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4당 공조 잘 돼가고 있는 건가?
        2009년 07월 17일 03: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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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촛불정국, 올해 초 용산참사,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작동’되고 있는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의 ‘야4당 연대’는 현재진행형이다.

    미디어-비정규직법 등 ‘MB표 사회적 악법’, 그리고 용산참사 대응과 관련해 현 정권에 맞서 일정 수준의 공동 전선을 유지해 오고 있는 ‘야4당 연대’는 ‘반MB연대’의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를 통해 국회 안팎으로 전선을 확대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월 1일 공동기자회견 중인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시민단체 관계자들

    각각의 불만들

    이들 야4당은 특히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주의 역행’을 화두로 결합력을 상대적으로 높이며, 지난 6월 10일 1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했고, 이어 오는 19일, 다시 한 번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서울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통해 미디어-비정규직법 등 ‘MB악법’ 저지를 위한 투쟁동력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야4당 연대는 ‘지향’의 공동 전선이라기보다는 ‘저항’의 연대체게 가깝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의 퇴행적 정책에 저항할 때와, 각 정파들의 지향하는 것들이 달랐을 때 전선은 흔들리게 된다. 당연하게 한계와 성과가 같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특히 야4당이 동의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사안별 연대’의 성격이 분명해서 ‘사안 밖 긴급 현안’은 오히려 왜소화되는 경향이 있다. 쌍용차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과 같이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진보정당 내의 불만의 목소리도 이 같은 배경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당내에서도 연대 틀에 대한 불만의 움직임이 있다. 지난해 국회 입법전쟁 과정을 비롯해 그동안 여야 대치국면에서 “대부분의 전력을 민주당이 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4당 연대’라는 타이틀을 걸면서 언론에는 민주당이 ‘n분의 1’처럼 비춰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당내에서는 일장일단이 있다는 사람도 있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연대를 하는 것이 목표달성에 도움이 된다”며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파병연장, 쌍용차 문제 시각차 분명

    이러한 야당 사이 입장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낸 대표적 사례가 지난 15일 ‘레바논 PKO 파병연장 동의안’이었다. 이날 진보정당들이 적극적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국 별다른 여론의 저항 없이, 한나라당-민주당의 합의 아래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병연장 동의안이 통과된 바 있다.

    지난 2일 한나라당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의 비정규직법 기습 상정에 대응해 진행된 야4당 기자회견도 ‘야4당 연대’의 명암을 잘 드러냈다. 이날 진보신당은 기자회견문에 동의하지 못해 불참했다. 기자회견문 초안이 현행 비정규직법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11시 기자회견인데 10시에 기자회견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쌍용차 문제도 야4당의 ‘합의 가능한 공동 이슈’에서 배제되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등 야4당 대표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MB악법 강행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란 메시지는 전달되었으나 쌍용차 문제는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특히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 6일, “외양상, 야당 공조가 몇 달째 건실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 같으나 (야당 공조가) 우리 국민에게 희망이 되려면 비정규-미디어법 등 입법 공조로만 머물러선 안 될 것”이라며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음에도 이런 입장은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해서는 시각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내가 민주당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보고 있으나 용산사태와는 달리 쌍용자동차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이 우리와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당리당략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신영철 대법관 탄핵 정국을 만들려던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시도는 창조한국당의 이탈로 무산된 바 있다. 창조한국당의 불참은 문국현 대표의 선거법 재판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사법부 비판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힘의 한계

    이처럼 제한된 범위 안에서 ‘작동’하는 야4당 연대는 외부의 적인 현정권의 퇴행적인 힘의 크기에 따라 결속 정도가 역으로 규정된다는 한계와 함께, 다 합해도 의석수 절반에도 크게 못미치는 ‘절대 열세’ 또한 이 연대틀의 현실적인 한계라 볼 수 있다. 

    그동안 야4당의 연대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이 보여왔던 시큰둥한 반응에 비해, 15일 친박연대가 포함된 야 5당 연대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반대 성명과 이어진 박근혜 전 대표의 ‘원펀치’성 발언이 가져온 파급력은 ‘야4당 연대’가 가진 ‘힘’의 한계를 잘 드러내는 우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이 ‘야4당 연대’의 한계를 내세우며 이를 배척하고 나가기는 쉽지 않다. ‘MB의 사회악법 저지’와 ‘용산참사 문제 해결’도 현 한국사회의 핵심적 당면 과제이며, 민주당의 참여 없이 여론의 탄력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기갑 대표는 “최근 친박연대가 미디어법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도 ‘야4당 연대’가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민사회단체들도 야당들이 기초적 연대의 틀을 마련해주어 행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등 긍정적으로 (야4당 연대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종권 부대표도 “민주당과 비정규직법-한미FTA 등 사회경제적 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현재 구성되어 있는 미디어-비정규직법을 중심으로 한 야4당의 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사안별-일시적 연대의 틀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 제한적 효용론을 강조했다.

    허태열의 빨갱이 발언 배경

    특히 국회 의석수로는 과반에 못미치지만, 이들의 의제 설정력과 대중 설득력이 반MB 여론 위에 올라타고 있는 다수 대중과 강력한 ‘접착’에 성공할 경우 그 파괴력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빨갱이 발언과 이를 추켜세운 박희태 대표의 발언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친박 계열 중진의원인 허태열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부산에서 민주당을 빨갱이들에 둘러싸인 ‘꼭두각시’라며 비난한 것은 대중과 야권의 결합을 차단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 그러나 흘러간 옛노래이기도 한 색깔론을 동원해보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4당 연대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 드러내놓고 의견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2010년과 2012년까지 내다보면서 광의의 정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현재 진행형인 야4당 연대의 경우 제한적이며 한시적인 ‘정치투쟁 공동체’라는 게 다수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응하기 위해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손을 잡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민들에게 ‘야당들이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정도”라며 “이것이 어떻게 발전해나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도 “‘MB악법’에 대한 공동대응이라는 동일한 목표에 근거한 한시적인 사안별 연대체”로 ‘야4당 연대’를 규정하면서 “이 연대가 포괄적이고 일상적인 연대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회찬 대표 직접 발제 눈길

    한편 진보신당은 20일, ‘반MB연대,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토론회에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변화된 정국에 대한 진보세력의 정치 전략과 대응, 87년-97년-노무현 정권 이후 후퇴한 MB정권 출현에 대한 진보의 명확한 규정, 현재 야4당 연대에 대한 한계 평가와 반MB연대론의 내용 및 성격과 전망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치러지며 노중기 진보신당 정책연구소 미래상상 소장의 사회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직접 발제자로 나서며 토론자로 김상조 한성대 교수, 이대근 경향신문 에디터, 임종인 전 민주당 국회의원,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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