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치기? 된 것도, 안된 것도 아니고
    By 내막
        2009년 07월 22일 07: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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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한 의장석 점거,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윤성 부의장의 사회권 넘겨받기, 한나라당 보좌진들에 의한 성동격서식 007작전으로 진행된 22일 미디어법 날치기 쇼로 ‘같기도 정국’이 열렸다.

    우선, 미디어 관계법에 대한 직권상정·날치기가 벌어질 경우 끝까지 저항하고 현역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던지겠다고 선언했던 민주당은 고민에 빠졌다.

    고민에 빠진 민주당

    22일 본회의를 통해 미디어 관계법 3개와 금융지주회사법 등이 이윤성 국회 부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날치기됐지만, 절차상의 하자로 인해 날치기에 성공한 것도 아니고 하지 않은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 민주당 의원들이 "언론악법은 불법이며 원천무효"를 선언했다.(사진=김경탁 기자)

    이날 본회의가 산회된 이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은 이날 회의에서 벌어진 표결이 대리투표에 의한 것이어서 원천무효일 뿐 아니라 미디어관계법의 핵심인 방송법의 경우 1차 투표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기 때문에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2차 투표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사무처는 "방송법 표결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재석의원이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는 수에서 투표종료 버튼이 눌러져 표결로서 성립하지 못했다. 이에 다시 표결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회법상 재투표요건은 제114조 3항의 ‘투표의 수가 명패의 수보다 많을 때에는 재투표를 한다. 다만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것이 유일하기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재투표를 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의원직 사퇴, 고민 중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단은 이날 오후 6시 40분 결의문을 통해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초 공언했던 의원직 총사퇴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산회 후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과 본회의장, 본청 246호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정국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결의문 발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언론악법 날치기가 실패했기 때문에 의원직 사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며, "한나라당이 매번 어설프게 일을 해서 우리는 참 운(?)이 좋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언론악법 날치기가 실패한 상황에서 앞으로 투쟁해야할 일이 많기 때문에 정세균 대표의 단식도 당장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영민 대변인과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21일 기자들에게 의원직 총사퇴와 관련해 "하면 진짜로 하는 것"이라며, "현역 의원들은 의원직 사퇴로 벌어지는 보궐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을 것"고 공언한 바있고, 특히 노 대변인은 "정치인은 명분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에 정 대표의 단식도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21일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언론악법 저지를 위해 의원직 사퇴도 불사하며 이후 모든 대응은 지도부에 위임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또 22일 결의문 발표 후 이어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21일 의총 결의와 같이 "의원직 총사퇴는 향후 투쟁 방향과 연계해 지도부에게 일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정세균 대표

    한편 이날 오전 한나라당의 의장석 점거에 대한 규탄대회에서 이강래 원내대표는 자신과 정세균 대표가 의원직 사퇴서를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대표도 날치기 본회의가 끝난 후 로텐더홀 의원총회에서 "앞서 이강래 원내대표가 발표한 것처럼 저와 원내대표는 의원직 사퇴를 결행할 것"이라고 재확인했으며, 특히 "더 이상 민주당이 원내에서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다만 "어떻게 싸워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의논해서 길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의원직 총사퇴가 쉽지 않은 문제임을 시사했다.

    한편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향후 투쟁방향과 관련해 ‘의원직 총사퇴 지도부 일임’ 외에 법률무효화 투쟁, 24일까지 본회의장 항의농성, 25일 시국대회 전당적 차원 참여를 비롯해 다른 야당과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투쟁, 시도당을 중심으로 전국 순회 규탄대회 조직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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