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당 '정권퇴진', 대중에겐 '이벤트'
    자민통 일부 정파 상층 활동가들 문제
        2009년 06월 29일 10: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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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은 지난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정책당대회에서 ‘이명박 정부 퇴진’을 당론으로 공식화했다. 제도권 정당이 정권의 ‘퇴진’을 공식 당론으로 내세운 만큼 당시 격론이 예상되었으나 분위기는 ‘퇴진’이 압도적 이었다. 때문에 최고위원회도 토론문 초안에서 ‘심판’이란 표현을 사용했다가, 당대회에서는 ‘퇴진’을 내걸었다.

    그런데 정책당대회 이후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정권 퇴진’에 대한 반론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경우 소통과 혁신 연구소 운영위원은 ‘퇴진’의 현실 불가능성을 지적하며, 민주노동당은 그보다 자신의 지지기반을 위한 메시지를 던졌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책 당대회에서 논의됐던 핵심적인 이슈와 안건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하고 있는 것도, 향후 민주노동당 내부 논쟁 지점을 예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자민통 일부 정파의 상층 활동가’들이라는 표현을 통해, 특정 인사들의 행태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아래 글은 민경우 운영위원이 쓴 글의 전문이다. <편집자 주>

    민주노동당은 6월 20~21일 부산에서 정책당대회를 갖고 이명박 정부 퇴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횡포가 날을 따라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 어떤 정치적 입장을 천명할 때는 주객관적 정세에 대한 엄밀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 정세에서 이명박 정부 퇴진론이 타당한가에 대해 몇 가지로 나누어 검토해 보겠다.

    1. 이명박 정부 퇴진론은 가능한가?

    이명박 정부를 퇴진시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는 없다. 하나는 대통령 탄핵을 통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전민항쟁을 통해 퇴진시키는 것이다. 전자는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후자는 어떠한가?

    먼저, 지적할 것은 헌정 질서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이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실제로 가결되었을 때 한나라당은 대대적인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심지어는 영남권의 보수적인 유권자들도 노무현 대통령은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탄핵까지 하는 것은 심했다고 보았다.

    비슷한 상황이 2008년 봄 촛불시위에서도 벌어졌다. 수십만 명이 거리에 나와 이명박 정부의 탄핵ㆍ퇴진 등을 외쳤지만 광화문 네거리에 가로 놓인 ‘명박산성’을 넘지 못했다. 요약하자면 헌정 질서에 대한 존중감이 상당 부분 안착화 되어 있기 때문에 헌정 질서를 뛰어 넘는 전민항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물론 전민항쟁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제상황이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거나 전민항쟁 이외에 다른 여지가 없을 때는 거리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상황은 2008년 11~12월 경기 급락 상황에서 느슨한 횡보를 계속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 상태로 보면 장기불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되면 대중의 거리 진출은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사진=레디앙)

     

    한편 국민대중은 이명박 정부를 ‘응징’할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바로 2010년 6월의 지방선거이다. 이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국민대중은 지금 거리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유지한 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을 종합하면 민주노동당의 이명박 정부 퇴진론은 다분히 정치적ㆍ선언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 정당이 이런 류의 선언적 천명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의 ‘선언’을 상황의 엄중함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늘 있었던 또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2. 각계각층의 동향

    이명박 정부 퇴진론의 심각한 문제점은 현 시기 조성된 역량 관계에 비춰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먼저, 글로벌 대기업의 상태를 보면 다음과 같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2월 1일 미국의 프로풋볼 결정전에서 제네시스 광고를 선보였다. (이 중 하나가 ‘angry bosses’인데 이는 제네시스의 선전에 혼다와 BMW의 보스들이 화가 난다는 내용이다) 또한 1년 이내에 실직하면 차를 되사준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인데 “세계자동차산업의 구조재편과 전망”(삼성경제연구소, 2009.3.11)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향후 “약진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4분기 순익은 4700억 원으로 작년 7400억 원 적자에서 1조 2100억 원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주식시장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예상보다 실적이 놓은 것)라고 평가하고 있다. LG 전자의 경우 1/4분기 순익이 4556억 원인데 “LG전자는 특히 휴대폰과 LCD TV 등 주력 사업부문에서 해외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는데”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내일신문, 6.24)…등등

