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법 40여 분 만에 '일사천리' 통과
        2009년 07월 22일 04: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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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미디어법’이 22일 오후 3시 35분부터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직권상정되었고, 신문법-방송법-IPTV-금융지주회사법 등의 순서로 일사천리 통과되었다. 오전에 직권상정 의사를 밝혔던 김형오 국회의장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윤성 부의장의 사회로 불과 40여 분 만에 모든 법률안이 처리되었다.

    신문법은 재석 162명 중 찬성 152명, 방송법은 찬성 151명, IPTV법률안은 161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재석 165명 중 찬성 160명으로 가결되었고, 이윤성 부의장은 4개 법안의 표결을 끝마친 후 4시 15분 경 산회를 선포하고 경위들의 호위 속에 본회의장을 떠났다.

    3시 35분 상정, 4시 15분 산회

       
      ▲ 이윤성 부의장이 의장석으로 올라가자 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향해 돌진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과 국회경위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사진=김경탁 기자)

    이에 앞서 3시 30분 경, 본회의장에 진입한 이윤성 부의장은 ‘심사보고’, ‘제안설명’을 회의자료로 대체했으며 질의와 토론을 실시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속기사 배속 여부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도 “필요 없다”며 쫓기듯 강행처리에 나섰다.

       
      ▲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진행하면서 거의 정면을 쳐다보지 않았다.(사진=김경탁 기자)

    이에 야당 의원들은 이윤성 부의장을 따라 서둘러 본회의장으로 진입한 뒤, 이윤성 부의장이 단상에 오르자 “이윤성 내려와”, “직권상정 결사반대”를 외치며 몸싸움을 벌이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또한 투표과정에서는 “대리투표 표결무효”, “이윤성 사기꾼”이라며 강하게 저항했지만 표결 강행을 막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표결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의장석 단상 인근에 집결해 야당 의원들을 막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나와 ‘대리투표’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방송법 표결 중에는 이미 한 차례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었으나 재투표를 실시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145명까지 투표한 상황에서 투표 종료 버튼이 눌러졌다"며 "이것은 부결이 아닌 정족수 미달이기 때문에 투표 자체가 성립 안 되는 것으로, 다시 투표하는 것이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한 회의에서 동일 안건을 두 번 상정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원칙에 따라 방송법은 부결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정황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법률상 문제 없다" vs "일사부재리…부결됐다"

    이날 미디어법이 직권상정 처리함에 따라 정치권은 극한의 대립상태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본회의 종결 이후 로텐더 홀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번 본회의의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또한 앞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는 직권상정시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선언했고, 이렇게 되면 많은 민주당 의원들도 함께 사퇴할 것으로 보여 국회의 존립근거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 사진=김경탁 기자

       
      ▲ 한나라당의 일방적 본회의 진행에 항의하는 조승수, 김상희, 최재성 등 야당의원들 (사진=김경탁 기자)
     

    여기에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당들은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밝혀 지난 촛불정국을 넘어서는 대정부투쟁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도 미디어법 통과시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미디어법이 직권상정으로 통과된다면, 국회의 존립근거는 사라지게 된다”며 “야당 의원들이 모두 뛰쳐나간 상태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해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디어법 표결시 참여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바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정도면 국민도 공감해줄 것”이라며 “(여야)합의 처리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법안통과 후 심각한 표정의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사진=김경탁 기자)

       
      ▲ 직권상정의 폭풍우가 지나간 뒤 강기갑 민노당 대표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을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사진=김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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