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비정규직 해고는 실정법 위반"
    By 내막
        2009년 07월 02일 04: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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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보호법 상의 ‘사용기한 2년 제한’ 규정이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산하기관들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 해고를 선도적으로 단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는 근로기준법과 총리 훈령 등 현행법령을 위반한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산하기관, 필수인력도 무조건 해고?

    보훈병원 23명, 산재의료관리원 30여명, 서울대병원 10여명(의료기록 관리사), 농협중앙회 3천여명, 인천지하철 48명(차량정비 기간제 근로자), 한국토지공사 145명(기간만료 미도래 30여명), 주택공사 31명(기간만료 미도래 300명), 도로공사 20명(기간만료 미도래 340명) 등등…

    정부 방침과 정책에 따라 인력운용계획이 결정되는 정부산하기관들이 비정규직에 대한 묻지마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한국방송공사(KBS)가 방송제작 및 송출에 필수적인 전문인력이 대부분인 420명의 비정규직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 내부에서는 방송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엄포에 가깝던 정부의 ‘해고대란설’의 실체라도 밝히듯 언론에서는 앞다퉈 비정규직 해고 사례를 연신 보도하고 있지만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해고 사업장들이 대부분 공공기관으로 나타나자 민주노총은 ‘100만 해고설’은 정부의 “해고 자작극”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산하기관들이 비정규직법을 빙자해 비정규직 해고를 단행하는 것 자체가 현행 법령을 위반한 행위인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과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2004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2006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2006년 10월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2009년 8월 31일을 만료기간으로 하는 한시법인 이 훈령은 "계약기간을 반복 갱신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상시적지속적 업무는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담당"하도록 하고, "임금, 기타 근로조건 등에서 불합리한 차별요인을 해소"하는 한편, "행정지도점검 등을 통해 위법탈법적 비정규직 사용을 방지할 것" 등을 기본 내용으로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최근 비정규직법을 핑계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있는 정부산하기관들은 총리훈령을 어기는 ‘집단 항명’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참여정부의 총리가 선포한 훈령이라고 해서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 자동으로 무효화되는 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해고는 ‘근로기준법’ 위반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2일 관련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는 올 8월 31일로 효력이 만료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근로자 관리규정’의 효력 연장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 추진단 연장 운영 등과 같은 대책은 수립하지 않고 무조건 ‘정리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총리훈령을 위반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산하기관들의 비정규직 해고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행위이기도 하다는 점.

    김상희 의원은 2일 "반복적으로 계속되어 온 계약을 갱신 거절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례와 노동부의 판단이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9월 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 과정에서 계약갱신의 기대감이 형성된 기간제 근로자에게 비정규직법 대비를 사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경우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계약인력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렸다.(신청인들은 주택금융공사에서 2006년 초부터 2008년 6월 30일 해고 시점까지 2회 내지 3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해 온 채권추심인들)

    또한 대법원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다면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2007년 9월 7일자로 판결을 내린 바 있다.(사건번호 : 2005두16901, 조선일보사의 교열직원 계약갱신 거절에 따른 부당해고 구제심판정 취소 소송)

    이밖에 농협중앙회가 기간제근로자의 계약만료를 사유로 계약해지한 행위에 대해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2008년 2월 4일자 서울중앙지법의 판결도 있다.

    김상희 "정권 잘못 만나 개고생"

    이와 관련해 김상희 의원은 "비정규직 보호법은커녕,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규정이 없던 참여정부 시절과, 비정규직 보호법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이명박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현황을 비교해 보면, 정부가 얼마나 무책임한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총 16만8,681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정규직화 및 처우개선이 이루어진 바 있다"며, "친기업, 노동유연성만을 내세우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고를 묵인하는 이명박정부 하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권 잘못 만나 ‘개고생’ 중"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2일 "지금 정부의 행태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아니라 정부의 거짓 선전이 탄로날까 두려워 공공부문 계약 해지를 독려하는 형국"이라며, "집에 불난다고 떠들었는데 막상 불이 안 나자 집주인이 직접 불을 지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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