 사회일 것이고, 국민의료보험 적용의 범위가 계속 조금씩 넓어져가도 공립 병원 하나 찾을 수 없는, 그런 사회일 것입니다.

       
      ▲ 쌍용차 노조원들과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사진=레디앙)

    사회주의/사민주의 세력이 기적적으로 집권할 경우에는 우리는 늦게나마 무상 의료/교육으로의 여정을 시작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망가져 가는 영세 상인들의 자살을 그들에게의 실업 수당, 재교육 수당 지급 보강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지요. 그런데 제게 매우 자명한 이 이야기로 대한민국의 다수 유권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 것인지, 저도 솔직히 좀 오리무중입니다…

                                                      * * *

    1 변혁 – 바람직한 변혁 방향

    1) 사회 자원 관리권은 관료-재벌 블록으로부터 민주 사회로

    현실 인식

    ‘재벌 준(準)독재’로서의 한국. 특권 집단으로서의 재벌(10대 기업의 유효 세율은 약 16%에 불과. 특히 삼성전자/LG전자는 6% 안팎 – 대조적으로는 일반 기업은 약 19%, 참고로 유럽 연합의 평균 기업 세율은 26%).

    지난 12년 동안 (1997~78년 위기 이후) 주요 재벌들은 자산 대 부채 비율을 높이는 등 건강해졌으며, 계열사 수를 늘리는 등 ‘문어발 식 확산’에 계속 힘을 쏟았다.

    관료 집단은 ‘4대강 정비 사업’ 등 막대한 토건 예산이나 사법 권력 남용 등을 무기로 기업과 지역사회, 시민사회 등에 힘을 행사할 수 있으며, 거시적으로는 재벌 집단의 관리를 받고 있음. 관료에 대한 재벌의 관리 실체의 일면을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X-파일 등이 전했는데, ‘재벌-관료 지배 블록’ 전체를 견제할 만한 세력은 현재로서 한국 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바람직한 변혁 방향

    기업 세율 및 재산 세율, 소득 세율을 유럽 복지 국가 수준으로 상향 조절하여 경기부양책을 토건 예산이 아닌 복지 예산을 통해 실행하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포괄적 의미의 ”진보” 세력은 ”재벌-관료 블록”을 제압할 만한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2) 경쟁 사회에서 공공 위주의 사회로

    현실 인식

    자본주의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사회적 서열 자체는 없어지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이 서열은 사실상 ‘대입’에서, 이미 10대 후반에 정해지는 것이고 그 뒤로는 거의 바뀌지 않는다. 즉, 한국 사회는 ‘초기 선발형’ 사회에 속하는데, 초기 선발은 세습 신분제보다야 낫다 해도 결정적 선발의 시기가 초기일수록 출발 조건의 영향이 크다는 것은 정설이다.

    더군다나 ‘학력 세탁'(지방대 졸업 등 ’불리한 학력’을 명문대에의 편입 등을 통해 극복하는 일)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매우 경직된 초기 선발형이라고 봐야 한다. 초기 선발일 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교육 비용을 대줄 부모의 경제력인데, 한국의 1% 부자가 57%의 부동산 가치를 독점하는 반면 60%의 직장인들이 고용보험 가입조차 못해 실직 때에 사실상 기본생계 보장조차 불가능하다.

    불황임에도 상위 10분위(10%의 부유층)의 소득은 지난 1년간 2% 이상 늘어나도 하위 10분위(10%의 최하 빈곤계층)는 4% 이상 줄어든 것은 최근의 대한민국이다 – 사회격차의 수준은 이미 멕시코와 같다. 극단적 격차 사회에서는 경직된 초기선발형 신분상승 경쟁 구조란 사실상 ‘카스트 제도'(신분세습)로의 퇴행을 의미할 뿐이다. 

    바람직한 변혁 방향

    전체 졸업자 중의 비율에 맞추어서 중소기업 이상의 일체 기업에서 지방대 졸업자 등 차별 피해자의 고용 의무화 및 공무원 시험을 1, 2차로 나누어 1차로 자격이 있는 후보를 선발한 뒤에 2차로 지방대 출신의 비율을 전체 졸업자 중의 비중에 맞추어서 지방대 출신을 할당해 선발하는 제도 등 적극적 역차별 정책을 도입한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사립재단 이월금 관리권을 국가 교육 당국이 갖도록 사립대학 운영 구조를 공공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일체 고등교육기관을 공공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의료부문 – 인구 1천 명당 활동 의사 수는 한국은 아직도 1.7명 밖에 안돼 프랑스(3.4명) 등 유럽 복지 국가보다 약 2배 낮은 것으로 나타남. 동시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은 10%도 안돼 OECD 평균의 75%보다 몇 배 적음 – 의 경우 아직도 빈곤층과 중산층 하위계층 등은 공공부문의 무료 의료 서비스를 많이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앞으로 의료 기관의 증설을 공공 위주로 하여 공공부문의 의료 서비스 제공 비율을 적어도 일본 수준(35%) 내지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급선무이다. 장기적 목표는 북유럽 복지국가처럼 공공부문 위주(공공부문 비율 85~90%)로 돼 있는 무상 교육과 의료 체제다.

    3) 위험/폭력 사회에서 자아 실현 사회로

    현실 인식

    ‘위험 사회’로서의 한국 사회 시험 스트레스와 성적 스트레스, 취직과 실직 스트레스, 군사주의적 직장 문화, 경제적 불안과 미래 전망 부재 등으로 자살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하루 35명 꼴, 인구 10만 명 당 연간 25명으로 ‘자살 공화국’이다.

