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십자병원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을
        2009년 07월 20일 08: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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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에서 민간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의료기관 수 대비 민간의료기관의 비중은 90%가 넘고 전체 병상 수 대비 민간병상의 비중은 80%를 웃도는데,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의 민간의료기관과 병상의 비중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우리나라는 가히 기형적인 수준이다.

    적십자병원의 공공성

    이에 지난 참여정부에서는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였고, 그 대책 중의 하나는 전국의 34개 지방의료원과 6개 적십자병원을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들 40개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보건복지가족부의 재정지원이 있었고, 이와 같은 정책적 노력이 충분치는 않았지만 해당 병원의 인프라 개선에 도움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 서울적십자병원 외부 전경

    특히, 적십자병원은 소유주체의 측면에서 보면 민간의료기관이지만, 이를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의 틀 안에 편입시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공의료 성격이 상당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한적십자사는 누적 적자의 해소 및 적십자사에 대한 다각적인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경영합리화 추진위원회’라는 조직을 구성하였고, 이 조직은 한 회계법인에 경영컨설팅을 의뢰하였는데 그 중간 결과가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병원사업의 경우 현재의 6개 적십자병원 중 대구적십자병원은 폐원, 서울적십자병원은 70% 축소라는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나머지 네 개 병원사업에 대해서도 궁극적으로 철수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적십자병원이 지금까지 견지하고 있던 지역 공공병원으로서의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의 위축 및 의료안전망의 해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적십자병원 혁신 방안이 공공성 훼손?

    현재 적십자병원들이 처해 있는 위기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중장기적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소위 혁신 방안이라는 것이 사랑, 봉사, 인도주의 정신과 같은 적십자 이념을 스스로 위배하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내용이라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IMF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이 시기, 적십자병원은 매각이나 구조조정을 운운할 때가 아니라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6개 적십자병원의 총 입원환자 중 33%가 의료급여 수급자이며 축소나 폐원이 거론되고 있는 서울적십자병원의 입원환자 중 43%, 대구적십자병원의 입원환자 중 67%가 의료급여 수급자라는 사실은 적십자병원의 축소가 사회적 취약계층의 의료 이용에 미칠 재앙들을 유추하기에 충분하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대한적십자사가 적십자 이념을 실현시킬 가장 중요한 사업영역이 병원사업임을 올바로 깨닫고, 병원사업을 통한 적십자 이념 구현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줄 것을 촉구한다.

    더불어 우리는 정부가 적십자병원의 문제를 대한적십자사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적십자병원이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체계 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후진국 미국에서도 하는데

    그러므로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보건복지가족부를 비롯한 정부가 적십자병원이 보다 질 높은 진료와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문제를 정상화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하지만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는 자생력이 취약한 공공병원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는 적십자병원의 재정적자 중 많은 부분은 사회적 취약계층들을 위한 진료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공익적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발생한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자유방임적 보건의료체계의 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조차도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병원이 공익적 사업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적자에 대해서는 100% 재정지원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9년 7월 16일
    사단법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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