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국세청, 세금 못 걷는 이유 알겠다"
By 내막
    2009년 07월 09일 01: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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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8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사진=김경탁 기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8일 열린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오늘 기획재정위원회에 들어와 첫 회의인데, 오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국세청이 왜 세금을 못 걷는지 확실히 알았다"며, "법률을 해석해도 이렇게 잘못 해석할 수 있는지, 내정자는 직원들을 믿고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에서 국세청 관계자들은 "2005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화는 제도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실제 거래 가격보다 축소신고해 세금을 덜 내는 이른바 ‘다운계약서’ 작성은 관행이고, 적법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에 이어진 추가질의에서 이정희 의원은 1998년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면서 ‘다운계약서를 통한 탈세는 적법한 관행’이라는 국세청의 이러한 법 해석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정희 의원이 제시한 판례는, 백 후보자가 부동산을 여러 채 매입하기 직전인 1998년 6월 26일에 나온 대법원 판례.

부산시 사하구에 사는 한 사람이 공장건물을 10억 원에 사면서 취득세를 적게 내려고 거래가액을 4억 원으로 쓴 검인계약서를 구청에 냈고, 신고가액이 시가표준액보다 낮아서 시가표준액대로 취득세를 냈는데, 이 매매 건에 예상치 않게 형사 분쟁이 생겨버렸고, 이 사람이 검찰에 진짜 매매계약서를 내자, 검찰이 이것을 사하구청에 알려줬으며, 실제 거래가액을 알게 된 사하구청이 그에 따라 가산세까지 더해서 새로 취득세를 부과했다.

대법원 판례도 부정하는 국세청 직원들

이 사람은 세금 부과가 잘못 되었다고 취소 소송을 냈는데, 대법원이 1998년 6월에 이에 대해 "사하구청의 세금 부과에 아무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 이정희 의원

이정희 의원은 "여러분이 적게 신고하는 것이 관행이고, 신고가액이 시가표준액보다 높으면 그 다음에는 과세를 못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했는데, 대법원은 ‘과세시가표준액 이상으로 신고하면 실제 가액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신고가액대로 과세할 뿐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추징을 하지 않는다는 거래관행이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여러분이 말한 것은 모두 틀린 것"이라며, "대법원이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여러분은 무슨 근거로 이야기한 것인가? 국세청장 내정자가 직원들을 믿고 일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백 후보자의 경우) 시간이 지나서 처벌도 추징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넘어가서야 되겠냐"며, "위법이 아니라고 조언을 하고, 그래서 다들 위법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다들 인간적인 면모를 칭송받고 이렇게 가도 되나, 국세청은 이렇게 일을 하나" 반문했다.

백 후보자는 이 의원의 질의에 대해 한나라당 정양석 의원이 추가 답변기회를 주자 "지방세법 제111조 제5항 제3호에 따라, 장부가액이 있는 법인과 개인, 법인과 지자체와의 거래는 판결문의 내용과 같이 이정희 의원의 말씀이 맞으나 개인과 개인의 거래는 취득 당시의 신고가로 한다"고 답했다.

다운계약서로 신고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 고수한 것이다. 이정희 의원이 청문회장을 떠난 이후에 나온 이 답변은 백 후보자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장이 적어준 메모지를 그대로 읽은 것이었다.

이정희 의원 자리비우자 어거지 답변 제시

그러나 이정희 의원이 제시한 대법원 판례는 백 후보가 읽은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장의 메모지 내용과 달리 ‘개인과 개인의 거래’에 대한 것이었다. 명백하게 드러나 있는 판례마저 질의자가 자리에 없다고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왜곡한 셈이다.

백 후보자의 답변에 대해 이날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꾸 다운계약서는 관행이라고 하면서 적법하다고 주장하는데, 당시 법에 의해서도 다운계약서와 이를 통한 탈세는 위법이다"고 반박했다.

