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약지반에 방폐장이라니…
        2009년 07월 01일 03:43 오후

    Print Friendly

    호떡 뒤집기보다 쉬운, 공기연장

    지난 6월 1일,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하 방폐장) 준공지연이 불가피하다고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이하 방폐공단)이 발표했다. 애초 2006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완공하겠다고 해놓고, 은근슬쩍 2010년 6월로 늦추더니, 이번에는 2년 6개월이나 늦은 2012년 12월로 준공일정을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즉, ‘처분동굴을 건설하기 위한 진입동굴 시공단계에서 암질등급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 굴진속도가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얼핏 보면, 당연히 연약 암질이니 공사 속도가 느려지고 보강작업에 시간이 더 걸리겠지 싶다가도, 가장 기초 조사단계에서 확인되었어야할 지질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다니, 정말 이 사실을 처음부터 몰랐을까 의구심이 든다.

       
      ▲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개념도

    방폐공단은 이번 공기 연장으로 인해 1조 5천억 원 외에 약 700억 원의 건설비가 더 소요될 예정이지만, 예비비로 충당 가능하니 문제될 것이 없단다. 워낙 요즘 22조, 1조 등등 ‘조’가 판을 치고 있어, 700억 원은 왠지 적은 돈 같지만, 예비비는 어디 국민 세금이 아닌가? 사전에 좀 더 철저하게 안정성을 검토하고 시행했더라면 집행하지 않아도 될 예산 아니던가?

    당장이라도 건설 안하면 큰일 날것처럼 조급증을 낼 땐 언제고, 부지 결정되고 나서는 기한 바꾸고 예산 늘리는 일이 어찌 이리 호떡집 사장님, 호떡 뒤집는 것처럼 쉬운지.

    땅 파보니 다르더라, 입 다문 한수원

    불가피하다는 한수원의 입장은 ‘땅 파보니 다르더라’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땅 파보기 전에 어떻게 조사하였기에, 예상과 다르다는 것인가? 이전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서 나왔던 자료들에는 ‘부지안전성 평가결과, …지질, 지하수, 자연환경, 부지환경 등이 양호하여 권고기준에도 전반적으로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밝히고 있다(부지선정위원회 발표자료, 2005.09.15).

    적합하다, 안전하다는 말 일색으로 시작되었던 공사가 갑자기 땅 파보니 다르다고 이야기한다면, 불가피한 공기연장이란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이것은 결국 사전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고 스스로 드러내는 것 아니겠는가.

    이에 대해 한수원과 방폐공단은 자료를 꽁꽁 숨겨두고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기하겠다고 했으면, 그 근거를 공개하라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보고서 제목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자료를 줄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만 하고 있다.

    만약 지역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연약지반이라는 것을 알고도 공사를 진행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부지 안전성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한수원과 방폐공단은 즉각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안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자꾸 숨기려 들면 들수록, 경주 시민과 국민들의 불안감만 더 키우게 될 뿐이다.

    경주 방폐장은 고준위방폐장을 푸는 열쇠

       
      ▲ 공사 중인 경주시 방폐장 건설 현장.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 치의 의혹도 없이 투명하고, 철저하게 경주 방폐장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는 더 큰 산이라 할 수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사용후핵연료의 처분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도 2016년이면 원전 내 임시 저장할 수 있는 고준위폐기물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므로 처리시설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방폐장 건설 과정에서 불거진 안정성에 대한 문제조차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위험성이 더 크고, 더 오랜 기간 보관해야 하는 게다가 국제적으로도 처분방식이 검증되지 않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문제를 풀어갈 수 있겠는가.

    정부와 한수원, 방폐공단은 경주 방폐장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경주 방폐장 문제를 잘 푸느냐 못 푸느냐가 이후 논의될 고준위 방폐장 공론화의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