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비정규법 유예안은 암 촉진 처방"
        2009년 07월 03일 09: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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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여야의 비정규직법 ‘유예안’에 대해 “간암 2기의 현행법을 3기, 4기로 촉진하는 최악의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상임위에 기습 상정한 것에 대해서도 “쇼”라고 힐난하며 “이데올로기 공작에 (국민이) 속아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환경노동위원회 교섭단체 여야3당의 제안으로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에 참여했다. 하지만 여야 할 것 없는 ‘유예’ 주장에 노동계는 “시행유예를 전제로 한 비정규직법 논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5인 연석회의 종결을 선언했다.

    이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 유예 저지를 위해 테이블이 아닌 현장에서 뛴다는 방침이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현안조사”는 물론 “집단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임 위원장은 43일째 공장 점거파업을 진행 중인 쌍용차 사태에 “전면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촉구”는 물론 “회생자금 조성”도 고심 중이다.

    다음은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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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

    –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에 기습 상정했다.

    = 이데올로기 공작이다. 노동부 장관의 입(100만 대량 해고설)을 빌려 조중동, 한나라당까지 체계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덮고 있다.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노동부의 ‘비정규직법 2년 연기’까지는 차라리 제대로 싸워볼 만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안을 한나라당이 문제 삼으면서 사람들이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법이 분명 문제가 있긴 있구나’, ‘유예와 연기가 무슨 차이가 있나’ 등의 혼란을 주며 이데올로기 작업을 한 것이다. 법안 유예로 ‘법은 (그대로) 살아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보자’는 식 주장으로 여론을 유도했다.

    "해고 사업장 설득해 복직시키는 게 정상"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독재정권을 위해서든, 당리당략을 위해서든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의 맹점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완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법의 맹점을 호재로 삼으며 이 기회에 법을 고착화시키자는 게 (한나라당의) 기본 전략이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첫날인 1일을 넘기고 나서 해고될 사람들을 막고, 해고시킨 사업장을 설득해 복직시키도록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날짜가 넘어 “거 봐라 대량해고가 시작됐다”고 크게 떠들면서 유예가 정당한 것처럼 도발적으로 상정을 했다. 완전 쇼다.

    – 비정규직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비정규직 해고가 발생했음에도 ‘대량해고설’로 마치 7월 1일에 대규모 비정규직 해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여론이 호도되고 있다.

    = 그 부분은 그간 연석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숱하게 얘기했지만 일부 언론에만 보도됐을 뿐이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은 있다. 1년 동안 해고되는 숫자가 50만 명이라면, 한 달 평균 3만2천 정도가 해고된다. 해고대란, 실업대란도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조치를 취한다면 절대 해고대란 올 수 없다. 한두 달 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결코 해고대란까지 올 수 없다.

    향후 1년 동안 법의 기본정신을 방치하고 기업의 해고를 방치해 놓은 상태였을 때 50만 명 정도다. 지금부터 수습해 들어가면 해고대란은 막을 수 있다.

    – 한나라당의 법안 ‘유예’ 패러다임에 노동계가 쫓아가다 보니 자칫 민주노총의 기조가 ‘현 법안의 유지’로 비춰지기도 한다.

    = 현행 비정규직법은 간암 2기다. 유예는 간암을 3기, 4기로 촉진하는 최악의 처방이다. 최선의 처방은 암 덩어리를 도려내는 것이다.

    새로운 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기본 입장이다. 근로기준법 등을 보완해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조항을 만드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단, 현실적으로 현행법을 폐기시킬 수 없으니 새로운 법을 도입하기 전까지 해고를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일단 해고된 비정규직에 대한 현안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특히 공공기관들이 모범적으로 법의 정신을 이행해야 함에도 ‘아주 모범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으니, 공공기관 타격 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다.

    "비정규법, 새로운 입법이 기본 입장"

    – 1일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이 쌍용차 승리를 위해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4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쌍용차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뜻인가?

    = 정부와 교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쌍용차를 둘러 싼 여러 설이 있다. 정부와 상하이 자동차화의 관계, 정부가 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못하고 있는지 등 근본적인 이유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한 쌍용차 회생을 위해서는 공적자금 투입이 필수다. 이를 어떻게 유도해 낼 것인지 전술적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또 쌍용차 노조가 회사 회생을 위해 1,000억 원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민주노총이 회생자금 조성을 위한 대책 등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무책임 무대책은 강성 노조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노조탄압 시나리오로 해석된다.

