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대란 '사유제한'이 해법이다
    By 나난
        2009년 07월 10일 06: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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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제한은 ‘혁명적 발상’이 아니라, ‘상식을 실천하는 대안’이다.” 10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비정규 월례포럼’에서 김성희 소장은 “직무(와 개인)의 상시-임시 기준을 채택하자”며 “고용형태를 결정하는 고용원칙의 측면에서 사용사유제한을 제1의 요구”로 설정했다.

    이남신 센터 부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월례포럼에서 김성희 소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하고 “기간제한 중심의 비정규 해법은 한국 사회에 만연된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을 제어하는데 역부족”이라며 현 비정규직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현재 여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비정규직법 연장, 유예 주장에 대해 “어떠한 조처를 취하든 기간제한의 틀 안에서는 100만이 아니라 840만 비정규직이 수시로 해고를 경험하게 된다”며 “극히 일부의 고용연장을 빌미로 기간 연장을 꾀하는 정부여당과 보호하는 시늉만 내는 민주당의 2년, 4년 숫자놀음에 정작 근본적 해법 논의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사진= 이은영 기자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은 기간연장을 유지하며 근본적 대책을 만들어가자며 고용 유연화를 해법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김 소장은 “고용 유연화는 비정규직 확대, 전 노동자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공부문 정원 10% 감축 방침으로 비정규직을 사지로 내몰면서 그 자리를 더 열악한 청년인턴으로 채우는 고용 대책과 똑같은 발상”이라며 “대안은 분명히 있는데 엉뚱한 얘기만 난무하다”고 비판했다.

    대안 놔두고 엉뚱한 얘기들만

    또 그는 “5년, 7년 이상 상시적으로 활용했던 비정규직은 비정규보호법 아래서는 바로 정규직이 되는 게 맞다”며 “이런 상식을 뒷받침하려면 ‘상시적인 일은 정규직으로, 일시적이거나 임시적인 일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고용기준을 세우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현행 비정규직법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에 대한 문제점들도 지적했다. 정부 여당의 ‘100만 해고설’을 필두로 한 기간 연장과 유예 입장에 대해 그는 “기간제한으로 최대 5만명이 순차적 해고를 당하며 유예기간 보완 방안은 동상이몽의 가능성이 크다”며 “일상적 대량해고는 기간연장(유예)으로 해결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과 한국노총, 일부 시민사회노동단체의 2년 유지안에 대해 “기간연장 2년의 단기적 폐해의 의미가 축소됐고, 간접고용 전환 등의 폐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서도 “일상적 대량해고 임을 인정하고, 전면적인 법 개정으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 유지 또는 강화 입장을 주장하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법안 전면개정 주장의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일부 민주당과 차별성 없이 정규직 전환지원제도를 통해 무기계약직 촉진이라도 잘 하도록 유도하자는 입장을 보여 자기 정체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입장 정리가 필수”라고 꼬집었다.

    진보진영 대안에도 문제

    토론에 나선 민주노총 박유순 미조직비정규국장은 “기조에 대체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정부 여당의) 비정규직법 개악을 저지하는 방향에만 힘을 쏟은 게 사실이고, 민주당과 동조하며 정규직화 기금 마련으로 운동이 전환되며 민주노총의 입장이 불명확해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향후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를 넘어 입법투쟁, 노동기본권 투쟁을 중심으로 한 2기 전략조직화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며 "지도부를 비롯한 민주노총 전체 조직이 노동기본권을 온전하게 쟁취하기 위한 전국순회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 조성주 보좌관은 “해고대란은 없어도 실업대란은 있다”며 “2008년에만 58만명의 노동자가 해고됐고, 올 5월까지 32만명, 올해 말이 되면 70만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보좌관은 “일상적인 실업대란의 원인은 경제 위기와 정부 정책 실패에 의한 것”이라며 “사용사유제한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법을 전면 개정을 위해 원내 대응을 넘어 노동계 및 시민사회와 함께 투쟁하는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우군으로

    한편 진보신당 정종권 부대표는 김성희 소장의 발제 중 진보진영의 ‘현행법 유지, 강화 입장’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사용사유제한으로의 비정규직법 전면 개정을 주장했다.

    정 부대표는 “기간제한 중심의 현 악법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일상적인 해고를 막을 수 없다”며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법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아직 2년이 되지 않은 노동자에 대한 일시적 해고 중지, 입법 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대표로 참석한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국장은 “사용사유제한을 관철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법 개정과 함께 공공부문에 일어나고 있는 기획 해고에 초점을 맞춰 저지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국장은 “노동기본권․생존권을 지키는 부분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어떤 형식으로든 우군이 되어야 한다는 시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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