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은 1천명 한국은 20명
        2009년 07월 14일 08: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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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발암물질은 400종 이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56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찾아내지 않으면 막을 수도 없다. 정부는 소극적이다. 전문가들과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여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발암물질 감시 운동의 중요성과 대책, 외국 사례, 현장과 결합된 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전문가의 글을 7차례 연재한다. 이 글은 주간 <변혁산별>에도 동시에 실린다. <편집자 주>

    연재순서

    1. 들어가며 : 한국에서 발암물질감시운동이 시작되다
    2. 유럽 신화학물질관리제도 (REACH) 도입배경과 경과
    3. 유럽 시민사회단체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에 대한 적극적 대응
    4. 유럽 노동조합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에 대한 적극적 대응
    5. 다시 한국에서, 문제는 무엇인가?
    6. 한국의 발암물질목록은 시민과 노동자의 공동작품이 되어야한다
    7. 마치며 : 발암물질감시운동, 현장에서부터 함께하자

    발암물질에 관련한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법제도의 정비, 사회적 원칙의 확립, 그리고 전문가들의 관점과 노력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제도의 문제점 : 시대에 뒤떨어진 금지 목록

    화학물질 관리를 기업의 양심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아주 위험한 물질은 제조나 수입을 금지하여야 하며, 그 다음으로 위험한 물질은 기업이 제조나 수입을 국가에 요청하고 국가가 그 필요성과 안전대책을 검토한 후 허가해 주어야 한다.

    그보다 독성이 덜한 물질들은 지속적인 감시를 통하여 문제를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러한 관리체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있다. 문제는 제도가 있느냐 아니냐 보다는 어떻게 작동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 제37조 ‘제조등의 금지’에 따르면 “직업성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되어 근로자의 보건에 특히 해롭다고 인정되는 물질”과 “중대한 건강장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물질”은 제조, 수입, 양도 등을 금하도록 되어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현재 대략 70종 정도의 물질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적극적 금지가 아닌 소극적 금지에 머물고 있다. 예를 들어 금지물질 목록 중 1번을 차지하고 있는 황린성냥의 경우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제조금지된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생산이 되지 않는 물질이다. 만약 노동부가 이제부터라도 노동현장에서 어떤 물질들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지 조사한다면, 아마도 금지 물질이나 허가물질의 종류는 새로 작성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자국의 노동자들이나 시민들이 어떠한 발암물질에 노출되느냐 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정부 기관과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서 발암물질 노출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위험한 인구집단을 찾아내며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 물질에 누가 어떻게 노출되느냐에 대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발암물질 목록도 개정하지 않고 놔두고 있는 실정이다.

    발암물질을 바라보는 관점 : 사전예방적 관점

    사실 국가에서 금지목록이나 허가대상목록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아무리 독성이 약한 물질이라도 독성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사용하다보면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환기도 안 되는 컨테이너에서 외국인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노말헥산이라는 물질을 사용하다가 앉은뱅이 병에 걸린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화학물질은 위험하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발암물질이 그렇다.

    어떤 물질이 발암물질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수 십 년 간 사용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암이 발생한 것이 확인된 물질을 우리는 ‘인간 발암성 물질’이라고 부른다. 석면이 대표적이다.

    사람에 대한 자료는 있지만, 아직 충분히 암에 대한 자료가 모아지지 않은 경우 동물실험 결과를 활용한다. 사람에게서는 자료가 불충분하지만 동물에게서 암의 발생이 확인된 경우 ‘동물발암성 물질’ 또는 ‘발암 의심 물질’이라고 부른다. 사람이나 동물실험 모두 아직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발암물질이 아닌 것으로 취급한다.

    황산, 외국에선 발암물질, 한국에선 안전물질

    그런데 어떤 사회에서는 동물발암성이 확인되기만 하여도 집중적으로 관리 대책을 수립한다. ‘사전예방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람에게서 암이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 확인하려면 수 십 년의 세월이 흘러야 하는데,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대책 없이 물질을 썼다가 나중에 발암물질로 인정될 경우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 뻔하다.

    그러므로 발암가능성이 있다면 철저히 주의하자는 원칙이 사회적으로 수립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람에게서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물질만 발암물질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받는 물질들은 대부분 자극성 물질이나 유해물질로 분류되면서 현장 곳곳에서 대책 없이 사용되는 것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황산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황산은 국제암연구소 등에서는 이미 발암성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황산을 그렇게 많이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발암성 표지판 하나 제대로 세운 곳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1년에 직업성 암환자가 1천명 산재인정 받는 동안 겨우 20명 산재인정 받는 현실은 바로 이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기발견 조기치료 이제 그만하자

    전문가들도 반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조차 암에 대해서는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기발견이나 조기치료는 이미 암이 발생한 다음에 하는 조치가 아닌가? 작업장이나 생활 속의 발암물질들을 없애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한 일인가? 국가가 늑장 대응을 하거든, 전문가들이라도 나서서 발암물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대체물질을 안내하며,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암을 치료하는 기술은 매우 고도의 의료기술이며, 막대한 기금과 인력이 투입되는 연구 분야다. 만약 이러한 비용의 아주 일부만이라도 현장의 발암물질 노출을 줄이기 위한 대체물질 개발 등에 사용되었다면, 우리의 현장은 지금보다 훨씬 안전해졌을 것이다.

    대규모 화학물질 제조회사들이 암치료연구기금은 내놓을 수 있지만, 대체물질 개발기금을 내놓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뿐이다. 전문가들이 자본과 국가가 만들어놓은 판에 길들여져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피해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볼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 전 세계 2000여명의 전문가와 단체가 발암물질에 대한 선언을 한 적 있다. 이들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정책이었음을 국가가 인정하고, 직장과 생활소비재 중의 발암물질을 몰아내는 것에 대해 국가의 역할을 수립하자는 요구를 하였다.

    이제는 전문가들이 중립의 허구적 지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정의를 추구하는 하나의 주체역할을 요구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전문가들이 뭉쳤다. 이제는 발암물질에 대해 더는 눈감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전문가들이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이다.

    이 부분은 앞서 소개하였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는 않는다. 다음 시간에는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한 발암물질감시운동에서 시민과 노동자가 하나 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 관심있으신 분들은 발암물질과 관련한 자본의 영향력에 대해 정리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safedu.org/news/service/article/mess_01.asp?P_Index=708&f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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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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