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기-약탈 세력에 맞서 싸우겠다"
        2009년 07월 15일 1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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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수 의원(사진=김경탁 기자) 

    취임 80여일 만에 본회의장에서 취임선서를 가진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한나라당 의원들은 “인사말만 하라”며 고성을 지르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조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17대 국회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중도하차하고, 18대 국회는 중도승차를 하게 된 셈이어서 남다른 소회가 있으나 오늘 이 자리에서 개인적인 소회를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국회가 처한 현실 앞에서 적절치 못하다”며 포문을 열었다.

    "MB의 시장만능주의와 배제의 정치"

    조 의원은 정치, 사회, 경제적 현안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현안 마다 극한적인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고 밀어붙이기와 결사반대만 난무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며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시장 만능주의와 배제의 정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뒤에 있는 투기와 약탈의 세력, 비정규직과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를 약탈하여 치부하는 세력, 부동산 투기를 위해 4대 강 정비 등 자연 파괴와 난개발을 부추기는 세력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이미 거리에서, 삶의 현장에서 맞서 일어서고 있는 노동자 서민 대중과 함께 하겠으며, 이에 동감한다면 어떠한 세력과도 넓은 틀에서 연대해나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의원은 “야당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대립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민주정부 10년의 집권 과정에서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쓰라린 경험에 대해 성찰하거나 혁신하지 않고 단순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반MB전선’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 현 정부의 대안이 될 수도 없다”며 반MB연대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진보정당 역시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반대만 일삼는 낡은 운동권, 민주노총과 북한 문제 같은 특정 주제에 대하여 어떤 토론도 비판도 금기시하는 집단 등의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고 비판한 뒤 “진보정당이 가장 앞장서서 제시해야 할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를 구체화하는 데는 게을렀고 진보신당 역시 초보적 수준에서 더 많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문제 민주정부 10년으로부터 시작"

    이어 “분열과 배제의 수구보수도, 성찰과 혁신 없는 낡은 진보도 한국 사회의 대안 정치세력이 될 수 없다”며 “나와 진보신당은 이러한 현실 위에서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으로 진보를 재구성하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재설계하여 국민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의 발언이 이어지자 한나라당 의원들 쪽에서는 “인사만 하라”는 고성이 이어졌다. 여기에 김형오 국회의장도 조 의원의 인사가 끝난 후 “국회에는 좋은 선례와 나쁜 선례가 있는데 좋은 선례만 따라 달라”며 “인사 시간에는 인사만 해달라"고 이야기하자 민주당 의원석 쪽에서 “직권상정이 제일 나쁜 선례”라는 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함께 선서했던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은 “왼쪽 가슴에 있는 배지는 이명박 대통령 1년의 실정에 결과물”이라며 “국회가 민의의 전당으로서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신독재를 막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승수 의원 취임 인사말 전문 

                                                      *  *  *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울산 북구 출신 조승수입니다.

    17대 국회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중도하차 할 수밖에 없었던 저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인해 18대 국회에도 이렇게 중도승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의 표현대로 ‘복직’을 하게 된 셈이어서 남다른 소회가 있습니다만 오늘 이 자리에서 제 개인적인 소회를 말씀드리기에는 오늘의 대한민국과 국회가 처한 현실 앞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평등, 평화, 생태, 연대를 기치로 원내에 처음 진입한 진보신당의 국회의원으로써 진보신당 2만여 당원들에게 보고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비정규법과 미디어관련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회 밖에서는 6개월이 다 되도록 장례조차 치루지 못하고 있는 용산참사의 고혼들이 유족들의 울부짖음 속에 병원 영안실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먹튀자본에 팔아넘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정부 외면 속에서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60일 가까이 극한의 생존권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간제 비정규 노동자들의 경우, 정부가 100만 해고 대란설을 어떻게든 입증하려는 듯 공기업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22조원을 투입, 생명의 강을 썩어가는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늘어나는 일자리는 건설 일용직이고 재벌 건설사들의 배만 불리는 사업이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부자감세와 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인해 정부재정 적자가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 해 이자 상환만 20조에 이르러 건전재정, 균형재정 원칙은 고사하고 나라 살림이 거덜 나는 국가 재정파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화해와 협력이 아니라 대결적 자세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체제수호 최우선 전략과 결합하여 ‘북핵실험’을 초래하였습니다. 이 결과 한반도와 남북 민중의 운명은 평화와 통일이 아닌 전쟁과 공멸이라는 늪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의 핵심적 가치인 집회, 결사의 자유는 경찰의 일상화된 폭력 앞에 짓밟히고, 시국선언을 발표하였다는 이유로 목회자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는 기막힌 현실이 목도되고 있습니다. 양심의 자유마저 부정되는 헌법 유린이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 급기야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의사파시즘, 민간독재라는 경고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현안 마다 극한적인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고 밀어붙이기와 결사반대만 난무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명박정부의 시장 만능주의와 배제의 정치에 있습니다. 노동을 배제한 경제 정책,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하고, 편가르기식의 배제정치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정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배제와 독단의 정치를 초래하는 과정에서야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립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이명박정부 뿐만 아니라 이전 민주정부 10년의 집권 과정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이른바 민주정부 시기에 극심해진 사회 양극화 때문이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민주주의는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지극히 무능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경제’를 살려주겠다는 감언이설만 믿고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 아닙니까? 이제 이명박 정부가 민주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무능하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그와는 별개로 민주정부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능했다는 그 기억은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쓰라린 경험에 대해 성찰하거나 이로부터 혁신하지 않고 단순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반MB전선’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고, 따라서 현 정부에 대한 대안이 될 수도 없습니다.

    진보정당 역시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진보정당 역시 반대만 일삼는 낡은 운동권, 민주노총과 북한 문제 같은 특정 주제에 대하여 어떤 토론도 비판도 금기시하는 집단 등의 이미지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진보정당이 가장 앞장서서 제시해야 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를 구체화하는 데는 게을렀습니다. 제가 속한 진보신당 역시 그 초보적인 수준에서 아직 많이 앞으로 더 많이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분열과 배제의 수구보수도, 성찰과 혁신없는 낡은 진보도 한국 사회의 대안 정치세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진보신당은 이러한 현실 위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저와 진보신당은 뼈를 깍는 성찰과 혁신으로 진보를 재구성하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재설계하여 국민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국회에 다시 들어온 것은 채우지 못한 임기에 대한 집념도, 진보 내부의 경쟁을 위해서도, 3선의원이라는 이후 명예를 위해서도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의 뒤에 있는 투기와 약탈의 세력, 비정규직과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를 약탈하여 치부하는 세력, 부동산 투기를 위해 4대 강 정비 등 자연 파괴와 난개발을 부추기는 세력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이미 거리에서, 삶의 현장에서 이런 퇴행적인 투기 약탈 세력에 맞서 일어서고 있는 노동자 서민 대중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 대의에 동감한다면 어떠한 세력과도 넓은 틀에서 연대해나가겠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대변하는 저 낡은 부자 중심 투기 토건 국가가 아니라 생태적 조화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 국가, 초록 복지 국가를 건설해 나가겠습니다. 정치가 서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챙기는 그런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들의 격려와 충고 그리고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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