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교사들, 터미네이터와 전쟁 중
    2009년 07월 21일 03: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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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사 시국 선언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전교조 사무실 압수수색 등 노골적인 탄압으로 응수하고 있다. 우리와는 맥락이 다르지만,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교원노조와 정부 당국 사이의 마찰로 시끄럽다. 미국의 경우는 경제 위기와도 직접 관련이 있다.

   
  ▲ 아놀드 슈워제네거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얼핏 소개된 대로 캘리포니아 주는 요즘 재정 적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적자 규모는 263억으로 치솟았다. 급기야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복지 예산 삭감으로 적자를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불똥이 서민들에게 튄 것이다.

그런데 그 최전선에 바로 학교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 교육 예산이 총 450억 달러인데,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 중 100억 달러를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거의 1/4을 삭감해야 하니, 그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빤한 노릇이다. 교육 노동자들(교사뿐만 아니라 행정 인력 등)의 대량 해고 계획이 뒤따랐다. 감원 목표는 무려 8천 명 이상에 달했다.

로스앤젤레스 교원노조(UTLA)는 당연히 정리해고 반대 투쟁으로 이에 맞섰다. 그 덕분인지 그나마 애초 계획보다는 줄어든 6천 명이 해고 통지서를 받았고, 다시 그 중에서도 2천2백 명만이 최종 해고 결정이 났다. 그 결과 많은 학교에서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교육예산 삭감 → 교직원 감원 → 학급당 학생 수 증가

애초에 교원노조는 좀 더 격렬한 투쟁 방식을 천명했었다. 조합원들 사이에 파업투쟁 여론이 높았고, 그래서 4월 말에는 75%의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하루 파업이 결정됐다. 파업 예정일은 5월 15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교사들이 파업권을 행사하려면 정부의 탄압과 보수 언론의 공격을 각오해야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주정부 당국은 정리해고가 단협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들면서 불법 파업을 엄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파업을 벌인다 하더라도 조합원들에게 내려질 벌금 규모(1인당 1천 달러)가 또 만만치 않았다.

결국 교원노조 지도부는 파업 대신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천여 명의 교사들이 병가를 내고 교육청 앞으로 모였다. 이 시위 과정에서 교원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연행되기도 했다.

교사들의 시위에 호응해 학생들도 들고 일어났다.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대량 해고에 항의해 등교 거부 투쟁을 벌였다.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거리에 나섰고, 그들 중 일부는 직접 교육청으로 시위 행진을 벌여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와 학생들도 동참

비록 노조 지도부는 파업을 지레 접었지만,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더욱 격앙되어만 가고 있다. 특히 젊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투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교원노조 대의원대회는 투쟁 전술 문제로 격론이 오갔다. 그리고 조직 방침이 결정되기 전에 네 개 학교 지부장들이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이들은 학교 주변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일단 농성장이 등장하자 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활발해졌다. 일부 양심적 주의원들도 농성 대오에 결합했고, 노조와 시민사회 단체를 잇는 ‘더 나은 교육에 배고프다’(교육 공공성에 대한 갈망과 단식 투쟁을 동시에 환기시키는 이름)라는 연대조직도 결성됐다.

이러한 투쟁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6월에 실시된 단협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들은 단협안을 부결시켰다. 단협안 안에 정리해고 관련 내용은 없었지만, 주정부와 노조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표시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의 교육 예산 삭감 문제는 비단 캘리포니아 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전국에 걸쳐 경제 위기의 고통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라는 첨예한 쟁점의 일부일 뿐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교육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욱 주목된다.

* 이 글은 미국의 노동운동 저널 <Labor Notes>의 기사를 재구성한 것이며, <공공현장> 준비 8호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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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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