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혁명은 가능하다"
        2009년 07월 04일 06: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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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이 돌아왔다. 지난 5월 24일, 북유럽 3개국 방문에 나섰던 심상정 전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가 돌아와 지난달 25일 ‘교육혁명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7대 국회 당시 재경위에서 ‘경제 심상정’으로 활약했던 심 대표는 이번에는 ‘교육’을 들고 온 것이다.

    교육문제를 들고 나오다

    심 전 대표는 “현재의 경쟁교육은 교육주체들을 불행하게 하고, 사회경제적 발전을 저해하며 인재들을 육성하지 못하고, 망국적인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 된다”며 ‘협동모델’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정치권이 장기적인 비전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육주체와 시민사회계가 강력한 논의구조를 형성해 정치권의 논의를 압박해 나가야 하고, 정치권은 당과 정파를 초월해 교육의 근본을 바꿀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교육미래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전 대표는 또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10월 재보궐선거, 2010년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를 활용해 정치인의 필요한 덕목을 쌓고 싶으나 당이나 지지 국민들이 주문하는 소명에 부응하는 것도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이라며 “상황이 좀 더 분명해지면 당내 논의들이 진행이 될 텐데, 이후 어떠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심 전 대표는 또 쌍용자동차와 비정규직법 문제에 대해 "매각할 때, 법을 도입할 때 이미 다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의 해결의 주체"라며 적극적은 대책을 주문했다.

    이번 인터뷰는 2일 오후, 국회 내 진보신당 의정지원단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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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혁명의 필요성과 의미

    – 정치인 심상정의 포지션이 ‘경제 심상정’에서 ‘교육 심상정’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최근 교육 문제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해 왔고, 대안 제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정치인 심상정이 교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심상정 전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사진=정상근 기자) 

    = 교육 전문가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원래 교사가 되고 싶어 사범대를 들어갔고, 교육에 대해 남다른 관심도 있다. 교육문제는 계층을 떠나 대한민국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구체적인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의제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한국사회에 ‘뭔가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들 한다. 아이들의 미래는 암담하고 노후는 불안해서 이민이라도 가야 한다는 소리를 참 쉽게 듣는다. 그런데 여기 한복판에 있는 것이 교육문제다.

    지금 현재 교육시스템은 교사나 학부모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들을 키워내는데도 역행하는 등 지속 가능하지 않다.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교육혁명’이라고 말하는 것은, 혁신과정을 급진적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현재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는 국민들 사이에 교육에 대한 문제인식이 진작부터 강력한 절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교육개혁은 광범위한 사회개혁을 동반하는데, 교육문제의 해법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다 보면 일자리 문제나 사회복지 문제 등 복지와 공공성 강화에 대한 공감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교육혁명’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정치인 심상정이 ‘교육’을 택한 것은, 예전에 모택동이 ‘국민은 물이요, 당은 고기’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정치인은 물을 먹고 사는 것이고, 지금 모든 국민들이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교육문제라는 판단 때문이다. 

    불행한 교육주체들

    – 난마같이 얽힌 한국의 교육 실태를 단칼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순화시킨다면 한국 교육 현실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극단적인 경쟁모델이 아이들을 잡고 있다. 중고등학생 뿐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자살을 하고, 학부모들은 ‘죄수의 딜레마’에 사로잡혀 있다. 교사들 역시 도구화 되어 경쟁교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홍익인간’, ‘전인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교육주체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경쟁교육이 공동체를 해체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핵심 원인이 경쟁교육 아닌가? 비싼 대학 등록금과 치솟는 사교육비에서, 두 명 이상의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는 가정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니 아이들을 낳지 않는 것이다.

    즉, 현재의 교육은 주체들을 불행하게 하고, 사회경제적 발전을 저해하며 인재들을 육성하지 못하고, 망국적 출산율의 원인이 된다.

