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 관광피해 조사관들의 피해
        2009년 07월 06일 03: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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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의 바지선이 충돌하는 사고로 대량의 유류 유출이 발생했다. 태안군에 따르면 2009년 3월 19일 현재 수산 분야 1만 3764건과 비수산(관광) 분야 1만 1719건등 총 2만 5483건의 피해건수가 접수되었지만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아직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류보상기금(IOPC)에서는 현지조사업무를 한국회사에 용역으로 주었고 이 용역회사 이름이 ‘스파크 인터내쇼날’이다. 이 회사에 고용되어 관광 피해에 관해 현지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관광피해 조사관’들이다.

       
      ▲ 기름범벅이 된 태안 앞바다

    관광피해 조사관들

    이름만 낯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재 태안에서 일하는 관광피해 조사관들이 이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1호의 관광피해 조사관들인데 본인들도 처음에 고용될 때는 이런 일을 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부산과 인천 등에서 면접할 때 외국 보험회사와 서신 업무를 담당한다고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사장이 태안으로 장기출장을 가라고 했고, 연고지도 아닌 먼 곳으로 장기출장을 부담스러워 하니 임금도 성과급으로 더 준다 하고, 숙소나 유류 지원금 등 다른 조건들은 신경쓰지 않도록 배려한다고 해서 태안으로 왔다. 이제 1년이 되어 간다.

    “막상 태안의 피해 입은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상황을 듣고, 보고, 일을 하면서 사명감이 많이 생겼어요. 내가 뭘 더 많이 해주지는 못해도, 현재 보상체계 안에서는 최대한 주민들 입장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사고가 난 지 벌써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사장이 약속한 성과급을 주지 않을 때도 참았고, 일일이 현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약속한 유류지원금을 주지 않을 때도 참았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아무런 이유 없이 어느날 갑자기 사장이 동료들 중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전환배치를 강요하면서부터다.

    “다른 지역으로 갑자기 가라고 하는데, 가보면 할 일이 없는 거죠. 그렇게 전환배치 된 사람들은 전환배치 후 해고되었죠.”

    결정적인 문제는 지난 1월에 발생했다. 작년 7월에 입사할 때만 해도 회사의 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올해 1월 갑자기 1년짜리 계약서를 들고와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1년 지나니

    “제가 여기 입사하기 전에 KTX 에서 영어, 불어 통역하는 일을 했거든요. 2004년 당시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민영화되면서 구조조정을 했고, 그래서 저는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거였죠. 일하면서 KTX 여승무원들이 싸우는 것도 봤고, 당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는 없었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정규직으로 일하려고 한 건데, 정규직이라고 알고 입사했는데 하루아침에 다시 비정규직 계약직이라니, 참…”

    이 관광피해 조사관들이 지난 2월 ‘공공서비스노조 관광피해조사관 지회’라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현재 9명의 조합원이 있고 103개 조항의 단협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아 지노위에서 조정신청을 해놓고 있는 상태이다.

       
      ▲ 사진=민주노총

    노동조합을 설립한 후 4월에는 사무실에 갑자기 CCTV를 4대나 달았다. 도난방지용이란다. 하루 종일 어깨 뒤에서 누군가 감시하는 느낌이다. 사무장은 징계위원회 한번없이 무기한 대기발령 중이고 전조합원에게 성실복무 위반이라고 경고장을 3회씩 보냈다.

    이 회사 취업규칙에 의하면 경고를 3번 받으면 해고할 수 있다. 이도환 지회장은 경고 8번에 두차례의 견책을 받았다. 조합원 전원이 타지 사람들인데 엊그제는 숙소에서 방을 빼라는 소리도 들었다.

    피해 주민들을 위해 조사관을 더 고용할 생각은 안하는 사장이 4월 이후 신규직원을 10여명 고용했다. 그들중 다수는 친인척이고 이들이 지난 7월 3일 태안군청 앞에서 하는 집회에까지 쫓아와서 지회가 본인들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시비를 건다.

    지노위 조정기간이 끝나면 파업을 결의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처음 노동조합을 가입하고 처음 집회를 했을 때처럼 처음하는 파업을 준비하며 심장이 떨리고 잠도 잘 안 온다고 한다. 그 마음을 알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투쟁’을 외치며 엄마 뱃속에서 나오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생존권 투쟁과 피해주민 사이

    KTX 비정규직을 피해왔다가 관광피해 조사관 비정규직이 된 서른 다섯 살 이도환 지회장은 말한다.
    “법이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지 않아 답답합니다. 우리는 생존권 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인데, 우리가 싸우는 것으로 인해 태안의 피해주민들이 하루라도 보상이 느려지거나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까 걱정됩니다. 주민분들에게는 송구한 마음입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아 노동자인가. 어느 곳에서나 싸우는 노동자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착한지.

    관광피해 조사관 9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다. 현행 법으로나 지금까지 사장이 해온 짓으로 보나 앞날이 보인다. 노동자가 엎드려 살면 몰라도 나의 권리와 올바른 것을 위해 몸을 일으켜 싸우려고 마음먹는 순간 덤비는 힘있는 자들의 파렴치함을 알고 있다. 그 속에서 동지들이 어떻게 마음과 몸이 다치고 영혼이 외로워지는지 알고 있다.

    부디, 내가 겪은 어려움과 고통을 동지들이 겪지 않길 바란다. 비록 몸고생 하더라도 마음고생은 하지말고 적어도 외로운 투쟁을 하지는 않아야 한다. 태안군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터미널까지 행진을 했는데 지나가는 시민이 "힘내라"며 시원한 음료수를 주고 간다.

    7월 태양 아래 벌겋게 익은 9명 조합원들 얼굴이 활짝 핀다. 관광피해 조사관지회 10번째 조합원이라도 되어야 겠다. 시원한 음료수같은 10번째 조합원이면 될것 같다. 동지들, 우리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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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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