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벽을 허물어라"
By 나난
    2009년 07월 25일 09: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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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 거는 기대는 소통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귀족도, 버려진 비정규직도, 정파 활동가들도, 그리고 정치꾼들도 민주노조운동의 공간 속에서는 모두 소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조돈문 추천사

   
  ▲ 표지.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현직 간부가 치열한 자기성찰의 기록을 내놨다. 『아빠는 현금인출기가 아니야』(매일노동뉴스, 조건준, 1,5000원)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최근의 경제위기까지 현대차․대우자동차․쌍용자동차로 대표되는 기업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대한 한국 노동운동의 대응․문제점․해법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노동운동가의 고뇌를 솔직하게 담아냈다.

저자 조건준은『아빠는 현금인출기가 아니야』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노동운동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회고한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확산이 다수 노동자의 패배를 보여 주는 증거라는 것.

여기에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일명 ‘산자’로 분류된 대기업 노동자 역시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한다. 정리해고의 칼바람 뒤 살아남은 대공장 노동자는 노동3권은 물론 일정한 임금인상을 이뤄 냈다. 하지만 작은 성공은 곧 ‘귀족 노동자의 특권’으로 여겨졌고, 불만과 비난의 표적이 됐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결국 대공장 노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임금인상을 책임지는 ‘자판기’로, 한 집안의 가장인 노동자는 가족들에게 ‘현금인출기’로 전락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아빠는 현금인출기가 아니야』는 공장에 묶여 죽도록 일하면서 지친 몸으로 쓰러져 자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 술을 마시는 부모 세대를 ‘잠일술 세대’라고 표현했다.

“일주일에 4일은 술을 마셔요. 야간조일 때 5∼6시간 자요. 오전에 안 자고, 오후에 자는 것이지요. 주간 때는 술을 많이 마셔 피곤합니다. 그래도 술을 안 먹으면 낙이 없잖아요.” – 현대차 승용 1공장 의장부 노동자- (52p)

이에 저자는 임금실리만 추구하는 ‘공장귀신’에서 벗어나는 일관된 ‘사회적 전략’을 추진하자고 주문한다. 잔업.특근으로 지친 노동자들은 지역과 삶터에서 주체가 될 수 없음으로 생산 라인적 발상에서 벗어나 사회적 힘, 공장 밖의 힘을 모으는데 대공장 노조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적 방법으로 저자는 ‘공장이라는 성채에서 벗어나 공장 밖 다양한 세력과 연대하자’고 말한다. 공장에 고립된 ‘그들만의 성’이 되지 않으려면 성을 뛰쳐 나와야 한다는 것. 그는 그 대안으로 촛불시위를 노동운동의 자성의 계기로 삼자고 제안한다. 공장 노동자의 힘과 거리의 촛불의 힘이 결합돼야만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공장의 담이 아닌 조끼와 깃발로도 담을 쌓을 수 있다. 노조는 공장의 담을 넘어 소통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자신의 성 안에 똬리를 틀고 앉아 공장 내부와 외부의 소통을 막는 벽일 뿐이다”(책 17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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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조건준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책국장을 맡고 있는 조건준은 서울에 유학 와서 뜨거웠던 80년대와 호흡하며 학업대신 운동을 택했다. 비공개 조직 활동을 했고, 96년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 상근간부를 했다. 이후 제조업과 자동차산업 관련 활동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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