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경남지부의 이상한 투쟁
        2009년 07월 09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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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시 팔용동에 위치한 대호MMI의 여성 노동자들이 113명 대량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대호MMI는 2008년 4월 금속노조에 가입한 새내기 사업장인데, 당시 회사는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모집하고 전체 인원의 50%가 넘는 90여 명을 대구공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이 같은 사실상 정리해고에 맞서 대호MMI 노동자들은 금속노조로 단결하여 전보 발령을 철회시켰다. 그 뒤 작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오랫동안 순환휴업을 계속해 왔다.

    대호MMI지회는 4월부터 회사와 특별단체교섭 진행했다. 노동조합은 노동부 고용유지지원금을 이용하여 휴업을 연장하자고 요구했으나, 회사는 150여 명의 조합원 중 20명 정도만 남기고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 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이전의 양보안은 폐기되어야

    결국 교섭은 결렬됐고, 대호MMI 자본은 대량 정리해고의 칼을 휘둘렀다. 회사는 6월 3일~5일 희망퇴직을 받았고, 6월 5일엔 원청인 노키아TMC에서 설비를 빼내가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6월 16일 회사는 일방적으로 정리해고자 113명 명단을 공고했다. 이어 6월 24일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에 맞서 해고 되지 않은 28명을 포함한 대호MMI 전 조합원들은 정리해고가 통보된 날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6월 24일부터 회사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그리고 6월 30일부터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소속 사업장들이 조편성을 하여 함께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대호MMI 단체교섭 대표인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과 대호MMI지회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회사가 제시한 110여 명 정리해고 안을 수용하고 위로금으로 통상임금 12개월을 요구하는 양보안을 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노조의 양보안을 거부하고 통상임금 4개월의 위로금을 고수해 교섭은 결렬되었고, 결국 회사는 정리해고를 일방적으로 실시했다.

    조합원이 대부분 나이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라 투쟁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140여 명 중 80% 이상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회사의 안을 수용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결정이었다. 그러므로 113명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지금, 이전의 양보안을 거두고 ‘정리해고 철회―총고용 보장’을 목표로 싸우는 것이 마땅하다.

    ‘어떤 경우라도’ 노사합의로 하자?

    그러나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구호로는 “정리해고 분쇄”를 외치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여전히 113명 정리해고 수용을 전제로 위로금 액수에 대한 협상을 투쟁 목표 및 방향으로 정하고 회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6월 28일 개최된 금속노 경남지부 제5기 87차 운영위원회 자료에 실려 있는 ‘대호MMI 투쟁계획서’를 보면, 투쟁 목표가 “정리해고 분쇄로 한다. 다시 말해 어떠한 경우라도 회사의 일방적인 방식이 아닌 노사합의로 결정하자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정리해고를 철회하는 것 말고 과연 노사가 합의하여 정리해고를 분쇄할 수 있는 방법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위 목표의 실제 내용은, 일방적인 정리해고는 철회하되 노사 합의하여 정리해고 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투쟁 방향은 “그간 교섭, 투쟁과정의 토대위에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토대는 회사를 유지한다는 것이며, 정리해고 분쇄의 의미는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기 제시한 범주에서 해결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그 토대는 회사를 유지한다는 것이며”는 113명을 정리해고 하고 28명만 남겨 생산을 하겠다는 회사의 안을 수용한다는 의미다.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기 제시한 범주에서 해결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의 의미 역시 마찬가지다. “기 제시한 범주”란 113명 정리해고에 합의하되 위로금으로 통상임금 12개월을 요구한 것을 말한다.

    즉,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정리해고 분쇄의 의미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실시한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노사가 위로금에 합의하여 정리해고를 실시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노사 합의하여 그 이름을 ‘정리해고’가 아니라 ‘희망퇴직’이라 붙인다고 해도 내용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리해고 철회―총고용 보장’ 목표 분명히

    정권의 폭력인 경찰과 자본의 폭력인 구사대, 용역깡패에 맞서 40일 넘게 공장점거를 하며 투쟁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그리고 파카한일유압, 동서공업, 포레시아 등 역시 정리해고에 맞서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경남지부의 이런 정리해고 분쇄 투쟁의 내용을 알게 된다면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금속노조 경남지부 운영위 자료 및 결과는 매주 금속노조 홈페이지 자료실 지부회의/공문 게시판에 올려진다. 그러므로 금속노조에서도 경남지부의 이 같은 대호MMI 정리해고 투쟁의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이 위로금과 정리해고에 합의하는 것에 대해 금속노조의 입장은 무엇인지 또한 궁금하다.

    경제공황 시기 자본의 정리해고 칼바람에 맞서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 살인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싸우고 있다. 그리고 해고는 살인이라는 노동자의 외침은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교섭과정에서 정리해고를 수용하는 안을 제시했고, 교섭이 결렬되어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했음에도 여전히 정리해고를 수용하고 위로금을 합의하는 안을 가지고 교섭을 하고 있다. 이는 마치 자본에게 살인을 멈추라고 하면서 정작 사형집행 문서에 자본과 함께 도장을 찍으려고 하는 것과도 같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위로금을 합의하고 113명 정리해고를 수용하려는 대호MMI 정리해고 투쟁 목표 및 방향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 자본의 일방적 책임전가를 거부하고 정리해고 철회와 총고용 보장의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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