    = 이명박이 현대자본주의에 대해 우리보다 분석을 잘하고 있다. 부산지하철의 반송선 무인화 도입에서도 드러나듯 산업구조는 이미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벗어났다. 기술력과 자본을 가지고 운영되는 산업구조이다 보니 자본주의가 활황기일 때보다 이윤축적 구조는 매우 척박해진 상태다. 결국 노동비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쌍용차 사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쌍용차를 철저하게 제압해 다른 사업장까지 노동비용을 축소시키는 정책으로 가려 한다. 쌍용차처럼 완강하게 저항하고, 많은 연대 단위가 지원해도 이기기 못한다면 노동자에겐 패배의식이 심각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를 이용해 전 산업에서 비정규직화를 고착화시키고 최저임금 초임 삭감 등 모든 산업 전반에 임금 삭감 압력을 가하겠다는 게 자본의 기본 전략이다. 쌍용차가 매우 중요하다.

    – 최근 공장으로 진입한 임직원과 용역업체 직원, 그리고 공장점거 중인 조합원 간 마찰이 발생하며 쌍용차 사태를 노노갈등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 본질은 노노갈등이 아니다. 결국 사용자 편에 서면 노동자도 사용자다. 노사갈등이다. 실제 사측은 회유와 협박으로 직원들을 내세워 노노갈등을 첨예화시키려 했지만 제대로 안 됐다. 하지만 사측이 28억을 들여 용역을 투입함에 따라 경찰도 나서기 쉽지 않아졌다. 폭력을 가해서라도 농성장을 해체하려 했지만 농성대오가 완강하게 저항하고, 양쪽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용역도 손을 떼니 회사도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제(1일) 새벽 공장 밖 수도 펌프 3개가 파손된 걸 발견했다. 범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사측이 물을 끊기 위해 펌프를 부순 것으로 추정된다. 평택시가 쌍용차의 밀린 수도요금 3,800만 원을 청구하자 회사는 “수도를 끊어라”고 했다. 평택시가 계속 물을 공급하니 용역을 시켜 수도 펌프를 파손한 것 아니겠는가.

    이에 민주노총 경기본부에 평택시와, 평택경찰서에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물 공급을 요청하고, 수도 펌프 보수, 경비를 요청할 것을 지시했다.

    "힘 집중 안돼 어려우나, 공세 전환 멀지 않았다 확신"

    –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권과 경제위기에 따른 노동자 서민 생존권 등에서부터 쌍용차 사태, 비정규직법 등 풀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현 투쟁전선에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 전국 곳곳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모두 분산돼 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명박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노동진영을 공격하다 보니 공격형태도 다양하다. 합법적인 파업을 하는 사업장에 대해 사측은 시간 끌기로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보건의료노조와 부산지하철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여기에 쌍용차동차나 위니아만도처럼 구조조정 사업장에 대해 함께 살기 위한 방안이 아닌 밀어붙이기식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이렇듯 전방위적으로 들어오는 공격에 곳곳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문제는 중앙으로 집중이 안 된다는 점이다. 고민이다. 중앙으로 집중시킬 의제라는 게 당연히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구조조정의 문제인데 공기업은 공기업대로, 민간기업은 민간기업대로 문제의 질과 형태가 다르다.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 게 지난달 29일이다. 최저임금 교섭, 국회 비정규직법, 쌍용차, 부산지하철 파업 등으로 민주노총 대오가 전국 각지로 분산됐다. 부산지역 조합원은 부산지하철 파업 연대로 단 한 명도 서울에 집결하지 못했다. 또 금속노조는 쌍용차 사태로 평택으로, 공공연맹의 일부는 최저임금위원회로 집결했다. 이에 비정규직법 투쟁이 긴박함에도 그날 여의도 집회에는 200명 정도의 대오밖에 모이지 못했다. 이러한 현안들과 각 사업장의 투쟁을 어떻게 하나로 모아낼지 고민이 된다.

    –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 결국은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표적은 노동운동이다. 거꾸로 현재의 노동운동의 투쟁 전선이 분산돼 있고, 다소 힘이 밀리는 듯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이 부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기에, 서민정책 운운한다 해서 그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장의 투쟁동력이 모아지는 순간 이명박 정부는 결국 정권이 위태로울 정도의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그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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