    – 교육주체에 대해 얘기했는데, 어떻게 보면 한국의 모든 학부모들이 현행 교육 시스템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시스템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람들에게도, 창의적이지 못한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에 자녀들을 맡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

    교육 혁명의 성공을 위한 주요 포인트 중에 하나가, 이들 학부모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점일 텐데, 경쟁보다 협동이라는 큰 원칙과, 공교육 강화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실천적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정치권에서 장기적 비전 가지고 논의 시작해야

    = 교육 목표는 ‘시민교육’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다르지 않나? 옆에 친구를 이겨야 나의 미래가 보장되는 상황에서 ‘협력하고 연대하’는 시민교육이 한가한 소리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나는 인간의 본성은 이타적이라고 보는데 우리나라 경쟁교육은 이러한 이타성을 체계적으로 말살시키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다 알고 있다. 지역에 있는 한 엄마를 예를 들어 보면, 그는 아이들 사교육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3~4개 씩 한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만 그 아이가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안보내면 아이의 기회조차 빼앗는 거 같아 기를 쓰고 보낸다는 거다.

    현재 많은 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전망과 해결을 절박하게 요구함에도. 그것을 껴안는 정치권의 노력이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 스스로가 개별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고, 이로 인해 경쟁시스템 속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핀란드에서의 경험을 보면 교육의 근본적인 장기 비전에 대한 국민적 동의, 열망, 합의를 3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추진해 온 원동력은 바로 핀란드 국민들의 확고한 공감대이고 신뢰였다.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큰 방향에서 흔들림이 없었던 것이다.

    단편적 필요 조치는 해나가되 근본적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장기적인 비전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국회 산하에 독립기구로 ‘교육미래위원회’ 구성을 제안 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토론회에서 이에 대해 다들 전폭적으로 공감을 했다.

    어떤 분들은 이 정부에서 ‘교육미래위원회’를 만들어봐야 절 되겠냐고 하는데, 충분히 유용한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에서도 경험했듯 정치권의 도움 없이 (교육개혁은)안되는 것이고, 이는 한 정파의 힘으로 어렵다. 교육주체와 시민사회계의 강력한 논의구조를 형성해 정치권의 논의를 압박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공약의 힘

    그럼 경쟁에 매몰된 학부모들을 어떻게 설득시켜낼 것인가? 내가 총선 때 낙선했지만 2월 여론조사에서 14.9%에 그쳤지만 4월에 38%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교육공약이었다.

    그때 모든 후보들이 특목고를 공약으로 내걸어 선거 참모들조차 교육공약을 빼자고 했었는데, 나는 그때 핀란드 모델을 제시하며 공교육 혁신을 탑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교육문제를 들고 아파트 단지를 헤매며 엄마들을 만났고, 주민들의 공감을 크게 샀다.

    그 경험에서 느낀 것은 사람은 여러 욕망이 중첩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목고가 유치되어 아파트 값이 오른다면 마다할 사람이 없겠지만, 동시에 내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가 잘 혁신되어 사교육 부담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근원적 열망도 있다.

    문제는 정치가 그 많은 다양한 요구 중에서 어떤 측면을 적극적으로 불러내 현실화 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교육 혁신에 대한 근원적 열망은 높으나, 그 가능성을 불러내는 정치세력이 없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이 교육문제의 고민과 대안들을 논의해 간다면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힘으로 교육 개혁을 앞당길 수 있다.

    – 핀란드 모델이 중요한 참고서인 것 같다. 지난 총선 당시 대표적 공약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이번엔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핀란드 교육 모델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그리고 지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는데, 핀란드 모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나 시사점이 무엇인가.

    ‘사람값’이 비싼 사회시스템

    = 핀란드, 북유럽 모델을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이 ‘그 나라와 우리가 많이 다르지 않냐’고 묻곤 한다. 물론 나라의 환경과 조건은 다르지만 나라가 다르다고 사람값이 달라서는 안된다. 북유럽이 성취한 교육, 성평등, 복지 모델은 ‘사람값’이 비싼 사회시스템을 치열하게 지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와 조건을 달라도, 북유럽 모델은 그와 같은 가치를 검증하고 실현시킨 가장 우수한 사례이기 때문에 그 나라의 노력과 성과의 과정은 주요 참고가 된다. 이번 북구 유럽 방문에서도 여러 사례나 제도를 많이 봤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했는지를 배우자고 간 것이다.

