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학생들
    By mywank
        2009년 07월 06일 12: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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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에 대한 ‘묻지마 연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경찰이 길을 가로 막고 택시를 타고 가던 정태호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연행하려고 한 데 이어, 지난 5일 오후에는 하인준 총학생회장, 이태우 정치대학 학생회장, 어광득 생활도서관장 등 건국대 학생 3명이 연행되었다.

    건국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9시 사이 하인준 총학생회장은 온수역에서 버스를 타고 역곡역에서 내리던 중 미행하고 있던 사복형사 4명에 의해, 이태우 정치대학 학생회장은 종각역 지하상가 반디앤루니스 부근에서 연행되었다. 어광득 관장은 자택에서 혼자 있던 중 잠복해 있던 형사들에게 체포되었다.

    소환장 발부 없이 강제 연행

    통상적으로 3회에 걸친 소환장 발부가 있어야 체포가 가능하지만, 소환장은 사전에 이들에게 발부되지 않은 상태였다. 또 이씨의 경우 연행 당시 미란다 원칙이 고지되지 않았으며, 어씨의 경우 체포영장 제시 없이 연행이 이뤄졌다고 건대 총학생회 측은 전했다. 현재 이들은 가방 및 핸드폰 등 소지품을 압수당한 채, 홍제동 경찰청 보안국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관련, 이들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강희락 경찰청장 취임 직후인 지난 4월부터 시행한 ‘공안사범 검거 100일 작전’과 ‘공안통’으로 불리는 천성관 검찰총장의 취임 등 일련의 공안통치 강화 작업에 따른 무리한 연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촛불집회 관련 ‘집시법 위반’ 혐의로 올해 4월에는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과 한국대학생문화연대 대표 등의 대학생 활동가들이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발부 받았으며, 2005년 홍익대 총학생회장을 지난 김 아무개 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 경찰에 연행되는 등 정권차원의 ‘학생 탄압’은 계속되었다.

    "철지난 사건 빌미, 혐의점 분명치 않아" 

    건국대 총학생회는 6일 낮 12시 홍제동 대공분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사태를 규탄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작년 촛불집회 등 철지난 사건을 빌미로 분명한 혐의점을 갖지 않고 학생 대표자들을 연행했다”며 “소환장을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공안사건을 조작한 대공분실로 연행한 것을 봤을 때,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공안사범 검거 100일 작전’이 진행되고 있고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과 더불어서 ‘성과 올리기식’의 연행, 공안사건 조작의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행 목적도, 절차도 어느 것도 정당함을 갖추지 못한 이번 연행사태는 대학생 활동가들에 대한 명백한 탄압 혹은 표적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공안정국을 강화하는 현 정권과 검경에 대해서 이를 중단하라는 엄중한 경고를 던진다”며 “경찰은 기습연행에 대한 이유와 명분을 분명히 밝혀야 하고 책임자 사과, 학생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권에 올바른 말하는 학생 탄압"

    김재근 건국대 총학생회 집행국장은 이날 오전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로 연행되었는지 알 수 가 없고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며 “이명박 정권에 대해 올바른 말을 하는 대학생들을 탄압하기 위한 연행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아고라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대학생 연행사태’를 규탄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용산아침이슬(닉네임)’은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등 정말 5공시대로 회귀했고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으며, ‘차카게살자(닉네임)’는 “소리 소문 없이 학생들을 끌고 가는 게 몇 십 년만인가. 공안정국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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