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의 아버지 ‘플라톤’의 신화 부수기
        2009년 07월 04일 07: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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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유명한, ‘철학의 아버지’ 플라톤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책이 나왔다. 2005년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라는 책을 통해 이미 그리스 민주주의를 옹호했던 바 있는 박홍규 영남대 교수는 이번에는 고대 그리스 정치를 비판한 플라톤을 겨냥, 『플라톤 다시보기』(필맥, 13,000원)를 내놓은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플라톤은 ‘고대 그리스의 중우정치를 비판하고 이상적인 국가의 모델을 제시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플라톤이 비판한 고대 그리스의 정치는 중우정치가 아닌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웠고, 그가 제시한 이상적인 국가는 반민주적인 독재국가의 구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플라톤이 『국가』를 통해 주장한 “만물의 근거이자 원인인 ‘선의 이데아’를 관조할 수 있는 능력(변증법적 사유능력)과 폴리스의 정의(일반의사)가 현실에서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획득한 자인 철학자가 폴리스의 통치자, 입법자,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이른바 ‘철인(哲人)정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이미 칼 포퍼에 의해 “탁월하고 유능한 통치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가냘픈 희망에 우리의 모든 정치적 희망을 건다는 것은 미친 짓으로 보인다”며 비판받은 바 있는 ‘철인정치’는 저자에 의해 “인간을 영혼의 본질이라는 것에 따라 철인독재자와 사농공상의 계급으로 구분”하고 “각 계급은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정의”라는 등 독재철학의 원조가 됐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이 밖에도 플라톤의 사상에 내포된 독재철학의 요소들, 이를테면 플라톤이 상정한 지배자층인 ‘수호자들’은 귀족 출신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돼있고, 각 계급이 주어진 자기 일에 몰두하는 것을 평등주의적 가치와 배치되며, 그가 강조한 절제라는 덕목은 결국 대중은 자신들의 종속적인 사회적 지위를 순종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비판한다.

    그럼 왜 저자는 ‘플라톤’을 파고 들었을까? 그는 머리말을 통해 “2008년 6월에 어느 국회의원이 그해 5월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를 가리켜 2400여 년 전 그리스의 ‘천민민주주의’와 같이 나라를 망치는 짓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보고 나는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1971년에 당대의 저명한 학자들이 박정희 대통령을 ‘플라톤이 말한 철인정치가의 표본’이라고 찬양했던 일과 관련된다”며 “지난 30여 년 동안 끝없이 이어져온 철인독재주의자 플라톤에 대한 찬양이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간접적으로는 독재에 대한 향수가 일어나게 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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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박홍규

    1952년에 태어나 영남대학교와 일본 오사카 시립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창원대학교 교수를 거쳐 영남대학교 교수로 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미국 하버드, 영국 노팅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법학을 연구했으며 일본 오사카, 리츠메이칸, 고베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노동법 외에 헌법과 사법개혁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썼고,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그 밖에 모리스, 고흐, 고야, 도미에, 카프카, 오웰, 케스트너, 프롬, 소로, 니체 등의 평전을 썼고 일리치, 푸코, 사이드, 페인, 북친 등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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