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중동, 방송진출 '동상이몽'
        2009년 07월 24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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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과정에서 대리투표와 재투표 논란이 증폭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최문순 의원에 이어 민주당 의원 전원은 이번 미디어법 처리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데다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 ‘원천무효’라며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장외투쟁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확인하기 위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날치기 처리를 주도한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윤성 부의장,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등 의원 9명을 국회법 위반으로 고발키로 했다. 

       
      ▲ 경향신문 7월24일자 1면  
     

    이런 가운데 미디어법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조선·중앙· 동아일보의 보도도 속마음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24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시민사회 ‘날치기 저항’ 확산>
    국민일보 <보도 교양 드라마 등 편성 막강한 ‘또 하나의 지상파’>
    동아일보 <길 잃은 민생법안>
    서울신문 <학원가 구조조정 거세다>
    세계일보 <현대차, 글로벌 시장 점유율 / 사상 첫 5% 넘었다>
    조선일보 <여 "내각 개편" 야 "무효화 투쟁">
    중앙일보 <"대기업·신문에 10% 족쇄 지상파 누가 참여하겠나>
    한겨레 <국회 사무처 ‘재투표는 관례’ 해명 거짓>
    한국일보 <대리투표 ‘진실공방’ 일파만파>

    ‘미디어법 환상’에 매달리는 동아

    동아일보는 미디어법 통과와 동시에 이 법을 홍보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미디어법 통과 이후 기획연재를 시작한 동아일보는 24일자에도 기획 두 번째로 <지상파 3사 독과점 깨져 편파보도-질 낮은 프로 설 땅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22일 미디어관계법의 국회 통과로 신문 대기업 등의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보도 채널 겸영이 허용되면서 그동안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여론과 콘텐츠 독과점 구조가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종편과 보도 채널은 시청자에겐 지상파가 독점하는 여론 시장에 다양한 시각을 가진 뉴스를 제공하고 콘텐츠 제작사엔 프로그램을 소화할 방송 창구를 만들어 주며 지상파 콘텐츠가 휩쓸고 있는 케이블 위성 시장에는 새로운 콘텐츠의 공급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7월24일자 3면  
     

    동아일보는 이어 "지상파 방송 3사는 2004년 탄핵방송이나 2007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등 사회적 갈등이 극심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한쪽의 시각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며 "종편채널 2개가 더 생기면 여론 지배력의 분산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또 "방송콘텐츠의 유통과 소비가 지상파 방송사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의 횡포를 막을 수 없었다"면서 "케이블 위성 채널에서 지상파 방송 3사가 갖는 독과점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의 속마음은 이 기사의 마지막에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동아일보는 "종편은 기존 PP보다 훨씬 많은 자본을 투자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보도 분야가 강화되고 콘텐츠 수급도 다양해져 지상파 방송사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며 "특히 신문사가 운영하는 종편이나 보도채널의 경우 지상파에 질적으로 뒤지지 않는 뉴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와 함께 1면 머리기사로 <길 잃은 민생법안>을 실어 "한나라당의 미디어관계법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로 국회 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다"며 "이로 인해 비정규직보호법 개정 등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갈등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누더기 미디어법’이 영 불만인 중앙

    신문사의 방송진출에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은 동아일보와 달리 중앙일보는 법안이 누더기가 되는 바람에 있으나 마나한 법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대기업·신문에 10% 족쇄 지상파 누가 참여하겠나">에서 "(22일 통과된 미디어법안은) 신문·방송 등 매체 간 소유 장벽을 허뭄으로써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출현을 앞당겨 보자는 측면도 있었다"며 "그러나 정치 협상 과정에서 법안의 원래 개혁취지와 철학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7월24일자 1면  
     

    중앙일보는 "규제를 푼다면서 이중 삼중의 규제가 덧칠되고, 특별한 기준 없이 법안의 내용이 자의적으로 바뀌었다"며 "이 법으론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기업을 키운다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회의론까지 나온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앙일보의 비판은 지상파 겸영 진출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세 신문사(조선 중앙 동아) 가운데 가장 많은 방송사업 준비를 해온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 통과를 보고 방송진출을 준비해왔는데 막상 통과된 법안을 보니 외부자본들이 들어올 만한 매력을 못 느낀다는 얘기다.

    중앙일보는 "지상파 지분의 10% 이내만 취득하고 경영권 행사를 2012년 말까지 못하도록 막았다. 보도채널 허용 지분도 30%로 줄였다"며 "지분 10%로 책임 있게 사업에 뛰어들 곳은 없으며, 결과적으로 주인 없는 지상파 방송이 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지상파 독과점 구도를 사실상 인정한 부분도 논란의 대상"이라며 "이 법으로 독과점 구도를 개선하기는 어려우며, 새 지상파 채널을 허가하기 전에 지상파 지분 허용범위를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법 개정까지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4면 <이중 삼중 규제 끼워넣기…미디어법 ‘대못’ 투성이> 기사에서도 법안 후퇴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5면 <박근혜·이회창 막판 개입에 ‘미디어 발전’ 역주행> 기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법안 기조에 충분한 인식 없이 협상 막바지에 돌출성 발언으로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계산기 두드려보니…’ 냉담한 조선

    미디어법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여당과 야당의 다른 해법을 1면 머리기사로 다룬 조선일보는 미디어법에 대해 냉담한 시각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4면 <막대한 투자비, 광고시장 포화…종편은 ‘가시밭’> 기사에서 미디어법 통과로 종편채널과 보도전문채널에서 새 사업자가 나오면 기존 방송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사업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분석했다. 

       
      ▲ 조선일보 7월24일자 4면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국내 광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적절한 수익구조를 찾지 못할 경우 표류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라며 "지상파 수준의 콘텐츠 개발을 위해 그에 맞먹는 제작비를 쏟아부을 만한 여력을 갖춘 사업자를 쉽게 찾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진입 초기 몇 년은 투자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5년 동안 1조원의 제작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때문에 대규모 자본이 아니면 승산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또 "앞으로 1∼2년 안에 각각 1∼2개의 종편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이 생길 경우, 이들의 수익구조를 보전해줄 만큼 광고시장의 여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특히 종편이 지상파와 경쟁하기보다 기존 군소 PP들의 광고를 빼앗아 오면서 작은 사업자를 죽이는 구조가 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이런 신중한 반응은 ‘조선일보가 종편채널 진출을 미뤘다’는 업계 소문과 맞물려 묘한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법 논란에서 한발 물러선 이유는 또 같은 면 기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조선일보는 4면 <CJ·태광산업 "종편 관심없다" 현대백화점 등 "지분참여 검토"> 기사에서 "대기업들은 미디어 관련법의 국회 통과로 방송시장 진출이 가능해졌지만 아직까지는 시장 진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이 많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의 보도처럼 법안이 애초 취지보다 후퇴해 사업성이 불분명한데다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방송사업에 진출하기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인터넷TV사업에 진출해 있는 KT와 케이블채널을 갖고 있는 현대백화점 정도만이 일부 지분참여 등을 검토 중이라는 유보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 기업들은 아예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진출이 거론되는 주요 그룹 중 방송에 가장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는 CJ는 "우리는 종합편성채널에 관심이 없다"라며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다. 내부적으로 종편진출은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케이블TV 1위 사업자 티브로드를 보유한 태광산업 관계자도 "미디어법 개정이 방송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종편의 사업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종편채널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되는데 내부적으로 큰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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