김종률 의원은 "98년 당시 지방세법의 규정은 원칙적으로 취득당시의 가액, 즉 실제 매입가격을 신고하도록 되어있고, 다만 예외적으로 신고가액의 표지가 없는 경우 과세표준으로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원칙을 도외시하고 예외규정만 적용하는 것이고 이렇게 하는 것이 괜찮지 않다는 것이 이정희 의원이 제시한 대법원 판례"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후보자는 당시 계약서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오늘 답변을 보면 후보자 본인이 실제 거래가액에 대해 인정하고 있고, 이는 실거래가가 확인된 경우로, 이 경우 과세관청이 이를 전제로 가산세까지 물려서 추징하는 것이 적법하다"며,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자진납세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자진납세 의사 없다는 백용호 후보자

   
▲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백 후보자는 "법적인 문제를 말하는 것이고 도덕적 문제를 강변하는 것은 아니"라며, "적법하다면 납세를 추가로 내야할 의무도 없기 때문에 지금 세액을 계산해서 내겠다면 지금까지 말한 것이 모순이 되어버린다"고 답변,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자진납세 의사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이정희 의원은 9일 관련 브리핑을 통해 "실거래가로 신고할 의무는 법인에게든 개인에게든 모두 부과되는 것이 신고납부제도의 원칙"이라며, "담당자가 판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자꾸 잘못된 해석을 후보자에게 내놓으니 사태가 점점 악화될 뿐"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후보자가 읽은 (지방세법) 조항은 신고납부제도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사실대로 신고하지 않고 계약서를 허위로 꾸며 관할관청에 낸 조세포탈행위의 위법성을 없애는 조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대법원 판례를 뒤집는 국세청 담당자의 말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온 것이냐"며, "국세청 직원들의 해석이 법원 판례보다 우선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아주 위험한 사람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세청은 국회가 만들고 법원이 해석한 법률을 있는 그대로 집행할 의무만 있을 뿐"이라며, "판례로 분명히 밝혀진 과세 권한까지도 국세청장 내정자 감싸느라 포기하는 국세청이 앞장서서 세금 받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전문성 없으니까 휘둘리는 것"

이 의원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보여준 모습은, 외부 인사를 내정한 취지인 ‘국세청 개혁’을 후보자가 해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전문가 집단을 자처하는 폐쇄적인 국세청, 그래서 위험한 권력기관이 되어버린 국세청을 지휘할 국세청장 내정자가 법조항 하나도 자기 머리로 해석하지 못하고 국세청 직원들이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주는 쪽지에 휘둘려서야 어떻게 직원들을 설득해 개혁을 해나갈 수 있겠는지 안쓰럽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전문성이 없으니 휘둘리는 것"이라며, "전문성이 모자라면 도덕성을 무기로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라도 있어야 개혁을 추진할 텐데, 후보자는 ‘다운계약서가 쓰여졌는지도 몰랐다, 위법인지도 몰랐다’면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의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한 탈세를 옹호하기 위해 자신도 12년전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이 의원은 "전문성도, 도덕성도 보여주지 못한 백용호 후보자는 사퇴해야 한다"며,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나도 다운계약서 썼다’는 동질감을 확인한 것에 기대어 버티지 말고, ‘법적 문제없는데도 송구스럽다고 하는 인간미와 개혁성’을 칭송받은 것을 위안삼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정희 의원은 8일 인사청문회 추가질의에서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한상률 전 청장에 대한 비판글을 올렸다가 파면 및 고소를 당한 김모씨 사례를 들면서 "김씨 글은 언론보도에 근거한 것이고 언론보도에 대해 한 전 청장은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세청 내부에서 청장을 잘못 보좌하니까 오늘처럼 법령해석을 잘못 하는 일까지 생기는 것"이라며, "멀쩡한 대법원 판례가 있는 것도 전혀 모른다. 제가 여기서 컴퓨터로 한 시간만에 찾았고, 법률도 다 찾았다. 여러분은 평생 그거 하면서 뭐했나.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정희 의원은 9일 <레디앙> 기자와 만나 "국회의 인사청문회 결과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의 이명박 대통령 인사스타일로 볼 때) 인사청문회 결과보고서와 상관없이 내정자를 임명할 것이 예상된다"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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