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바람, 불어올까?
    2009년 07월 16일 02: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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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61주년 제헌절을 기점으로 개헌논의가 불붙을 수 있을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 솔솔 불어오던 개헌 바람이 김형오 국회의장을 기폭제 삼아 정치권을 강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헌’ 자체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17일 제헌절 기념사를 통해 여야가 참여하는 개헌특위 구성을 정식으로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 의장은 구체적 개헌시기로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을 지목할 예정이다.

김형오, ‘지방선거 전’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2007년 대선에서 이미 각 정당의 후보들 모두 지지의사를 밝히며 형성되어졌다. 그 방식과 방향은 ‘백가쟁명’이나, 87년 6월 항쟁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행 헌법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각 정치세력들 모두 지적하고 있는 만큼 김 의장의 개헌발언을 기폭제 삼아 ‘개헌정국’이 조성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실제 각 정치진영에서 ‘개헌’을 대비하는 움직임들이 감지된다. 여야 의원 186명이 참여한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최근 잇달아 토론회를 열고 개헌론 군불지피기에 나서고 있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4년 중임제 개헌론”을 주장하는 등 차기 대권주자들의 개헌론에 대한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천정배 의원, 이종걸 의원 등 민주당 개혁파들이 소속되어 있는 ‘민생정치모임’도 16일 오후 ‘개헌논의의 허와 실’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종인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장,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발제로 이종걸 의원, 조승수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처럼 ‘개헌정국’이 조성되면 진보정당들도 개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개헌’에 대한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으나, 개헌론이 정국반전카드로 사용되는 등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에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노회찬 대표는 16일 대표단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명박 정부 들어 민생파탄과 민주주의 위기가 심각한데 과연 지금이 개헌을 논의할 때인가”라며 “문제의 출발지는 헌법이 아닌 대통령이라는 것이 국민 다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개헌논의는 초상집에서 성형수술하자는 것”이라며 “본질을 호도할 수 있는 지금 개헌논의 자체에 대해 반대하며 국회의장은 미디어법, 비정규법에 대한 직권상정을 포기하고, 입법부 수장으로서 합의처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도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개헌은 지난 대선에서 각 후보 진영의 주요 공약사항이었고, 현 헌법이 87년 이후의 문제의식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문제는 집권여당과 정부가 이를 ‘정국반전카드’로 사용할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헌 논의가 필요하지만 정부여당, 김형오 국회의장의 발언 등을 놓고 볼 때 이 논의가 어떻게 귀결될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장도 “민주노동당은 이미 개헌논의가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한 바 있으며, 지금 시기에서 개헌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정략적 이용에는 거부감

그러나 양 당 모두 개헌논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진보신당은 이미 지난 6월 25일 대표단이 참여하는 개헌관련 워크숍을 연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노회찬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철한 진보신당 정책실장은 “개헌에 대한 당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대통령제에 대한 우리 당의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이원집정제와 내각제 등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당내 논의들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소선거구제가 분명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선거제도 개헌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이에 정책연구소 ‘미래상상’ 산하에 ‘담론전략팀’을 구성하고 여기서 개헌에 대한 공식입장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석준 미래상상 연구소 정책실장은 “담론전략팀에서 개헌에 대한 초벌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오는 20일 토론회에서 노회찬 대표의 발제문을 통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개헌 방향에 대해 “1987년의 민주-반민주 구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고, 단일화된 세계라는 새로운 환경에 처했으며, 국가 구성원의 욕구가 급격히 확대된 점을 고려할 때 개헌의 필요성은 실존한다”면서도 “현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개헌이 가능한 여건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조승수 "제대로 된 절차 필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한 논의와 준비는 필요하다”며 “‘장기 논의-합의 추진’이라는 조건을 달아 개헌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구성원의 사회복지수급권과 국가의 급여 의무가 명시적으로 표현되어야 하며 나아가, 기초소득보장 등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승수 의원도 “개헌논의가 시작될 경우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권력구조에 대한 것 뿐 아니라 기본권, 환경권 등 87년 헌법이 담지 못한 여러 사회적 의제들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까지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지난 20일, 정책당대회를 통해 집권전략위원회가 제출한 ‘민주노동당 집권 10대 과제’에서 “민주노동당은 한국사회의 특수한 조건에 적합하고, 민주주의 일반원리에 입각해서도 우월한 것으로 입증된 대통령 중심제를 지향한다”는 입장을 공식 채택한 바 있다.

최규엽 소장은 개헌논의에 대해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 논의도 중요하지만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규정한 헌법이 있음에도 하위법으로 북한 영토를 ‘수복대상’으로 설정한 영토문제와 경제생존권의 문제, 인권문제 등을 함께 담아야 진정한 개헌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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