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 꿈 외면, ‘싸구려 일자리’만
        2009년 07월 06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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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이 진보·중도·보수 성향 지식인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우리 사회에서 소통을 못하는 인물로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인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3명이 이 대통령을 선택했다. 소통을 잘하는 인물로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선택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 ‘이미지 정치’ 홍보에 주력했지만, 지식인들은 이념과 무관하게 소통의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이다.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논란도 정부의 역할과 소통의 부재를 지적받는 사안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비정규직 근무 기간을 늘리는 데 주력하며 ‘해고 공포’를 부추기는 데 앞장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요 언론은 6일자 지면을 통해 정부 노동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음은 6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소통 인물, 불통 인물 누구인가>
    -국민일보 <한반도 전역 ‘스커드 위협’>
    -동아일보 <국내 외국계 기업 60곳, 한중일 ‘비즈니스 프랜들리’ 평가>
    -서울신문 <“정규직 전환” 5%P↑…33.8%로>
    -세계일보 <외환시장 안정궤도 진입>
    -조선일보 <중국 “대만제품 사주자” 한국산, 소리없는 추락>
    -중앙일보 <김정일 ‘미사일 정치’ 4200억 썼다>
    -한겨레 <쌍용차발 연쇄부도 코앞인데 중재책임 정부 ‘두달째 파업’>
    -한국일보 <‘인턴 백수’로 청춘 다 보낸다>

    경향신문 "해고 대란은 없었다"

       
      ▲ 경향신문 7월6일자 1면.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사용 기간이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 일부 언론은 ‘해고 공포’ 조장에 치중했다. 비정규직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전국에 해고자가 속출하고, 해고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공포를 부추겼다. 

    비정규직을 생각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비정규직 확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해고 대란’은 현실로 나타났을까. 경향신문은 6일자 1면 <‘해고 대란’은 없었다>는 기사에서 “지난 1일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이 본격 발효된 지 1주일이 됐지만 정부·여당의 주장과 달리 뚜렷한 ‘해고 대란’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해고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공기업이 해고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우려했던 ‘해고 대란’은 민간 기업에서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공공부문은 그러한 흐름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경향신문은 6면 <공공부문 ‘시끌’ 민간 ‘잠잠’…정부 집계는 ‘깜깜’>이라는 기사에서 “한국노총이 산하 73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달 30일 고용기간 2년을 맞은 비정규직 379명 가운데 57%인 217명이 고용 종료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 "기업, 정규직 전환 생각 늘어"

       
      ▲ 서울신문 7월6일자 1면.  
     

    정부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해고 공포를 부추긴 이유는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더 늘리려는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는 2년 만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정부·여당 생각대로 법이 개정되면 더 오래 비정규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셈이다.

    시장 상황은 정부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신문은 1면 <“정규직 전환” 5%P↑…33.8%로>라는 기사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33.8%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비율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되기 이전인 지난 1일 이전에 비해 높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업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정규직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해고 대란’이 일어날 경우 기업도 좋을 게 없다는 현실론을 반영하고 있다.

    한겨레 "계약기간 2년 넘었다고 무조건 해고할 수는 없어"

       
      ▲ 한겨레 7월6일자 5면.  
     

    세계일보는 5면 <기업들 ‘숙련 비정규직’ 어쩌나>라는 기사에서 “숙련 근로자를 내보냈다가는 남은 직원들 업무 부담이 불을 보듯 하다. 당장은 어떻게 해보더라도 해고가 점점 늘면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진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은 편법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편법은 문제를 더 커지게 할 수도 있다. 한겨레는 5면 <‘장기근속 비정규직, 무기계약직으로 봐야’ 법원 판례>라는 기사에서 “계약기간이 2년이 넘었다고 무조건 해고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노동계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근로계약을 수차례 반복 갱신한 ‘장기 근속 계약직 노동자’들”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법원은 수차례 계약을 반복 갱신한 노동자를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로 봐왔다. 따라서 이런 법 해석에 따라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 요건을 갖출 경우, 비정규직법이 발효됐다고 해서 계약을 해지하면 부당해고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인턴 남발, ‘싸구려 일자리’로 전락"

       
      ▲ 한국일보 7월6일자 1면.  
     

    일자리 정책은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만들 수 있느냐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정부는 ‘미봉책’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는 1면 <‘인턴 백수’로 청춘 다 보낸다>는 기사에서 “인턴이 끝나면 또 다른 인턴을 찾아 전전하는 ‘인턴 백수’들이 넘쳐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인턴을 하면 직무도 배우고 채용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턴이 남발되면서 직무훈련은커녕 ‘알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싸구려 일자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얘기를 전하며 “‘인턴을 몇 번 돌다 보면 결국 계약직 같은 비정규직을 전전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며 ‘정부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한시적인 일자리만 양산하며 청년실업 문제를 덮으려다 보니 문제가 안으로 곪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3면 <해고자는 발등의 불, 정부 대책은 먼산>이라는 기사에서도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억울하게 직장을 잃은 해고자에 대한 노동부의 대책이 선제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정부, 정규직 전환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아"

       
      ▲ 경향신문 7월6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비정규직 사태, ‘MB 실업’이 더 문제다>라는 사설에서 “대규모 해고 움직임이 포착된 곳은 공공연맹이 유일했다. 현재의 비정규직 해고 사태는 성격상 ‘MB실업’에 더 가깝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노동의 유연성에 매달려 비정규직 시행 유예만 고집하고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도리어 해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정부가 정규직 전환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규직 전환 사례를 부각시켜 다른 기업들이 따르도록 독려하는 것과 해고에만 초점을 맞춰 비정규직법 개정의 필요성만 역설하는 것은 천양지차”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비정규직 대책보다는 해고 공포에 앞장서면서 정치권이라도 해법을 마련해야 하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5일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조선일보 "한나라, 비정규 대량해고 비난 불리하지 않아"

       
      ▲ 조선일보 7월6일자 4면.  
     

    조선일보는 4면 <비정규직 정치게임만…차라리 의원들을 해고하라>라는 기사에서 “여야가 법 유예기간이라는 숫자 싸움에 골몰하면서 타협을 외면하는 것은 미디어법 등 핵심 쟁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명분싸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발생하는 비정규직 대량 해고사태에 대한 비난이 민주당에 집중되고 있어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8면 <“한나라 1년반 유예”→“1년도 괜찮다” 민주 “6개월 유예”→“유예 자체 반대”>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을 단독 처리할 경우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강행처리는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러나 해고 사태가 좀 더 심각해지고 민주당이 등원을 계속 거부하면 한나라당은 7월 말과 8월 초 사이에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단독으로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논란은 극한 충돌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까.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일보 27면에 실린 <비정규직 사태, 길이 있다>라는 칼럼에서 “작금의 사태는 우리 사회의 정책 능력, 갈등조정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국가적 무능 사태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최영기 수석연구위원은 “법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개정을 전제로 한 유예는 더 큰 사회 갈등과 정쟁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며 “유예기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전문가위원회를 구성, 중재안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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