    한국 노동 인구의 35%가 자영업자들인데, 그 도산의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식당 1개 당 인구 80명인데 식당 밀도는 미국보다 약 8배 높다. 즉, 영세 식당 업자 파산이 불가피하다. 최근 할인점 등 대형 소매업 확산으로 영세 소매업자들의 파산은 큰 문제다.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파산 당한 영세 사업자들은 생계 곤란, 자살 위험에 빠진다. 파산, 자살에다가 ‘산업 재해’ 위험 정도가 매우 높은 ‘산재공화국’이다. 2008년 재해 피해자는 거의 10만 명, 사망자는 2422명이었다. 

    재해로 인한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재해 사망율)은 한국이 1.49%로 미국(0.36%)과 영국(0.07%)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로 인한 사망자가 미국보다 4배나 많고 영국보다 사망자가 21배가 많다는 것이다.

    이 통계도 산재 보험 적용 대상자만 잡히는 통계이기 때문에, 상당수 중소기업 노동자 및 외국 노동자의 재해 사고(사망 포함)는 여기에 잡히지 않는다. 특히 노동자의 ‘약자층’은 목숨을 버릴 각오로 노동에 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폭력 사회’로서의 한국 사회 군의 일부 부대 (특히 의경 등)에서는 여전히 생명 및 정신 건강을 위협할 수준으로 폭력 행위가 횡행하며 학교/가정 체벌의 근절은 여전히 요원한데다 학생 사이에서의 폭력 행위는 꾸준히 증가되고 흉악해진다. 직장에서의 수직적 명령-복종 체계는 비록 물리적 폭력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개인에 대한 심적 폭력으로 체감될 확률이 높다. 

    바람직한 변혁 방향

    누진 세율 적용, 부유층 집중 과세(현재 한국 국내총생산 대비 부동산 보유 세금 총액 비율은 0.8% 밖에 되지 않지만 영국만 해도 3.3%임)를 통해 영세 자영업자까지 포함시키는 포괄적인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안전 사고에 대한 기업체 책임 강화, 학교에서의 학급 성적순 발표 금지 등 ‘경쟁 교육’ 근절 등 각자가 ‘자아 실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2. 변혁을 이끄는 방법

    한국사의 경험

    ‘온건한’ 개혁이라 해도 대체로 ‘밑으로부터의’ 급진적 운동의 압박을 받아야 이루어질 수 있었다. 

    동학 농민 전쟁

    전쟁 자체는 패배와 농민에 대한 말살 (관군과 일본군은 약 2만 명 이상을 도살한 것으로 추정됨)로 끝났지만, 불합리한 행정 관행과 유교 사회의 억압적 법률 등을 시정하라는 농민의 요구는 갑오 개혁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다. (노비 혁파, 과부 재가 허용, 일반 행정과 세정 분리로의 움직임 등)

    1919년 3.1 운동

    ‘독립’을 이루어내지 못했지만 무단 통치를 문화 통치로 바꾸도록 지배자들에게 압력을 가한 것이고, 1920년대의 공산주의/아나키즘 운동부터 야학, 형평사 운동까지 각종 해방적 움직임들의 심성적 기반을 조성했다.

    1948년 북한 건국 초기의 각종 급진적 개혁(무상 몰수와 무상 분배 식의 토지개혁 등)

    이승만 정권으로 하여금 민주당 등 지주계층이 주도하는 정치조직들의 저항을 뚫어 불완전하게나마 토지개혁 등을 단행하게끔 ‘압력’을 가한 점이 인정된다. 

    1960년4월의 ‘학생 혁명’

    목적(민주화)은 결국 달성되지 않아도 ‘밑으로부터’의 불만 표출은 한국 사회 지배 구조의 취약함을 노출시켰으며 지배층으로 하여금 경제 개발에 대한 강력한 압박감을 주었다. 경제 개발이 되지 않을 경우 전체적 ‘사회의 폭발’이 예상됐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일련의 ‘평등 지향적’ 정책(고교 평준화, 대학 정원 확대, 과외 금지 등)은 결국 사회적인 불평등 확대에 대한 민중적 불만을 무마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이는 역사 원동력으로서의 ‘민중의 불만과 힘’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이와 함께 1985년의 구로 동맹 파업 등 군사 독재 정권 말기 노동자 투쟁은 최저 임금제의 최초 법제화(1986년) 등 여러 양보를 따내는 데에 주효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에 민주 노조의 확립과 기초적 복지제도(의료보험의 적용 범위 확대 등)를 착근시켰다. 이는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따낸 권력의 ‘양보’ 내용이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2008년 5월 이후 ‘촛불 집회’ 등 집단적 불만 표출들은 ‘대운하 계획’과 같은 가장 무리한 종류의 토건국가적 프로젝트를 좌절시키는 데에 있어서 주효한 바 있었다. 

    결론

    변혁을 이끌기 위해 앞으로 필요한 총력 투쟁은 1996~97년 총파업과 2008년 촛불집회 투쟁의 ‘혼합 형태’다. 즉, 파업 투쟁과 중산층의 시위투쟁, 불매 운동 등이 상승효과를 낼 경우에는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돼 정치계의 전반적 ‘진보화’ 등의 가능성을 전망할 수 있다.

    결국 복지/공공성 위주 국가로의 전환의 전제조건은 노동계급과 중산계층들의 강력한 ‘진보연대’와 공동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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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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