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질 받는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
    현정부 단세포 정치논리 "비애, 모멸감"
    By mywank
        2009년 07월 08일 01: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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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나라의 시샘과 부러움을 사던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근래에 들어와서 모두가 손가락질 하는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 서글픈 현실을 수치스럽게 받아들이는 정부 관료나 국민의 숫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더욱 수치스럽다.”

    지난달 30일 사퇴한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8일 오전 이임식을 통해, 현 정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 7월 한국을 찾아 “국제사회에 나가보니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이 부끄럽다”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하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후퇴한 인권 수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경환 위원장, MB정부 맹비난

    안경환 위원장은 우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재직 중에 쌓은 소회를 속속들이 드러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하지만, 막연히 먼 장래를 기약하면서 홀로 가슴 속에 담아두기에는 간절한 소망이 있기에 감히 몇 마디 당부와 호소를 드린다”고 말한 뒤,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날렸다.

       
      ▲안경환 인권위원장이 이임식이 끝난 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안 위원장은 “‘선진사회’를 기치로 내걸고, 압도적인 국민이 지지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1년 반이 지난 이날까지 그 장점이 만개하지 않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의 수장으로서 느낀 소감은 적어도 인권에 관한 한, 이 정부는 의제와 의지가 부족하고 소통의 자세나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권위가 2001년 설립된 기관이기에 인권위원회는 이른바 ‘좌파정부’의 유산이라는 단세포적인 정치논리의 포로가 된 나머지, 그 누가 대통령에 선출되었더라도 필연적으로 탄생했을 기관이라는 사실은 추호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내에서도 인권위의 역할과 국제사회의 흐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고위공직자들조차도 위원회를 특정 목표로 삼은 명백한 보복적인 탄압에 침묵하고 심지어는 불의에 앞장서는 안타까운 현실에 실로 깊은 비애와 모멸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단세포적 정치논리의 포로 돼"

    그는 “아무리 내 나라, 내 정부에 대해서 불만이 깊더라도 국제사회에서는 내 나라, 내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옹호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임을 믿는 저이지만, 그간 빚어진 실로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일들을 국제사회에서 변론할 자신이 없다”며 “가난한 사람들의 한숨과 눈물을 담아내는 일에 인색한 정부는 올바른 정부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상임위원 및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안경환 인권위원장 (사진=손기영 기자) 

    안 위원장은 이 대통령에 대한 섭섭한 감정과 후임 위원장에 대한 당부도 밝혔다. 그는 “단 한 차례도 대통령께 업무보고를 드리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무능한 인권위원장으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은 저 개인의 불운과 치욕으로 삭이겠다. 그러나 다시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께서는 UN총회가 결의를 통해 채택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과 운영의 원칙을 존중하고 국제사회의 우려에 경청하길 바란다”며 “저희 후임자는 정부와 국민들의 존중과 사랑을 받아, 지난 8년간 위원회가 범한 약간의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한편, 그동안 이룩한 찬란한 업적으로 발전적으로 승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께 한차례도 업무보고 못해"

    이날 안경환 인권위원장의 이임식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인권위 10층 배움터에서 진행되었으며, 인권위 직원들은 “보내드리는 마음은 가볍지 않지만, 떠나시는 분은 가볍게 가시라”, “부드럽게 다가가는 감성적인 인권을 항상 기억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안 위원장에게 전달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편, 2006년 10월 30일 취임한 안경환 인권위원장은 임기를 불과 4개월 남겨둔 지난달 30일, 대통령 직속 기관 전환 논란, 조직축소 사태 등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발생된 ‘인권위 탄압’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으며, 청와대는 지난 6일 밤 안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차기 인권위원장 후보로는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신혜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일수 고려대 법학 교수,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 고문인 김진홍 목사 등 친정부성향의 보수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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