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전교조 사무실 '폭력적' 압수수색
    By 나난
        2009년 07월 03일 11: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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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5시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전교조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18일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1만7천여 교사 징계 방침으로 답한 교육과학기술부에 이어 오는 15일로 예정된 2차 시국선언에 경찰이 압수수색으로 으름장을 놓은 것. 폭력에 가까운 경찰의 전교조 탄압 뒤엔 믿을 만한 ‘힘’이 존재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경찰 뒤엔 믿을 만한 ‘힘’이

       
      ▲ 경찰이 압수수색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교육희망)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50여 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3일 오전 5시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과 사당동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6일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교과부로부터 전교조가 고발당한 후 고발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다. 전교조는 “수사의 기본원칙마저 지키지 않은 행위로 현 정권의 공안탄압식 행태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경찰이 제시한 영장의 압수목록에는 ‘시국선언과 관련된 자료의 사본과 출력물’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경찰의 압수수색 박스엔 전교조 인트라넷 서버와 컴퓨터, 시국선언 고발 현황 등을 포함해 전교조 전국대의원대회 참가자 명패와 본부 연락처, 개인 수첩까지 들어갔다.

    목록 이외의 자료들도 압수

    또 영장 목록에는 ‘정당이나 민주노총과의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 위반 혐의로 시국선언을 처벌하기에 무리를 느낀 경찰이 특정 정치세력과의 연관성으로 강압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압수사를 넘어 폭력에 가까운 표적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영장에 제시된 압수목록과 달리 개인자료의 원본을 가져간 것은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한다. 특히 인트라넷 서버는 복사를 해 압수해야 함에도 경찰은 복사를 위한 준비는커녕 전교조의 “우리 통신 관계자가 복사해 주겠다”는 제안도 거절하며 서버를 통째로 압수했다.

    이번 전교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오는 15일로 예정된 전교조 2차 시국선언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전교조 역시 “교사시국선언에 대한 교과부의 징계와 고발은 교과부 자체의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정부의 개입을 의심한 바 있다.

    2차 시국선언 원천봉쇄 의지

    이에 전교조는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겠다는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규정한다”며 “최근 조성되고 있는 공안정국과 관련해 전교조를 그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에 앞서 교과부는 지난달 18일 전교조의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기조의 시국선언 이후 1만7천여 명의 교사에 대해 징계 방침을 내린 바 있다.

    교과부는 교사들의 시국선언 참여는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성실과 복종, 품위유지 의무의 위반이며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교원노조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 등 10명에 대해 해임, 시도 지부장 등 78명에 대해 정직 조치 및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88명을 제외한 선언 참여 교사 1만 7천 명도 가담 정도에 따라 주의나 경고 처분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공개한 교과부 ‘전교조 시국선언 준비 서명운동에 대한 법적 검토’ 문건에 따르면 “서명운동은 헌법이 보장한 의사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어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교과부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취지를 고려할 때 이번 서명운동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해 직무를 태만히 하는 집단행위로 볼 수 없다”며 “서명운동은 성실·복종 의무를 지는 직무수행과 연관성이 멀고 서명에 걸리는 시간도 몇 분에 불과해 직무 전념성을 훼손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결론지었다.

    교과부 태도 변화 왜?

    하지만 전교조가 시국선언을 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교과부는 돌연 “시국선언 내용이 교원의 근로조건과 관련 없고 공무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행위이자 집단행위”라며 “엄중대처” 방침을 밝혀, 교과부의 태도 변화에 내막이 있음을 의심케 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권력 상층부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교조는 “교사의 시국선언은 모든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교육당국의 주장처럼 국가공무원법 56조의 성실의무, 57조 복종의무, 63조 품위유지 의무, 66조 집단행위의 금지, 교원노조법 3조 정치활동의 금지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29일 1만7천여 명의 교사 징계 조치에 항의하는 전교조의 대통령 항의서한 전달까지 막아서며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정 위원장과 전교조 각 시·도 지부장 등 16명을 ‘불법 집회’를 벌였다는 이유로 연행했다. 전교조 위원장이 연행된 것은 2004년 원영만 위원장 이후 처음이다.

    "때리면 맞겠지만, 비양심적 교사 될 수 없다"

    전교조 역시 맞대응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때리면 맞을 것이고, 끌어가면 끌려가겠다. 가두겠다면 갇힐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전달하는 비양심적인 교사는 될 수 없다”며 2차 시국선언의 뜻을 밝혔다.

    여기에 전교조는 ‘징계권 남용’을 이유로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하고, 오는 5일 ‘민주주의 사수, 표현의 자유보장, 시국선언탄압중지 전국교사결의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전교조는 현재 비상중앙상임집행위원회를 통해 압수수색에 대한 향후 대책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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