    유철규 교수는 6.17자 한겨레신문 기고에서 “반도체 시장의 치킨게임에서 한국 업체가 승리한 듯 보이고, 자동차 업체는 미국 시장의 시장 점유율을 위기 이전보다 두 배 높였다. 조선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한국 업체의 시장지배력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라고 쓰고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국민대중의 삶이다. 이를 2009년 4월 고용동향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용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2005~7년 취업자 증가율이 28~29만 명 수준이었다면 2008년 이후 급격히 낮아져 2009년 4월에는 -18.8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고용상황이 모든 계층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징적인 것은 제조업(-15.5만 명), 건설업(-12.8만 명), 도소매음식숙박업(-12.6만 명), 임시근로자(-7.6만 명), 일용근로자(-16.2만 명), 자영업주(-26.9만 명) 등에서 감소폭이 크고 비경제활동인구는 무려 51.5명이 증가했다. 반면 상용근로자는 33.3만 명이 증가했다.

    위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20대 후반의 대졸 남자의 취업이 부진하고 30대 초반의 비정규직 여성의 고용상황이 심각하며 중고령의 영세자영업자들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타격의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정부의 집중적인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에서 일자리가 오히려 줄고 있는 점이다.

    위 상황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무엇일까?

    2003~6년 ‘서브프라임 호황기’에 한국 사회운동을 주도했던 것은 농민이다.(민주노총은 주로 조직된 상근자들이 중심이었다면 농민은 대중적인 투쟁을 벌였다) 반면 대도시의 중간층들은 재테크, 사교육 등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2008년 5월 초~7월 초 시기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것은 주로 대도시의 여중고생들, 주부, 30~40대의 중간층들이다. 이들은 교육ㆍ건강ㆍ대운하ㆍ의료보험 등의 이슈를 걸고 평화적인 형태의 시위 양상을 보여 주었다.

    한편 위 시기 원자재ㆍ경유ㆍ사료 값 인상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축산농가ㆍ영세자영업자들은 자살이나 폭력시위와 같은 형태로 자신의 처지를 표현했다. 이 시기 원자재 가격 인상에 맞서 조직적인 저항을 한 집단은 화물연대와 중소기업이다.

    2009년 4.26 재보선에서부터 6.10 범국민대회까지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07년 12월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30~40대(서울의 경우 대선에서 이명박 53.2%, 정동영 24.5%)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이를 선거(4.26 재보선)를 통해 표현했다. 이외에 충청권(이는 행정도시 이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남권의 이반이 크다.

    둘째, 5.2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에 대해 500만 명이 추모하고 5.29 서울광장에는 수십만 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5.2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민심의 동요는 심각했는데 여기에는 여러 갈래의 정서와 분노가 결합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 서민적이고 소탈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운’ 회고(이는 귀족적인 이명박 후보에 대한 반감과 동전의 양면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적 행동전으로 발전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소통의 부재ㆍ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분노, 최고 지도자의 죽음에 대한 충격 등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적극적인 소통의부재ㆍ민주주의의 후퇴에 분노하는 대도시 지식인ㆍ중간층들이다. 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5.29 영결식 직후, 6.10 범국민대회가 압도적인 여론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소규모로 치러졌고, 이후 운동이 주로 교수ㆍ종교인ㆍ교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반이명박의 가장 전투적인 부대는 대도시 지식인과 중간층이다. 그리고 이들을 대표하는 집단은 민주당 또는 친노그룹이거나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이다. 반면 조직화된 민중운동진영은 침체해 있고 중서민대중은 정치적 행동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감정으로 분을 누르고 절박한 생계위협 앞에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운동의 정치적 성과는 대체로 민주당, 친노, 참여연대 등으로 수렴될 것이다. 진보진영 일부에서 제2의 6월항쟁 운운하며 상황을 평가했던 것은 ‘한탕주의적’ 발상이거나 자신이 집중해야할 정치적 지지기반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소부르주아적 급진성(1980년대 운동권 사투리)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향후 각계각층의 동향은 어떻게 될까?

