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헌법에서 민생민주헌법으로"
        2009년 07월 16일 05:1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개헌론’을 두고 정치권이 배회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17일 제헌절 축사에서 개헌 군불지피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 정당의 움직임이 바빠지는 가운데 천정배, 이종걸 의원 등 민주당 개혁파들이 중심이 된 ‘민생정치모임’은 16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헌논의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모습.(사진=정상근 기자)

    이 자리에 참석한 천정배 의원 등 민주당 정치인들과 조승수 의원은 한 목소리로 현재 정부여당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개헌론’이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처한 정국난맥을 돌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헌론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 수그러들자 개헌 논의도 들어가"

    특히 조승수 의원은 “김형오 의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조기 개헌론자들이 중심이 되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합류한 조기 개헌론은, 공교롭게도 촛불시위가 하강국면에 접어드는 것과 동시에 사그러들었다”며 “역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다시 확산될 경우 개헌론은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충격파로부터 어느 정도 헤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개헌론을 제기할 이유는 지극히 낮다”며 “만약 현재 국면에서 정부여당이 개헌을 추진한다면, 국회에서 수구보수의 압도적 우위 상황에서 개헌을 통해 새롭게 탄생할 헌정질서는 ‘개선되기 보다는 개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도 “87년의 결과로 만들어진 현 헌법은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 시대변화를 새롭게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 등으로 인해 수정이 불가피하나, 개헌에 앞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 변화와 인적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개헌을 정국난맥상 돌파의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걸 의원 역시 “개헌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학계와 시민사회는 수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진보진영에서는 한나라당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개헌 논의가 자칫 민주주의의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 자체는 필요

    그러나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정치인들은 ‘개헌’ 그 자체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변화된 정세에 맞는 ‘민생’을 담아낼 수 있는 개헌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천정배 의원이 ‘4년 중임제’를 제안한 데 비해 조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 수준으로 충분히 개헌의 문제의식을 담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종걸 의원은 “어떤 형태로든 그 운영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천정배 의원은 “개헌논의가 이루어진다면 87년 ‘민주헌법’에서 ‘민생민주헌법’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경제민주화를 강화하는 한편 권력구조에 있어서는 4년 중임의 정부통령 러닝메이트제와 결선투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는 청산해야 하지만 정부형태는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며 “대화와 타협, 법의 준수와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 민주적인 정당제도와 정치자금제도 등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정부형태를 취한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권력구조 개편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는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8년을 맡기는 것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정당정치가 북유럽의 다당제로 나가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개헌이라는 방식을 통해 이러한 목표를 성취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 훨씬 효과적인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보다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수 "개헌보다 선거법 개정을"

    조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혁파하고 정당정치, 책임정치, 정책경쟁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진보/보수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당 배열이 가능하도록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완전비례대표제(정당투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강력한 정치 재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에 앞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개헌은 필요한데, 개헌 논의가 국면전환용이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안을 호도하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이 너무 앞서가는 것 보다는 학계나 시민사회에서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도록 개헌논의를 하고 정당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정체성에 맞게 개헌연구를 착실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장이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지만 (개헌이) 국민적인 관심사이고 과거부터 논의되어 왔으니까 모른 체 할 수는 없다”며 “민주당이 안고 있는 이런 저런 고민에 대해 오늘 토론이 당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종인 국회헌법연구자문위원장과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기조발제로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 박창식 선임기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정성호 민생정치모임 이사, 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