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정당'의 몰락?
        2009년 07월 08일 10: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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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정당’, 진보신당의 위상이 흔들거리고 있다. 랭키닷컴 7일 기준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전체 순위는 전주 대비 1,304계단이나 하락했고, 심지어 7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사이트 순위를 기준으로 진보신당의 홈페이지 랭킹은 4위에 그쳐있다.

    특히 ‘다음’에서의 순위는 민주노동당, 민주당, 심지어 한나라당에도 밀린 수치다. 지난해 3월 창당한 이래 각종 사이트에서 정당 인기도 1위를 기록해왔던 진보신당이기에 현재의 하락세는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과연 진보신당 홈페이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나라당에도 밀린 4위, 왜?

    그동안 진보신당 게시판은 당원소풍을 조직하고, 동호회가 조직되는 등 ‘당원 자발성’의 상징이었고, 당내 의제가 이슈화되고 토론되었던 ‘토론의 장’이었다. 그런데 그런 순기능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몇몇 당원들에 의한 상호비방과 도배, 그리고 다른 당원들의 걱정, ‘관리자에 의해 블라인드 조치되었다’는 냉랭한 글귀까지 눈에 띈다.

       
      ▲ 합성 이미지

    당 게시판에서도 현재의 진보신당 게시판을 가르켜 ‘3급수’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한 당원은 "당 게시판에 들어오면 예전엔 볼거리도 많았는데 이제는 모욕감을 느낀다"고까지 표현했다.

    이러한 상황이니 지표의 변화는 당연한 현상이다. 2~3달여 전부터 인터넷 정당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진보신당은 포털 ‘다음’을 기준으로 7일 현재 전체 사이트 순위에서 전주대비 1,780위나 떨어졌으며, 주간 순 방문자 수는 7,803명에 그쳤다. 3위 한나라당의 순 방문자 수는 12,394명, 1위 민주노동당은 17,796명이다.

    글 하나하나에도 이러한 영향이 나타난다. 당원전용 게시판인 ‘세상사는 이야기’의 조회수는 많아야 150~200여 건에 불과하다. 10~20건에 그친 게시물도 많다. 진보신당 게시판이 한창 뜨거웠을 때는 평범한 게시물도 200~300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진중권 교수의 글 같은 경우에는 5,000~20,000건 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게시판을 관리하는 진보신당 정인섭 홍보국장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진보신당 사이트의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 4월 재보궐 선거 이후부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점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개인사정을 이유로 진보신당 게시판에 글을 쓰지 않기로 선언한 때이기도 하다.

    "모욕감까지 느낀다"

    또한 이 때부터는 그동안 문제가 되어왔지만 ‘읽을 만한 글’이 많아 묻혀왔던, 일부 당원들의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글들이 게시판에서 자주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타인에 대한 비방, 도배, 심지어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비하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당원은 "당 게시판이 너무 엄격할 필요는 없고, 늘 즐거운 얘기만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진보신당 게시판의 상태가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은 상태"라며 "게시판에 날이 너무 서 있기 때문에 좀 낮춰주면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지역의 한 당원은 "요즘은 아예 당 홈페이지에도 안 들어간다"며 "지금 당 게시판에 올려진 게시물들이 ‘지저분’할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당 홈페이지의 모습은 당의 홍보에 크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만은 아니다. 정인섭 국장은 “이미 작년부터 반여성-반소수자 적인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당원은 올 1월 말, 여성비하적인 프로그램을 “그저 웃으라고 올린 것”이라며 당게시판에 올렸다가 경기도당 당기위원회에서 제제를 받은 적도 있다.

    반여성-반소수자적 글들

    그 외의 몇몇 당원들도 지속적으로 여성, 성소수자 비하 등 진보신당 강령에 반하는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당의 홈페이지 관리자는 침묵했다. 이들의 행위에 대해 제제할 수 있는 당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요인이 중첩되면서 진보신당 게시판의 활용 빈도는 점차 낮아져갔다. 몇몇 당원들이 지속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당 게시판에 상대방에 대한 비하의 글을 올리고 이에 다른 당원들이 당 게시판에 이들의 징계를 요구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왔다.

    때문에 지난 4월 18일 진보신당 1차 전국위원회는 ‘개인정보 및 정보통신 운영규정 개정안’을 통해, 관리자가 타인에 대한 비하적인 게시물이나 당의 정신과 어긋나는 게시물에 대해 임시로 블라인드 처리할 수 있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블라인드 처리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당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게시판은 더 시끄러워지는 상황이다. 이에 진보신당은 게시물에 대한 평가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게시판관리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게시판 관리위원회’로 풀 수 있을까?

    게시판 관리위원회는 대표가 임명하는 위원장, 여성-성정치 분야 추천 1명, 장애인 분야 추천 1명, 그리고 다음 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당원들로부터 추천받은 평당원 2명으로 구성된다. 정인섭 국장은 “다다음주까지 게시판 관리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게시판 관리위원회가 구성된다 해도, ‘표현의 자유’라는 중요한 가치에 대해 어떤 원칙을 적용해야 할지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성화 진보신당 사무총장은 “표현의 가치라는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홈페이지 관리를 임의적으로 할 수 는 없다”며 “정해진 당규가 있기 때문에 그 당규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당협위원장은 "진보신당 내에서도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똑같은 모습을 바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이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섭 국장은 “게시판의 문제가 어떤 특정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게시판 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모두 당원들의 동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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