    2009년 1/4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3.4%(전기 대비 0.1%)로 침하 속도가 완만해진 것은 정부의 집중적인 재정지출에 의해 건설투자가 2008년 4/4분기 -5.6%에서 2009년 1/4분기 1.7%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급격한 경기침하를 막았던 정부의 재정 여력이 고갈되고 있는 점에서 정부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은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정부재정 이외에 보수세력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글로벌 대기업의 자금력이다. 이들은 2003~6년 대도시의 고학력층을 회유(?)할 수 있을 정도의 물적 기반을 갖고 있고 2008년 촛불시위, 2009년 서거 정국에서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삼성 이건희 회장의 재편에 대한 여론 추이를 생각해 보라)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인하ㆍ고환율 정책에 의해 막대한 수혜를 입었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 단계 비약을 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점이다. 보수진영이, 첫째 이명박 대통령에 집중된 뇌관을 제거하고 탈이명박 정서를 갖는 의외의 인물을 선발하고, 둘째 소통의 부재ㆍ민주주의 등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셋째 초글로벌 기업으로 선전할 수 있다면 반이명박 전선은 여?? 갈래로 분열될 것이다.

    소통 부재, 전임 대통령의 충격적인 죽음, 지역차별과 같이 느슨하게 묶여 있던 집단은 분화될 것이고 대도시 중간층은 보다 전투적인 부분만 남아 적극적인 행동전에 나서며, 경기침체에 고통받는 중서민 대중은 다시금 보수세력에 기대를 걸 것이다. 민주당 정도의 정권이 집권을 하더라도 이들 글로벌 대기업의 영향권 내로 흡수될 것이다.(보론 참조)

    당신이 취업을 못한 20대 후반의 대졸 남성이라면, 당신이 영세 서비스 산업에 종사했던 30대 초반의 비정규직 여성이라면, 당신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중고령의 자영업주라면 누구를 지지하겠는가? 별 능력은 없으면서 이명박 퇴진과 같이 자신들의 이해와는 무관한 듯한 주장을 하는 민주노동당인가? 아니면 어쨌든 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있는 글로벌 대자본인가?

    이건희, 황우석(?), 김연아, 박지성 등 세계적인 차원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생각해보라. 이 거대한 철벽을 뚫기 위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시간의 스킨십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그러한 지루하고 고된 작업을 무시하고 자신의 지지기반과 일치하지 않는 전투적인 중간층의 이해를 쫓아 실현 가능성도 없는 이명박 퇴진을 전면에 건 것이다.

    3. 남은 문제

    1) 논리적 모순

    이명박 정부를 퇴진시키려면 그에 맞는 의제, 역량 배치 등이 결합되어야 한다. 가령 6월항쟁 당시 ‘호헌철폐 및 민주헌법쟁취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야당+재야’가 결합된 지도부를 꾸리고 범국민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는 거리 행동전을 했던 것처럼 해야 한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다수파, 즉 이른바 자민통 일부 정파의 상층 활동가들은 이와는 상이한 행동을 계속해 왔다. 2009년 초 민주노총의 진보연대 가입 추진, 진보연대를 시군구까지 확대한다는 발상,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의 유지 고집, 정치이념 위주의 자주적 민주주의, 당원총투표제와 전략추천제의 부결, 울산 북구 선거와 후보단일화에 대한 아전인수식 평가와 진보신당에 대한 적대적 태도 등 시종일관 민주노동당 다수파, 일부 정파의 선명성을 과시하는 노선과 행동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선명성 논리는 정책당대회를 준비하는 초기 문건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러다가 울산북구 선거와 5.23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이명박 정권 퇴진으로 비약하고 있다. 좌우를 오가는 이런 난맥상은 민주노동당 다수파가 상황을 일관된 목표 하에 바라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 정책당대회에 대한 평가

    필자는 민주노동당 6.20~21 정책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건을 주의 깊게 보았다. 그리고 기본소득제와 관련된 토론에서는 반대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분당 이후 혁신하겠다는 거창한 발상에 비해 정책당대회에 대한 집체적이고 대중적인 토론은 거의 없었다. 도대체 쟁점이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했다. 개념조차 불분명한 자주적 민주주의인가, 아니면 민주노동당 강화냐 진보대연합인가를 둘러 싼 의견차이인가, 그것도 아니면 전략공천ㆍ당원총투표인가.

