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와 유족들이 20일 오후 희생자들의 시신을 꺼내는 과정에서 경찰과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이들은 시신을 인도받지 못하자 빈 관을 메고 거리 행진을 시도했지만, 경찰 봉쇄에 막혀 이마저 실행하지 못했다.
범대위는 이번 주 중 대표자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의 완강한 봉쇄로 인해, 고 이상림 이성수 윤용헌 양회성 한대성 씨 등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을 다시 영안실에서 꺼내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용산참사 희생자의 유족들과 범대위 관계자들이 순천향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시신을 인도받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
▲영안실 입구를 봉쇄하고 있는 경찰을 끌어내고 있는 참가자 (사진=손기영 기자) |
이날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위령제를 마친 유족과 범대위 관계자들은 ‘천구(遷柩)의식’을 위해 오후 4시 15분 경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 입구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 병력 30~40명이 이미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으며, 이들이 진입을 시도하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유족-경찰, 영안실 앞 충돌
이날 ‘천구의식’에는 민주당 김희철 의원 김근태 전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이수호 최고위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무소속 정동영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경찰이 영안실 입구에서 완강히 버티자, 참가자들은 병력들을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은 대열 선두에 있던 유족들을 방패로 밀어내는 등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으며,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가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 오후 4시 40분 양측의 충돌이 격렬해지자 범대위 측은 ‘천구의식’을 위해 영안실로 진입하려는 계획을 일단 포기했다.
▲시신을 인도받지 못하자, 참가자들이 빈 관을 들고 거리행진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
김태연 범대위 상황실장은 “유족들이 시신을 모시려는 것도 막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열사들의 시신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지금 우리들이 경찰과 충돌하며 시신을 인도받을 경우, 이명박 정권과 보수언론들은 ‘좌파세력이 시신을 탈취했다’고 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인들의 시신을 온전하게 모셔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다”며 “대신 고인들의 ‘혼’을 모시고 거리로 나가자”고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은 붉은 천위에 고인들의 이름이 적힌 빈 관을 들고 거리행진을 시도했다.
빈 관 메고 거리행진 시도
하지만 경찰은 장례식장 부근 도로를 완전히 봉쇄한 채 이들을 가로막았다. 이에 흥분한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와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가 주차된 경찰순찰차 위로 올라가 거칠게 항의 했고, 전경들은 이들의 얼굴에 고춧가루 성분인 캡사이신을 난사하기도 했다.
▲경찰이 난사한 캡사이신을 맞은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가 쓰러져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가 오열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
결국 범대위 측은 오후 5시 20경 빈 관을 메고 도심으로 행진을 하려던 계획마저 중단했으며, 이날 충돌과정에서 참가자 1~2명이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6시경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부근으로 이동해 행진을 시도했으며, 다수가 연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류주형 범대위 대변인은 <레디앙> 기자와 만나 “순천향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희생자들의 시신을 인도받아, 서울광장에 ‘영안실’을 마련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참사 현장에서 추모미사와 ‘용산참사 반년, 범국민추모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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