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해결 촉구 976인 단식 농성
    By 나난
        2009년 07월 11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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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70m 굴뚝에 오른 지 60일, 옥쇄파업을 진행한 지는 51일이 지났다. 공장에 ‘갇힌’ 지 두 달, 쌍용자동차 사태는 더 이상 쌍용차 노동자, 평택시민, 자동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11일, 976명의 노동자․시민은 쌍용차 976명 해고자의 마음으로 하루 단식농성을 전개했다.

    976명이라는 수자

    11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는 또 다시 “공적자금 투입하라”, “정리해고 철회하라”, “해고는 살인이다”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벌써 두 달째 엄마 손을 붙잡고 폐쇄된 공장으로, 서울 시청광장으로, 청와대로 쌍용차 사태를 알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 다닌 아이는 고사리 손에 피켓을 들고 “정리해고 분쇄 투쟁” 을 외쳤다.

       
      ▲옥쇄파업 51일째를 맞은 11일, 쌍용차 가족대책위는 사태 해결을 위해 연대를 호소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자동차산업회생 범대위와 경기도범도민대책위, 쌍용차공동투쟁본부 주최로 11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오전 10시부터 976명 하루 단식농성이 진행됐다. 976명은 다름 아닌 쌍용차로부터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의 수와 일치한다.

    이날만큼은 “내가 976명의 정리해고자”라는 마음으로 마로니에 공원을 채운 이들은 쌍용차 조합원들을 ‘최소한’의 행동으로 단식을 전개하며 ‘최대한’의 연대을 다짐했다.

    이들은 “정부와 사측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에만 골목하며 쌍용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쌍용차를 이대로 방치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하며 쌍용차 사태가 올바르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대에 나섰음을 밝혔다.

    현재 쌍용차 사태 해결과 관련해 상하이차와 쌍용차 사측은 정리해고 강행 입장을, 정부는 노-사 간 문제라며 ‘개입 의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단식농성 참가자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이 50일을 넘는 동안 대안 제시는커녕 성실한 대화나 교섭의 태도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쌍용차 해고자 976인의 투쟁을 지지하며 하루 단식집회를 전개한다”고 밝혔다.

    "연대만이 살 길"

    하지만 이날 오전 경찰이 평택공장에 진입해 쌍용차 조합원들이 옥쇄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도장공장을 제외한 공장 모든 시설을 점거한 소식이 알려지자 유쾌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걱정과 염려로 가라앉았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민규 조합원은 경찰의 공장 진입 이후 옥쇄파업을 전개 중인 조합원과의 통화 내용을 알리며 연대의 힘을 호소했다.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공장 안 동지는 ‘두려울 것 같았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공장 밖에서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금속노조를 넘어 전국의 모든 노동조합이 연대해 줄 때 이 싸움을 승리로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 사태는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쌍용차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진영 탄압의 축소판일 뿐이다. 정부에 맞서 대한민국 노동자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자”며 연대를 호소했다.

    쌍용차 사태를 알리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 힘든 투쟁 속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쌍용차 가족대책위는 이날 문화공연에서 만큼은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책위의 한 회원은 “오늘 아침 공장 안으로 경찰이 들어왔다”며 “머리가 복잡해 여기서 공연을 해야 하나, 지금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단식농성에 참여한 이들을 향해 “동지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며 “여기 모이신 동지 그대로 평택공장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저희가 꼭 악착같이 싸워 정리해고 철회시키고, 여러분께 승리로 보답하는 날 만들겠다. 절대 쓰러지지 않겠다”며 다짐했다.

       
      ▲ 976명의 쌍용차 해고자의 마음이 된 단식농성 참석자들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공권력 투입 반대를 외치며 공장에 ‘갇힌’ 노동자들과 함께했다.(사진=이은영 기자)

    금속노조는 쌍용차 투쟁을 전면에 내걸었다. 오는 15~16일 수도권 집중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금속노조는 22일을 승부수를 띄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속노조 남택규 수석부위원장은 “자기가 어려울 때는 다른 사람이 도와주기를 바라지만 막상 자기 상황이 괜찮아지면 (연대의 힘을) 잊기 일쑤”라며 “은행나무도 어우러지지 않으면 열매 맺지 못하듯 가족과 떨어져 2달 가까이 어려운 투쟁중인 쌍용차 조합원들에게 연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용산 범국민추모제 참석

    공공운수연맹 고동환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는 2001년 대우자동차에서 1,250명이 정리해고 될 때 이미 아픔 맛봤다”며 “더 이상 노동자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정리해고제는 필요하지 않다. 이제는 자본과 정부를 정리해고 하는 정리해고법을 재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여론조사 기관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정부와 상하이차의 책임을 물었고, 정상화를 위한 인력감축과 공권력 투입에 각각 63%와 79%가 반대했다. 자본의 무능경영으로 초래된 경영위기의 책임과 고통을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정리해고와 이를 비호하는 공권력 투입의 명분이 없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976명의 단식농성단은 선언문을 통해 “쌍용차에 공적자금 투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 일자리 창출보다 질 높은 일자리를 지속시킬 수 있는 길”이라며 “정부는 공권력 투입이 아니라 공적자금 투입으로 20만의 알자리와 생존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들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잘못된 정부정책과 자본의 책임을 묻고, 스스로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너무도 정당하다”며 “노동자의 투쟁을 왜곡하고 탄압하며 쌍용차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더욱 큰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연대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쌍용차 해고자 976인이라는 각오로 대 정부 투쟁과 모든 연대를 실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후 3시경 단식농성 집회를 마친 이들은 용산참사 범국민추모제 참석을 위해 서울역으로 이동하며 대국민 선전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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