    놀라운 것은 정책당대회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핵심 메시지를 이명박 퇴진으로 설정한 점 이다. 이명박 퇴진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는 하나마나한 소리이다. 국민대중 대다수가 민주노동당이 이명박 퇴진이라는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이것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당연한 주장이다.

    정작 필요했던 것은 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핵심적인 지지기반인 비정규직ㆍ영세자영업주ㆍ청년ㆍ농민 등에 어떤 인상과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한 8대 과제(전국민고용보험제 등)는 밋밋하다.

    이런 수준의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정책당대회를 열 이유는 별로 없다. 기본소득제 정도가 그나마 파격적인 주장인데 이 또한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8년 1월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제출한 이 주장에 대해 민주노동당 내부의 의미 있는 토론 자체가 없는 점이다.

    3) 시기 구분과 진보진영의 역할

    먼저, 시기 구분을 잘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의 전술적 공세기가 있었다고 본다. 하나는 2008년 5월 초~7월 초이고 다른 하나는 2009년 4.26~6.10까지이다.

    전술적 공세기에는 역량을 집중하여 적극적인 거리 참여를 통해 대중적 지반을 넓히고 진보진영의 연대와 단합의 기운을 심화시켜야 한다. 반면 일상적인 시기에는 꾸준하고 일관된 의식화ㆍ조직화에 힘써야 한다. 문제는 시기 구분, 역량 타산을 제대로 하지 않고 연중무휴로 총궐기와 같은 공세적이고 수위가 놓은 거리 행동전을 채택하고 있는 점이다.

    한편, 전술적 공세기라 하더라도 민주당이나 시민단체의 지지기반과 진보진영의 지지기반을 냉정히 보고 연대연합과 진보진영의 독자성을 잘 결합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핵심적인 지지기반인 중서민 대중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극도의 심리적 위축상태에 있다. 생계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대중은 함부로 거리에 나서지 않는다. 6월항쟁 당시를 회고하면 인도에 있던 시민들이 보도로 한 발짝 나오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기 불황기에 이명박 퇴진과 같은 높은 구호에 행동적으로 동참할 서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지금은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이해를 걸고 실질적인 성과물을 얻어야 하고(그런 면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학자금대출이자지원조례 등은 좋은 사례이다) 중서민 대중과의 끈기 있는 접촉을 통해 신뢰를 높여야 한다. 대중운동은 불필요한 과격한 구호를 자제하고 대중의 이해관계가 높고 대중적 지지가 큰 사안을 중심으로 가능한 많은 대중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대중운동을 벌여야 한다. 경계해야할 점은 구호는 높고 선명하되 사람은 별로 없고 운동 방식이 밋밋한 것이다.

    가령 학생들이라면 지금부터 등록금과 관련한 광범위한 토론과 논의를 갖고 올 하반기 대학선거에 공동의 공약을 천명하고 1년 내내 줄기차게 운동을 벌여야 한다. 터놓고 말하자면 위에서 말한 전술적 공세기 이외에는 거리에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지금 몇몇 되지도 않은 학생들을 데리고 거리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2010~11년 또는 그 이후라도 대학 전체가 들썩거릴만한 큰 규모의 투쟁을 만드는 것이다.

    <보론> 우익 포퓰리즘에 대해

    태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반탁신(중간층, 시민단체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잠롱 방콕 시장도 여기에 속한다)-친탁신(농민)’이다. 탁신의 경우 “전국민의료보험적용(약 천원의 한화로), 각 마을마다 백만바트 기부, 군단위마다 지역특성에 알맞는 제품개발(OTOP), 마약과의 전쟁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이로부터 탁신은 부패한 인물이지만 농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선거를 하면 농민층의 지지를 받는 탁신 진영이 승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국의 비극은 반탁신 진영이 부패ㆍ도덕ㆍ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이지만 공허한’ 주장을 하는 반면 친탁신 진영은 극빈층의 절실한 이해관계에 접근한 점이다.

    한국의 경우도 이런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대자본이 노동계 상층과 고학력층을 회유하고 중서민 대중에 실질적인 경제적인 혜택(또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경쟁하고 승리한다는 환상만으로도)을 주면 ‘진보-보수’를 둘러 싼 논쟁에서 진보진영은 소통ㆍ민주주의 등을 중심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투적인 중간층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되 여기에 중서민 대중의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이해관계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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