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원장에 '듣도 보도 못한' 인물
    By mywank
        2009년 07월 16일 05: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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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전 청와대가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현병철 한양사이버대 학장(법대 교수)을 내정하자, 인권운동 단체 등은 “인권과 관련한 어떤 활동경력도 없는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을 인권위원장에 앉히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MB정부의 ‘듣보잡 인사’

    전남 영암 출신인 현 내정자는 △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 △사법시험 출제위원 △한국비교사법학회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한양대 행정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인권문제와 관련된 활동이나 연구 경험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사진=손기영 기자)

    현 내정자는 그동안 신임 인권위원장으로 거론되던 제성호 중앙대 교수(전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나 조명윤 명지대 교수(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 등에 비해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권위원장 인선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코드인사’라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고, 실질적으로 인권위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친정부 인사를 앉히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무총장 인선은 인권위원장의 추천을 받은 뒤, 전원위원회에서 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사무총장에 MB 측근 기용?

    청와대는 이날 “현 내정자는 대학장, 학회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균형감각과 합리적인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며 "인권위 현안을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시켜, 인권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 장애인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원장은 인권에 관한 전문성, 인권지향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며 “인권 현장에서 고민하고 싸워온 인권 시민단체로부터 겸허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임 인권위원장으로 내정돤 현병철 한양사이버대 학장  

    이들은 이어 “하지만 이번에 내정된 인물은 인권 현실에 대해 이렇다 할 기여나 활동도 없던 인물이다. 그야말로 인권 현장에서 보기에는 뜬금없는 인물”이라며 “신임 인권위원장 내정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인권위원장의 역할을 일개 행정관리자 정도로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청와대는 아무런 공개적인 추천이나 검증과정 없이 인권위원장을 내정했는데, 시민사회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공개적인 ‘후보선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오늘(16일) 내정해 내일 임명하겠다는 것은 시민사회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호영 민주법학연구회 활동가는 “주변에 있는 법학교수 20여명에게 현병철 내정자에 대해서 물었더니 그분들 첫마디가 ‘이사람 누구냐’였다”며 “현 내정자는 인권문제와 관련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권위원장은 행정가처럼 조직만 잘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인권위는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인권을 수호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인권위원장은 다양성 시민사회단체들과 소통하고 함께 갈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현장서 한 번도 못봤다"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는“지난 92년부터 인권운동을 했는데, 현병철 내정자가 인권 현장에서 나온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고, 관련 글을 쓴 적도 없었다”며 “인권위원장의 전문성은 인권을 위해 어떠한 권력에도 저항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인권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이 수많은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아니요’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부분만 보더라도 현 내정자는 인권위원장을 맡기에는 ‘비전문가’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16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현병철 신임 인권위원장의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현 내정자는 인권 관련 활동이 전무할뿐더러 국내외에서 인권위의 독립성을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며 “그 누구도 내정자가 인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인권위를 불편하게 여겨 온 정부가 ‘무색무취한 사람을 세운 뒤, 입맛대로 인권위를 통제하려 한다’는 세간의 의심을 증폭시키는 인사”라며 “인권위가 독립기구임에도 인권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법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 내정자 17일 취임식 열려

    인권위 수호를 위한 교수모임, 교수노조, 민주주의법학연구회도 공동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바로 임명절차를 끝내지 말고, 내정자에 대한 검증절차를 밟기를 바란다”며 “현행법상 인사 청문이 어렵다면 시민사회와 협력해 사회적 검증절차를 거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현병철 내정자는 임명장을 받고 17일 취임식을 한 뒤,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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