    특히 핀란드 교육 모델은 ‘홍익인간’, ‘전인교육’을 가장 훌륭하게 현실화시킨 나라다. 현재 PISA(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핀란드가 1위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이 핀란드 학생들이 두 배 이상 공부를 하고 있다. 즉 아이들을 닦달해 만든 결과로, 정작 효율화 지수에서 우리는 15위 밖으로 밀려 있다.

    핀란드 모델은 가장 중요한 장점은 ‘평등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평등이 획일화, 하향평준화로 그 가치가 오염되어 있는데 핀란드에서는 평등이야 말로 적극적인 기회의 평등, 적극적인 기회 보장을 평등으로, 아이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 평등이 다양성을 보장하고, 그것이 보장될 때 개개인 잠재력이 발휘되며 효율이 극대화 된다는 믿음을 입증해 준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핀란드는 중학교까지는 ‘보편교육’ 기간으로 보고 이때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키도록 선생님들이 개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개별지도를 한다.

    그리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지자체나 지역사회 준비한 클럽 활동에 가서 스포츠도 하고 문화생활도 하는 등 그야말로 좋은 시민이 되는 교육을 받는다. 핀란드에서 20년 동안 교육개혁을 주도한 에르키 아호 전 국가교육청장은 “경쟁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시민교육의 핵심

    우리처럼 사교육 시간을 늘인다 줄인다는 등 입시 효율성만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노는 것을 공부하는 것으로 만든다. 협력을 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시민교육이 바로 핵심이란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나라가 망하지 않겠냐는 걱정이 있는데, 사실 핀란드 기업들도 처음에는 보편교육을 반대했다. 그런데 80년대를 넘어서며 오히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보편교육 개혁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지금 같은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한 사람이 공부해서 머릿속에 담은 양으로는 게임을 할 수가 없다. 지금 시기는 수많은 지식에서 필요한 것을 추리고, 관리하고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는 개인의 힘이 아니라, 서로 토론하고 협동하는 훈련과정을 통해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을 핀란드 재계가 인정하게 되면서 적극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 재계도 주입식 교육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주입식 교육은 70~80년대 중화학 공업 노동자를 양성하는 데에는 유용했으나 지금은 지식기반 사회다.

    실제 있는 사람들은 자식들을 외국에 보내 지식정보화 시대 맞는 교육을 행하면서, 왜 대한민국의 한계에 다다른 낡은 교육모델을 바꾸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는가? 또 기업들은 창의적이고 협동적인 인재를 구해 쓰면서 왜 이 한계에 다다른 낡은 경쟁모델 바꾸는데 관심 없는가? 이에 답해야 한다.

    -“현재의 체제 위기는 개혁을 동반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말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 교육개혁을 이야기 하면 사회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예전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 한 실업계 교사가 ‘실업계 나와서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거기다가 교육개혁 이야기 해봐야 무슨 희망이 되겠냐?’는 지적을 했다.

