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고용할 땐 언제고 또다시 외주화?"
    By 나난
        2009년 07월 08일 05: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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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KBS)의 기간제 노동자 420여명 자회사 전환․계약해지 방침이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로 이뤄진 시청자상담/견학/시설안내 업무가 외주화 대상에 올랐다. KBS는 경영효율상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시청자상담업무의 경우 지난 2000년 KBS의 필요에 의해 직접 고용된 바 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진보신당 등 25개 단체로 구성된 ‘KBS 계약직 여성노동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8일 오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가 외주화를 추진해 여성노동자들이 간접고용, 저임금이라는 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420명에 대한 연봉계약직 운영방안에 교묘하게 여성노동자 30명을 외부용역업체 이관하는 안을 끼워 놓았다”며 “십 년 넘게 계약직으로 일해 온 대가가 다시 외주화라니 도대체 여성 노동자들의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라며 KBS의 외주화 방침을 규탄했다.

       
      ▲ 25개 단체로 이뤄진 ‘KBS 계약직 여성노동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 30명의 외주화 방침을 규탄하며 정규직화를 요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연대발언에 나선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중도실용정책을 펼치겠다지만 한쪽으로는 서민을 죽이는 정책, 노동자를 내모는 정책을 일삼고 있다”며 “이제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곽 의원은 “지난주 KBS 경영추진팀장으로부터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국회로부터 감사 압박을 받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연봉 2,400만원을 받는 사람을 자르는 게 연봉 1억을 받고도 제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을 해고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실제 KBS의 ‘연봉계약직 운영방안’에 따르면 기간제 노동자 420여 명 중 230명은 자회사 전적, 89명은 계약해지, 30명은 외주화 이관이라는 산별적 방침을 내리고 있다. 이 중 외주화 대상 노동자는 시청자상담/견학/시설안내 분야로 대부분 여성노동자들로 이뤄져있다. 또한 계약해지 위험에 놓인 기간제 노동자 420여명 중 60%는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들은 “계약을 몇 년째 연장해오면서도 일 년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육아휴직은 꿈도 꿔보지 못하고, KBS에 일하면서 월 100만원이라는 박봉을 견뎠다"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모성권도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 KBS는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기간제 노동자 420여명을 자회사 전환 및 계약해지할 방침이다.

    지난 7월 1일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KBS 계약직 시청자서비스팀의 홍미라 씨는 “KBS로 걸려오는 전화, 방문객, 항의 고객들을 최일선에서 만났고, 때로는 몸으로 대치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맞아서 멍이 들고 상처를 입어도 KBS인으로 일했기에 괜찮았다”며 KBS의 외주화를 규탄했다.

    그는 “우리를 이 자리에 서게 한 것은 KBS”라며 “이관 조치 결정 이후 만삭의 임산부가 아침, 저녁으로 피켓을 들어야 했지만 회사는 전적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도급업체를 투입하겠다는 협박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KBS 측은 여성노동자 30명을 8월 10일부터 외주업체에 업무를 이관하겠다며 전적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 사측은 전적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오는 10일자로 외부업체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시청자상담업무는 지난 2000년, 외부용역업체에서 진행하던 업무를 ‘’회사 이미지 제고 및 상담 향상을 위해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에 이들은 “이 업무를 다시 용역화하는 것은 십년전 과거로의 후퇴이며, 상시업무를 하는 여성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북부지구 이경옥 의장(이랜드일반노조 전 부위원장)은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노동자 외주화 사태는 지난 2007년 이랜드 자본이 비정규직법을 피해가기 위해 외주화를 시도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비정규직법이 아니었다면 계약을 반복 갱신하며 무기계약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도리어 비정규직법 때문에 해고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2년 전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법임을 이랜드 투쟁을 통해 알려졌다”며 “시청률로 운영되는 KBS가 국민을 무시하고 시청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서비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외주하는 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애초 오전 11시30분으로 예정됐던 이날 기자회견은 KBS 사측이 근태관리를 이유로 ‘점심시간인 12시 이전에는 못 나간다’며 피켓시위 등 집단행동을 저지해 12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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