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야 압박, 직권상정 길터주기 의도
        2009년 07월 01일 06: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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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한나라당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결국 ‘기간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환노위에 기습 상정했다. ‘5인 연석회의’에 이어, 이날까지 예정되어 있던 여야 협상 테이블까지 걷어차고 강공에 나선 모양새다.

    여기에 한나라당 환노위원들은 이날 기습상정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추미애 위원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비정규직법 유예안 통과의 가장 거추장스런 ‘적군’이었던 추미애 위원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그들은 왜 기습공격을 선택했나?

    그런데 의문점은 이미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여야 6인 회담’을 제안할 만큼 대화의 문을 열어놨던 한나라당이 갑자기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기습 상정’이라는 강공으로 돌아섰느냐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대야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나라당이 한나라당-민주당-자유선진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6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거부의사를 확실히 했다. 우제창 민주당 대변인은 “양대 노총이 의견을 개진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만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을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기습상정’을 통해, ‘비정규직 대책 점검단’을 구성하고, 야당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민주당을 다시 원내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비정규직 대책 점검단’구성을 통해 비정규직 사업장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는 계획이며 야당들은 2일 ‘비정규직 부당해고 합동신고센터’를 발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환노위 의원들이 기자회견 직후 “조원진 한나라당 환노위 간사의 진행은 법안 상정뿐이며, 2일 환노위 회의는 다시 추미애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될 것”이란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상정을 했다고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심의토론하자는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제스처도 잊지 않았다. 

    직권상정 길 터주기 분석도 

    또 하나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처리를 강조한 만큼 상임위 내에서 ‘직권상정’보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과 함께 오히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할 수 있는 길 터주기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을 향해 “직권상정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는 이 문제에 대한 정상적 논의를 진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상임위 개최를 요구했다.

    문제는 이들의 전략이 통할 만큼 이번 ‘기습 상정’에 대한 여론의 흐름이다. 한나라당 환노위원들은 “국회법 50조”를 들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도 여론전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50조는 “상임위원장이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 회피하는 경우, 위원장이 소속되지 않은 다수당 간사가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돼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추 위원장이 명시적으로 3개 교섭단체의 의사일정 협의를 요구하는 등 회의진행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고, 한나라당이 회의를 열면서 야당 의원들에게는 개의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을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회의 열린 적 없다"

    여기에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기습 상정이 진행되던 3시 30분, 여야3당 환노위 간사단 회의의 약속이 잡혀있었고,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은 추미애 위원장의 면담을 요청하던 상황이었다. 즉 ‘치밀한 작전’ 속에 기습 상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명분을 얻기 어렵다.

    추미애 위원장이 “한나라당이 (국회 상임위를) 놀이터로 만들고 모의연습을 한 것으로, 회의는 열린 적 없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도 이번 기습상정을 ‘시도’일 뿐이라며 ‘원인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김재윤 민주당 환노위 간사도 “사과와 무효를 인정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간사 협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임위 연 것처럼 연기했는데, 그 연기내용이 매우 저질이고 악랄하다”며 “불법 폭력행위로 국회질서 망가뜨리고 비정규직 가슴에 대못을 박은 국회 내 폭거에 대해 야당과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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