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로메다에서 온 판사
        2009년 07월 07일 09: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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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일에 창원지법이 롯데마트 측이 창원시를 상대로 제기한 마트 건축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 선고공판에서 롯데마트 승소 판결을 내렸다. 창원시는 판결 내용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당초 창원시는 영세상인 보호, 교통체증 등의 이유로 롯데마트 건축심의를 거부했었다고 한다. 그에 따라 롯데마트가 창원시와 박완수 창원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건축 불허가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 롯데마트 월드점 (사진=롯데마트)

    현재 이마트도 구미시와 비슷한 충돌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구미 이마트는 물론, 창원에서의 롯데마트 소송 사건은 향후 대형마트의 지방 진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즉, 법원이 롯데마트의 손을 들어주면 대형마트의 지방 진출이 탄력을 받는 것이고, 창원시의 손을 들어주면 대형마트의 확장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창원시의 롯데마트에 대한 항쟁은 중요해 보인다. 이렇게 중요한 사건에서 법원이 창원시가 아닌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준 것은 대단히 어이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법관들은 신문도 안 보고 사나? 대형마트가 한국 경제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창원시는 당연히 항소해야 하고, 항소심에선 창원시가 승리해야 한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이런 일을 일개 법관의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대형마트의 발호를 규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재판부의 황당한 논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고 한다.

    “창원시는 재래시장과 영세상인 보호 등 공익상의 이유를 내세우지만 시민 전체와 장기적 관점에서 재래시장 현대화와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지 대형할인매장의 신축 제한만으로 달성될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을 행정적으로 보호해선 안 되고 ‘지들이 알아서’ 경쟁력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황당한 소리다.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이 어떻게 대형마트를 이길 수 있나? 이건 영원히 불가능하다.

    대형마트는 싼 가격, 균일한 품질, 브랜드, 쾌적한 쇼핑공간 등을 제공한다. 일반 자영업자들은 절대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이미 미국에서 증명된 일이고, 한국에서도 충분히 증명된 일이다. 재판부는 안드로메다에서 살다 왔나? 지구 신문은 안 보나?

    대형마트는 지역 자영업의 재난을 의미한다. 그것은 결국 지역경제의 괴멸로 이어진다. 지방에서 특히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형마트를 통해 지역의 돈이 재벌 본사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돈이 지역에서 돌고 돌면서 지역 사람들이 그 돈으로 자식 교육도 시키고, 노후대비도 해야 하는데 그 쌈지돈을 서울 재벌에게 다 뺏기는 것이다.

    오로지 대형마트 규제만이 지역 자영업자들과 지역 경제를 구원할 수 있다. 규제 안 할 테니 약자들은 알아서 경쟁력이나 키우라는 사고방식으로는 한국내수경제는 영원히 살아날 수 없다. 또 재판부는 이렇게 말했다.

    “할인매장의 입점으로 일부 재래시장과 중소상인이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나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상품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을 통한 구매 이익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는 측면이 있어 건축 허가를 제한할 중대한 공익으로 보기 어렵다.”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간단히 말해, 영세 자영업자들이 망한다 해도 소비자들은 물건 싸게 사니 그게 공익이란 얘기다. 역시 황당한 소리다. 대한민국에 자영업자 따로 소비자 따로 이중의 국민이 사는 게 아니다. 자영업자의 경제가 바로 국민의 경제고 그 속에 소비자도 있는 것이다.

    이미 자영업자들이 괴멸적 타격을 받고 있는 형편이어서 내수파탄 상황이 되고 그에 따른 경제위축으로 전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더 망해도 된다고? 나라 말아먹을 셈인가?

    소비자들이 사는 싼 물건이란 결국 제조업자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재벌 유통업체의 권력으로 인해 물건값이 싸지면 소비자들은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결국 기업경영이 어려워져 노동자 임금을 깎게 되고, 비정규직을 쓰거나 해고를 하게 된다. 그러면 국민경제가 위축돼 소비자들은 물건값 싸진 것 이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대형마트로 인한 소비자의 이익이란 조삼모사보다도 더한 사기극이다.

    다 같은 국민이다. 지역경제. 자영업자들. 중소기업 등 제조업자들. 이들이 모두 살아야 국민경제가 살고 소비자건 뭐건 국민도 사는 것이다. 대형마트는 이들을 다 죽이고 이익을 재벌에게 집중시켜 유통괴물을 만들어낼 뿐이다. 법원에겐 이런 정도의 상식도 없나?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대형마트의 매출이 약 10조 원 가량 늘어날 때, 재래시장 매출은 10조 원 가량 줄었다. 전체 국민의 손으로 골고루 돌아갈 돈이 몇몇 재벌에게 집중됐다는 얘기다. 귀결은 내수불황 민생파탄과 재벌공화국일 뿐이다.

    지금은 대형마트라는 유통권력을 규제할 때다. 얼마 전에 대형마트 주변 상인에서 형편을 물었더니 바로 직전에도 앞의 가게 하나가 문을 닫았다고 한숨을 쉬며 답해왔다. 대형마트는 그런 식으로 우리 국민의 삶을 파괴한다. 법관들도 이젠 한국의 현실을 알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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