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패키지', 아직 멀었다
    By 내막
        2009년 07월 20일 0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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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방문 중인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7월 19일 언급한 “북한이 매력을 느낄만한 포괄적 패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재와 압박 일변도로 가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미묘하지만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핵폐기 고려할 정도로 매력적일까?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이 실효를 거둘 지는 미지수이다.

    북한은 원칙적으로 ‘당근과 채찍 병행론’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또한 6자회담 ‘전면 거부’와 6자회담 ‘틀 내’라는 북미간의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무엇보다도 캠벨이 밝힌 ‘포괄적 패키지’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고려할 정도로 매력적인지 불확실하다.

       
      ▲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괄적 패키지’는 향후 북핵 문제의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이 표현 속에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온 ‘단계적’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회의감이 깔려 있다. 북한 핵 프로그램의 ‘폐쇄와 봉인→불능화→핵물질 및 핵무기 폐기’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들로 짜여진 지금까지의 비핵평화 프로세스는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어느 한쪽의 합의 사항 불이행시 ‘역류’의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괄적 패키기’자 겨냥하고 있는 목표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폐기’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공식적으로는 ‘CVID’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 및 핵시설 재가동에 직면해 ‘돌이킬 수 없는’을 새롭게 추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캠벨이 ‘포괄적 패키지’를 언급하면서 그 조건으로 “북한이 중대하고 돌이킬 수 없는 조처”를 제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포기라는 전략적이고 과감한 결단을 이끌어낼 정도로 ‘포괄적 패키기’는 매력적인 것일까? 이것이 북한에게 매력적인 제안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포기에 걸맞은 미국과 관련국들의 ‘통 큰 결단’이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회의적이다.

    우선 새로운 것이 있느냐의 여부이다. 이와 관련해 캠벨은 포괄적 패키지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명백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괄적 패키지’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 입장이란 “북한이 진정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관계정상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에너지 및 경제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뜻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것들만으로는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철회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포괄적 패키지’가 북한의 요구 사항을 얼마나 포함하고 있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요구 사항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것처럼, “상호 존중과 평등의 정신”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것이다. 북한은 4월 5일 자신의 위성 발사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된 것이 이러한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둘째,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에 부합하는 군사적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에도 북한 내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 투입 계획인 ‘작전계획 5029’를 한미 양국의 군 수뇌부가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대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셋째,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여기에는 미국 핵무기의 남한 내 재반입 및 일시 통과 금지와 미국 핵우산의 철수를 포함하고 있다.

    오바마 패키지, 대담성 부족

       

    그러나 오바마의 ‘포괄적 패키지’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정도로 대담해 보이지 않는다. 북미관계와 6자회담이 엇나가는 결정적 원인이 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시각 차이는 ‘태평양’만큼이나 넓다. 작전계획과 군사훈련을 포함한 한미연합군의 대북 군사태세의 변화는 ‘동맹의 유연화’에 대한 한미 양국의 결단이 필요한데, 이는 ‘전략 동맹’과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의 동북아 핵정책의 변화 역시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계’ 주창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결국 오바마의 ‘포괄적 패키지’도 하나의 정치적 수사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 제안을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하는 북한이 대담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근본적 우려와 요구를 자발적으로 수용해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을 재구성할 가능성도 낮다.

    물론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북미간의 최고위급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최고위급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기회의 문은 열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적대국과의 대화에 부정적이었던 부시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북한과 이란과 같은 적대국 지도자와 “조건없이 만나겠다”고 공언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제 그 말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인 것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최근에 쓴 책으로 ‘오바마의 미국과 한반도, 그리고 2012년 체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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