    직업교육 개혁

    결국 일자리 문제에 대한 근본적 구조개편 없이 교육개혁이 거론될 수 있느냐는 질문인데, 이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사실 핀란드 (교육개혁의)2단계가 직업교육의 개혁이었다. 핀란드는 대학진학률이 50%가 안된다. 다만 고등학교만 나와 취직을 해도 대학졸업생 못지않은 보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학문의 뜻이 있는 사람 외에는 대학을 갈 필요성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대학졸업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 대학서열화, 학벌사회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교육을 개혁해도 결국 대학입시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는 비정규직과 실업이 증가하면서 ‘대학졸업’이라는 프리미엄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대학만 나오면 미래가 보장되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대학 나와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프리미엄이 상실되고 있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싶어 대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갈 데가 없어 대학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형국에서 젊은이들에게 사회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여기에 80% 이상이 대학을 가고 있는 우리 사회는 현재 고학력자를 받아낼 수 있는 사회적 준비가 안되어 있다. 이른바 ‘고등실업자군’은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건이 될텐데, 이는 대학을 안 가도 제대로 노동의 가치가 평가되는 직업구조에 대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심리적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극단적인 경쟁 모델 양극화로 인한 체제위기는 사회개혁을 동반 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한 것이다. 금속에서 노동운동을 할 당시 그때만 하더라도 고졸과 대졸 사이에는 ‘양반과 상놈’ 같은 갭이 있었고, 그 간극이 컸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잔업이나 특근을 하면서 기를 쓰고 ‘내 자식은 대학 보낸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가?

    석차 매기는 거 없애야 한다

    – 교육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있나

    = ‘미래교육위원회’ 이외에도 대안의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우선 전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밖에 없는 석차 매기는 거, 이걸 없애야 한다. 상대평가를 없애고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 중간-기말고사는 모두 일제고사다. 서열을 매기는 학습 평가와 수업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특히나 당사자인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하나, 핀란드에서 학교 현장을 방문했을 때 너무나 잘 지었더라. 화려해서 잘 지은 것이 아니라 가정 친화적이었고 환경 친화적이었다. 공동체 의식을 북돋는 세밀한 배려 속에서 학교가 지어진 것이 부럽고, 반면에 우리 학생들은 불쌍했다.

    전국을 다녀보면 관공서는 번쩍번쩍한데, 공공기관 중 제일 낙후된 곳이 바로 학교다. 백화점 문화센터 하나 짓는데 평당 1000만원, 교도소는 평당 300만원이 들지만, 학교는 그 보다 싸게 책정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싸구려 교육을 받는지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낙후된 시설들을 개선하지 않고 교육 내용을 바꾼다는 것은 공염불이다.

    나는 이 정부가 돈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본다. 4대강 파는데 돈 쓸 일이 아니고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만들어 교육시설을 생태환경적으로 바꿔나가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되려면 교육주체들의 관료적 통제들을 자율 책임교육으로 실현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할 것이다.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

    – 이명박 시기 ‘민주주의의 후퇴’가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은 독재정권인가. 민주노동당은 ‘정권퇴진운동’을 당론으로까지 삼았다. 정권퇴진 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이명박 정권 역주행이 도를 넘었다는 국민들의 분노와 절박한 인식을 반영한 주장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보정치가 주목해야 할 것은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반감 속에 감춰진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를 모아내고 실질적으로 MB보다 잘할 수 있다는 대안세력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다.

    MB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야권에 대한 지지는 제자리 걸음이다. 그런 현실을 정직하게 보고, 국민이 삶과 생활에 세심한 밀착할 수 있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 민주주의 이슈가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경제적 이슈를 압도하는 것 같다. 심 전 대표께서는 ‘가난한 자를 위한 민주주의’ ‘밥 먹여 주는 민주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이후 저항 전선의 주 내용이 반이명박 민주연합이 돼야 한다는 입장과 반신자유주의 연합이 중심이 돼야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듯하다.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는 이 둘의 통합 가능성을 말해주는 구절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학문적으로는 구별될 수 있겠으나 구체적 삶속에서는 하나다. 그런데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은 지난 10년 집권기간 동안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강조와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나 경제민생 부분에서는 강력한 신자유주의가 추진됨으로서 국민의 삶이 후퇴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에 의해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식의 항의에 직면했던 것 아닌가? 국민들은 민주주의 없이도, 경제발전이나 민생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역진적 상황이 초래되었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국민의 삶의 형상과 별개로 완성될 수 있다는 인식이 이러한 역진적인 상황을 불러왔다.

