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출발만큼은 평등한 나라를 위해
    2009년 07월 09일 10: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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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8년 가을에 조사한 아동·청소년(0세-18세) 종합실태조사의 결과를 발표한 바 있었다. 이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미만의 절대빈곤 아동은 7.8%,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상대빈곤 아동은 11.5%에 달하였다. 즉 아동, 청소년 8명 중 1명이 빈곤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빈곤 청소년·아동들은 가족 해체, 열악한 주거환경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비빈곤층의 또래 아이들에 비해 인지 및 언어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문제행동의 빈도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루소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고 했지만, 현실에서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전혀 평등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의 인생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아이의 건강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자녀들의 건강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기의 건강상태는 청소년기에 한정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성인기, 노년기의 건강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이것은 결국 평생의 건강상태와도 관련이 깊다. 즉, 사회적인 빈곤과 신체적인 건강상태가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신체적 건강상태의 대물림

제대로 된 국가라면 아동복지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 되어야 한다. 아동복지 문제가 충분히 해결될 때, 우리는 설사 불평등하게 태어났더라도 삶의 출발선에서 최소한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복지정책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분야가 바로 아동복지 분야인 것이다.

아이들이 불평등하게 태어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산모가 건강한 임신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임신 기간 동안 태아가 건강할 수 있도록 산모와 태아에게 최적의 환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평등하게 태어날 수 있는 체제를 제도적으로 갖추었다면 그 다음은 동등한 삶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능력과 요구에 맞는 평등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라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자 의무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아동 불평등의 근원인 빈곤아동 가구를 없애는 것이다. 비록 당장 모든 빈곤아동 가구를 뿌리 뽑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이 문제에 대한 정책 당국의 강력한 의지와 향후 정책 지향에 대한 성의 있는 청사진 정도는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빈약한 아동 복지 수준

그런데 아직 우리사회의 아동 복지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매우 빈약한 수준이다. 특히, 서구 선진국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아동복지 수준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비교가 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시행중인 ‘아동수당’ 제도다. 아동수당이란 국가마다 약간이 편차는 있으나 적어도 12세 미만의 아동을 둔 모든 가정에 매월 10만원-20만원 수준의 정액 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이미 유럽 44개국 중 거의 모든 나라가 시행하고 있을 정도로 선진국에선 보편적인 제도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보편적 복지와 사회적 시민권을 포함하는 인권에 대한 개념이 부실한 탓이다.

   
  ▲ 슈어 스타트 모임에 참석한 아이들과 부모

아동수당이 모든 아동에게 현금으로 제공되는 복지제도라면 빈곤아동을 타깃으로 한 현물지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영국의 사례를 보자. 영국에서는 1997년부터 빈곤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어 스타트(Sure Start)’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슈어 스타트(Sure Start)

여기서 슈어 스타트(Sure Start)란 빈곤아동 가구를 돕기 위한 전 지역사회 차원의 종합적 부모 지원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각 지역의 아동센터가 중심이 되고, 도서관, 주민센터, 병원, 학교 등이 이에 협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슈어 스타트 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의 아동센터에는 5세까지의 빈곤층 자녀가 무료로 다닐 수 있는 탁아소, 유치원이 설치된다. 이곳에선 그 부모들에게 직업알선과 직업훈련, 육아법 교육 등의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또, 아이들에게 예방주사를 놔주고 신선한 과일을 나눠주며 장난감도 빌려준다. 슈어 스타트에 참여하는 병원은 어린이집을 찾아가 아동의 영양상태, 예방접종 여부 등을 점검하고 빈곤층 임신부들을 위해 금연교실을 열기도 한다.

또, 마을의 초등학교는 병설 유치원을 개설하여 어려운 아이들을 지도한다. 마을 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아예 책을 나눠주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모두가 나서 빈곤층 아이들을 돕게 된다.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 다수의 슈어 스타트 복지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아예 빈곤아동 퇴치를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적 실물 지원 프로그램

결국,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 내 모든 아동이 보육시설을 이용하게 되고, 영ㆍ유아들의 건강과 정서상태가 개선되게 되며, 그 부모가 취업지원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는 빈곤아동을 뿌리 뽑기 위한 종합적인 실물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같은 슈어 스타트는 영국의 보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슈어 스타트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 정부는 ‘가난의 대물림’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희망에 차 있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태어난 순간부터 공평한 출발의 기회를 보장받는 인류 역사상 획기적인 사회의 출발을 의미한다. 이러한 체제가 공고해지면 현재의 불평등은 아무리 심각해도 결국 한 세대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영국의 슈어 스타트 프로젝트와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에도 ‘드림 스타트’라는 프로그램이 운영 중에 있다. 이는 현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에도 포함되어있다. 겉보기에는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드림 스타트’

한국의 드림 스타트 역시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임산부 및 0~12세 아동을 대상으로 건강, 복지, 교육의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공평한 양육 여건을 보장하고자 추진 중인 아동보호 통합서비스’라고 정의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8년 32개 지역 9,600명 수준의 드림 스타트 수혜 아동을 올해 75개 지역 22,500명으로 확대하고, 현 정부 임기동안 모든 시군구에 영국의 아동센터에 해당하는 드림 스타트 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얼핏 보면, 우리도 선진국과 마찬가지의 아동복지제도를 드디어 시작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의 드림 스타트는 영국의 슈어 스타트와 비교해 보면 거의 전시행정 수준이라고 할 만큼 그 규모에 있어 영세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슈어 스타트는 2020년까지 빈곤층 아동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에 따라 시작되었으며, 2009년 5월 기준으로 잉글랜드 지역에서만 3,000번째의 슈어 스타트 아동센터가 개소되었고, 240만 명의 아동과 그 가족들이 수혜의 대상이 되었다. 영국 정부는 2010년까지 총 3,500개의 아동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드림 스타트는 모두 개설된다고 하더라도, 250여개에 지나지 않고, 그 포괄하는 대상자수도 75,000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숫자는 전체 빈곤아동수를 100만여 명으로 간주했을 때 겨우 전체의 7.5%에 불과한 수준이다. 나머지 92.5%의 빈곤아동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시행정 수준의 초라함

물론,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빈곤아동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뚜렷한 정책목표 하에서 추진되고 있는 영국의 슈어 스타트와 비교한다면, 빈곤아동에 대한 온정적 시각과 전시행정 수준의 의지를 갖고 접근 중인 한국의 드림 스타트가 갖는 근본적인 초라함은 부정할 수 없다.

선진사회는 국가의 경제적 부(富)만 상승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를 선진사회라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바로 아동·청소년들의 건강한 삶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의 빈곤 아동·청소년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

아이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 더 이상의 복지국가를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빈곤 아동·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한다. 최소한 삶의 출발선에서 만큼은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누리는 그러한 나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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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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