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파가 KT 어용노조 키웠다”
        2009년 07월 21일 05: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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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그것도 95% 압도적 찬성으로. 보수언론은 환영일색이다. 망언 전문가 김동길은 "민주당은 KT노조를 배우라"고 일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알 사람들은 다 안다. KT 노조가 이미 예전에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결국은 민주노총 죽이기 차원에서 이명박 정권이 시점을 고른 것일 뿐이며 KT 노조의 탈퇴 그 자체가 민주노총에 중대 변수가 안 될 것임을 말이다.

    그렇지만 더 많이 안다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대기업노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그래서인지 보수언론의 관심은 단연 탈퇴 도미노가 일어나지 않겠느냐는 기대 어린 관측이었다.

       
      ▲ 민주노총 탈퇴 건에 대해 투표 중인 KT조합원들 (사진=KT노조)

    그래서 KT 노조의 탈퇴에 대해서 우리는 보다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리 시기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파시즘의 어두운 그림자가 부활하는 시점이라손 치더라도 KT노조의 탈퇴를 민주노총 죽이기를 위한 ‘정권 차원의 공작’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정작 그 주체인 노동자의 시각이 빠진 이러한 관점은 너무도 슬픈 것 아닌가!

    ‘민주노총 죽이기’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돼

    대부분의 운동가들이 지적하고 있듯 한국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특히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보수화되었다. 그 원인이 정규직 노동자들이 경제적으로 중산층 진입에 성공한 데 따른 객관적 이유 때문이든 아니면 운동의 개량화에 따른 주체적 요인 때문이든 분명한 것은 보수화가 일정하게 진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는 대기업 노동자들로 하여금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중심의 노동운동, 즉 구조조정 반대와 같은 식의 보수적 관점을 강화하는 한편, 세계화로 인한 무한 경쟁 속에서 기업 차원의 협조주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 살아남자는 협조주의 노선과 완전히 현장이 무너진 사업장을 중심으로는 노골적인 어용노조의 발호마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이 어용화와 보수화를 구분하지 못했다. 이른바 ‘국민파’라고 불리던 경향들은 KT노조를 그저 보수화된 집단 정도로 파악했다. ‘맹비 꼬박 내면 민주노총의 구성원으로 훌륭한 것 아니냐’는 매우 안이한 인식 하에서 어용 KT노조의 엄청난 의결정족수를 활용하여 민주노총의 집행권을 장악하는 데 동원하면서도 아무런 부끄럼이 없었다.

    투쟁하느라 맹비조차 내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조들의 의결권은 제한하면서 민주노총의 지침을 단 한 번도 실천하지 않은 KT노조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결권 제한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용 KT노조를 민주노총이 제명할 것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KT노조가 필자를 제명했을 때, 당시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KT노조를 제명해야 한다면 민주노총에 남아 있을 노조가 없다’고까지 말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국민파, 어용노조 싸고 돌며 이용”

    보수화와 어용화는 전혀 다른 것이다. 누구라도 내게 KT 노조원들이 보수화되었냐고 묻는다면 나의 답변은 "맞다!"이다. 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지적대로 보수화를 이유로 민주노총에서 KT노조를 제명해야 한다면 많은 대공장 노동조합이 제명되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KT노조는 단순히 조합원이 보수화된 게 아니다. 철저히 어용화된 노조였다. 민주노조의 기준이라고 얘기하는 자주성, 민주성, 연대성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다.

    자주성, 전혀 없다. 모든 노조 활동이 회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심지어 민주노총 선거에조차 회사 노사협력팀 직원이 사찰을 하다가 적발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민주성, 완전 꽝이다. 자유당 시절에나 횡행했던 공개투표는 물론 개표 조작까지 다반사로 일어난다. 연대성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겠나!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었던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의 투쟁을 끝까지 외면했던 게 어용 한통노조 아니던가!

    노동자가 늘 진보적이라면 노동운동은 불필요할지 모른다. 노동자도 때로는 보수적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누구도 지금의 한국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보수화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에 기반한 모든 노조가 어용화된 것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잡을 필요 없다”

    보수와 어용은 다른 것이다. 문제는 어용화를 보수화로 분칠한, 그런 정파적 관점이 결국 KT의 민주노총 탈퇴를 정권의 공작으로 규정하면서 어용 KT노조에 탈퇴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옹색한 모양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물론 민주노총이 겪을 어려움은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용 KT노조의 탈퇴가 장기적으로는 민주노총에 결국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세계경제 위기의 조건에서 그리고 이명박 정권 하에서 보수화된 노동운동의 흐름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을 것이다.

    80년대와 같은 노동의 대공세로의 전환은 더 많은 시간을 요하겠지만 적어도 KT노조처럼 확실히 어용화된 조직이 아니라면 어떤 수준에서든 저항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 아닌가!

    그런 면에서 KT 노조 탈퇴를 민주노총이 전화위복의 계기로 보는 자신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되지 않지만 KT에는 여전히 운동적으로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필자는 지금도 믿는다. 보수화되었지만 적절한 계기를 만나면 KT 노동자들이 95년 세상을 흔들던 그 기세로 자신의 가슴 속에 쌓아둔 분노를 터뜨릴 날이 올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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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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