    ‘가난한 사람들의 민주주의’는 결국 다수 서민의 삶을 지키는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고, 민주주의가 어려운 사람들의 삶의 무기, 든든한 삶의 무기가 될 때 가장 강력해 질 수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을 북유럽 여행과정에서도 너무나 절절하게 확인을 했다.

    지금 언론장악이나 교육문제, 그리고 사법부의 정권 종속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강력하게 저지 전선을 펴면서도 이걸 넘어설 수 있는 힘을 만드려면, 국민들에게 일자리, 교육 등 절실한 삶의 요구를 전면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땅의 다수 서민들이 자기 삶과 민주주의 삶이 연관돼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민주주의 수호자로 나설 때 민주주의가 가장 강력하게 나올 수 있다.

    국민들과 접촉 면적 넓혀가야

    – 진보신당에 대한 인지도 조사 결과 국민의 반 이상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극복할 대책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 작년에 총선을 치르고 1년 만에 두 배 이상 인지도가 상승했는데, 어차피 현재로서는 원내 마이크가 취약한 상황에서 특단의 기술적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국민들의 뻥 뚫린 가슴에 헌신적으로 다가가야 하며, 또 정치일정을 활용해 국민들과의 접촉을 넓혀 나가야한다.

    결국 힘들더라도 현장을 누벼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지역단위의 활동, 지역주민들과의 활동을 전당적으로 강화해야한다. 헝그리 정신으로 헌신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기다.

    – 은평 재선거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견해들이 많은 것 같다. 10월과 내년에 어떤 형태로든 당은 심상정 전 대표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심 대표의 생각은 무엇인가.

    = 당의 활로를 찾는 데 요구되는 소명을 다할 것이다. 당의 활로를 찾는데 필요한 역할이라면 당연히 그 소명을 해야 하지 않겠나? 다만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는 조금 더 그때의 정치상황이 구체화 되는 것을 보고 당내 논의를 거쳐, 최종판단을 할 생각이다.

    정치인은 개인적인 유불리를 떠나, 당과 지지 국민이 요구하는 소명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30년 만에 노동운동과 정당활동을 포함해 처음으로 ‘직’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 시기가 소중하고, 비전과 프로그램도 만들면서 정치인의 필요한 덕목을 쌓는 소중한 기회로 활용하고 싶다.

    그러나 개인의 어떤 소망과 정치 일정에 부응해야 하는 요구가 충돌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까 얘기한 것처럼 당이나 지지 국민들이 주문하는 소명에 부응하는 것이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본다. 앞으로 상황이 좀 더 분명해지면 당내 논의들이 진행이 될 텐데, 어떠한 결정을 내릴 생각이다.

    비정규직법 논란 기가 막히다

    – 현안 관련해 현재 비정규직법과 쌍용자동차 문제가 주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두 현안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비정규직법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실 기가 막혀서 그건 언론 인터뷰도 거부했다. 쌍용자동차 문제도 그렇고, 비정규직 문제도 그렇고 이미 매각할 때, 법을 도입할 때 지금 같은 상황이 다 예고되어 있었다.

    비정규직법의 경우에는 그 2년간의 경과 과정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2년 전 비정규직 법 이전 논의에 대한 평가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유예기간을 둘거나 말거냐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것이 가슴 아프다.

    무엇보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인터뷰를 보니, 정치권과 노동자들의 책임으로 비정규직법의 문제를 돌리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영희 장관부터 확실히 책임을 져야 한다. 시행을 앞두고 정규직화를 위한 준비도 하지 않고, 직무유기를 했다. 그래놓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나?

    그는 노동부 장관 하지 말고 전경련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이 본인 철학에 맞을 것이다. 야당들도 단지 한나라당의 안을 막아서는 수준을 넘어서서 보다 적극적인 대안모색을 해야 한다.

    쌍용자동차 문제도 노-사문제로 방치하지 말고 야4당 공조 테이블에서 중요한 의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이 나서서 쌍용차동차를 살리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쌍용자동차 사태의 해결주체는 지금 노사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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