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은 잘못한 게 없나?
        2009년 07월 20일 09: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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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이 사실을 다뤘고, ‘한국노동운동에 새 시대를 열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극찬했다. ‘결국’이라고 표현한 것은 KT노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올 일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KT노조로서는 그럴듯한 시기를 선택했다.

    민주노총 ‘정치투쟁’하는 것 맞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부문에 대한 강한 압박이 들어오고 있고, 현대중공업, 인천지하철 등에서 마치 무언가 새로운 노동운동이 만들어질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민주노총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이를 지지하는 일정한 세력이 형성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 KT노조가 ‘민주노총 탈퇴는 노동운동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배포하며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KT노조)

    내심 KT노조의 탈퇴를 신호탄으로 더 많은 노동조합이 민주노총을 탈퇴할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공기업 노조의 경우 KT처럼 정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노사가 쉬쉬하며 거래하고, 자기 사업장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그럴 개연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항상 그런 노조들은 민주노총의 과도한 정치투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맞는 얘기다. 현재만 하더라도 용산 철거민 참사,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미디어법과 비정규악법, 4대강 죽이기 사업, 교사와 공무원의 시국선언에 대한 탄압 등 굵직굵직한 ‘정치투쟁’이 진행 중에 있다.

    이런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자기 사업장의 조합원의 이해와 전혀 무관한 문제라고 판단하면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내려오는 민주노총과 소속 산별연맹 차원의 집회 동원을 견디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시 기업별 노조로 돌아가라”는 보수언론의 충고하는 대로 하는 것이 자기 사업장을 지키는 일이라고 판단한다면, KT노조나 서울도시가스노조처럼 하면 될 일이다. 예정대로라면 내년부터 시행될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그 동안 상급단체에 내왔던 의무금으로 이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집요한 ‘정치적 공격’

    이명박 정부가 감사원을 내세워 단체협약을 깨려 하고,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에서도 노조 전임자와 사무실을 지적하는 마당에 정부에 잘 보여 직접적인 화살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할 것이다.

    문제는 ‘돌아간 기업별 노조’는 당장 내 집과 사업장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집요하게 달려들고 있는 정권과 자본에게 집도 절도 다 빼앗길 것이지만, 이것은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철학의 차이니까 접어두자.

    정부와 자본에 길들여진 노조가 우리의 지향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대전교도소에 구속되어 있는 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이 집회에서 했던 말만 기억해 두자. "용산참사가 일어났을 때 화물연대가 총력으로 투쟁했더라면 박종태 열사가 죽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우리만 보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에 머물지 않고,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기회로 민주노총이 자신을 돌아볼 지점은 없는지를 성찰해보는 것이 보다 현명한 태도라고 본다. 우리는 정치적 투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언제부턴가 민주노총이 현장투쟁보다 거리투쟁에 더 전념하고 있다고 본다.

    현장보다 거리에 전념하는 민주노총

    당연히 그만큼 현장과의 의사소통의 문제가 생기고, 거리가 생기고 있다. 한 명이라도 조합원이 더 참가하도록 조직하기보다는 거리에서의 집회 전술이 더 발달하고 있다. 이건 문제다. 과거에는 집회를 조직하기 위해 그 의미를 교육하고, 토론하고, 현장과 소통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었다. 지금은 상황의 어려움이 있다손 치더라도 민주노총은 긴 공문과 지침으로 대신한다.

    지금 민주노총이 산별체제로 넘어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확대된 기업별 의식’ 안에 머물러 있다. 자신들의 사안에 대해서는 손쉽게 수천 명을 동원하는 전교조, 공무원, 언론노조 등은 물론 금속노조와 공공노조 역시 민주노총 전체 투쟁에는 그만큼을 동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산업별 노조 차원의 집회에서도 각 지부에서 몇 명이 왔는지를 서로 견주기도 한다. 그래서 등장한 방법이 일정하게 집회 참가 비율을 정해주는 것이다. ‘연대의식’과 ‘정치의식’은 거기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조합원과의 거리는 멀어져 있다. 소통보다는 공문이라는 관료적 방법이 우선된다.

    매번 총파업이라는 ‘전면전’을 말하는 것도 문제다. 현장은 움직이지 않는 데 계속 높은 투쟁을 얘기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결국 아무도 믿지 않는 총파업은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자조적으로 내뱉게 만든다.

    아무도 믿지 않는 총파업 선언 

    총파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데는 공감할 수 있지만 실력은 그럴 조건이 안 된다면 그와 다른 중장기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오히려 지금은 총연맹 차원에서는 집중할 사안을 선택하고, 해당 조직에서 최선을 다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시기다. 화물연대, 언론노조의 총파업과 그들의 최선을 다한 실천을 보면 이를 가늠할 수 있다.

    “새 운동의 승패는 내부 혁신과 현장 강화에 달려 있다.” “강력한 내부 혁신을 통해 우리부터 묵은 때를 벗겨내고 현장조직 강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KT노조가 탈퇴하면서 한 말이다.

    급격한 대중운동의 몰락과 노동운동의 체제내화, 그리고 현장과의 소통이 많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특히 오랫동안 현장에서 고락을 같이 하면 실천해온 활동가들도 자기 성찰과 함께 곱씹어 볼만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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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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