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검사 "수사활동비는 생활비"
By 내막
    2009년 07월 14일 10: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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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과정에 ‘구속 의견’을 가장 강하게 어필했던 것으로 알려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구속 의견의 근거로 생각했던 기준이 정작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13일 인사청문회에서 천성관 후보자는 검찰 간부에게 지급되는 ‘수사활동비’가 "가계 보조 명목으로 개인적으로 쓰라고 주는 돈"이라고 말했다. 천 후보자의 월 가계소득에 비해 과다한 지출(2007~2008년 사이에만 9800만원 적자?)에 대한 소명 과정에 나온 이야기이다.

   
  ▲ 13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검찰에서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천 후보자는 2007~2008년 매월 250만원 가량의 수사활동비를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이 직원 격려금 등으로 사용되는 것이어서 개인 소득에 잡히지 않는다고 답변한 반면 천 후보자는 "내가 쓸 수 있는 돈이라서 가계소득으로 잡아도 되는지는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노무현 대통령 관련 수사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의 핵심 혐의는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했다는 것이었고,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횡령 공범으로 엮어 넣으려 했었다.

‘특수활동비’는 대통령이 재량껏 사용하는 일종의 ‘판공비’ 성격의 돈으로,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와 비슷한 성격의 돈이면서 훨씬 규모가 큰 연간 1조2천억원(5년간 총 6조원)의 ‘대통령 특별교부금’을 자신이 사용하지 않고 각 부처에 나누어 줘서 화제가 됐었다.

‘유일한 증인’ 도피성 해외 출국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는 단 한 명의 증인이 여야합의로 채택됐다. 천 후보자에게 아파트 매입자금 15억여원을 선뜻 빌려주고(이자를 받았는지도 불분명하다), 천 후보자 부부와 함께 해외 골프여행을 다니면서 명품핸드백도 현금으로 덜컥덜컥 사주었던 것으로 의심을 받는 박경재 일신페이퍼 사장이다.

그러나 박경재 사장은 13일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원장이 동행명령을 집행한 결과 7월8일 일본으로 출국했으며, 청문회 다음날인 14일 귀국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는 인사청문회에 출석해서 모든 의혹을 밝히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뒤에서는 출국 전 날인 7일까지 야당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청문회 증인채택을 피하기 위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증인채택 로비에 실패하자 연락을 끊고 해외로 도피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선거법 위반이 문제가 되자 자신의 비서였던 ‘폭로자’ 김유찬을 회유해 해외로 도피시켰던 일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박씨는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세운6지구에 건물을 다수 보유하면서, 이 지역 재개발조합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지역은 지역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제2의 용산참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는 곳이다.

박씨가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 용산참사 같은 상황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귀막은 대통령, 존재감 사라진 국회

이렇게 묻지마 출석거부를 하는 증인을 위해 국회는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 증언·감정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한 증인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에 의해 기소된 사례가 거의 없고, 아직까지 실형을 받은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위증’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되어있지만, ‘위증’으로 처벌받은 사람도 전무한 실정이다.

단적인 예로, 탄핵이 거론되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의 경우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의 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지만 아직까지 검찰 수사는 전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경재에 대한 동행명령 집행에 앞서 민주당 소속 청문위원들이 박씨의 해외 출국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확인을 거부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청문위원들이 요구한 자료 제출에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대놓고 국회를 무시했다.

특히 이날 청문위원들이 추가 요구한 금융자료 제출 등에 대해 검찰은 "후보자 본인의 금융자료는 실정법상 비밀이 보장되는 자료. 제출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본인이 제출하면 되는데, 실정법상 비밀이 보장되어있으니까 ‘나는 제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완전히 국회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고, 박영선 의원은 "인사청문회 후보자가 실정법상 비밀이 보장되어있기 때문에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처음 본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오히려 "공직 후보자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룰이 있는 것"이라며, "양당 간사가 자료 제출요구에 응할 것이냐고 물어도 응해서는 안 된다"고 천 후보자에게 충고하기도 했다.

위증도 처벌 않는데 인사청문회는 뭐하러 하나

사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치권에서는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절차 자체가 과연 의미 있는 정치적 행위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인사청문회를 가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와 8일 인사청문회를 가진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해 모두 심각한 결격사유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임명의사를 철회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는 인사권자의 인사행위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사권자가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더욱이 인사청문 대상인 공직후보자가 위증을 하거나,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요구를 받은 사람이 불출석을 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국회 인사청문회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더 심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법치주의’를 강조해왔으며, ‘떼법문화’를 청산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 ‘떼법문화’ 청산보다 시급한 것은 ‘배째라 문화’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검찰의 직무유기를 청산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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