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속노동조합 3년을 되돌아보다
        2009년 06월 29일 1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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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노동자회에서 내는 주간 <현장노동자>에서는 금속노조 산별 전환 이후 3년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는 기획을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적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현단계 노동운동의 조직적 전망은 산별이며, 그 동안의 한계와 성과를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산업별 노조로 전진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금속연맹 사무처장을 지냈고, 그 동안 현장에서 산별 건설에 앞장서 왔으며, 현재는 현대자동차 현장으로 복귀한 현장노동자회 교육선전팀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산별 건설의 과정과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한 사업과 이에 대한 평가 등의 내용을 담은 연재를 시작했다. <레디앙>에도 함께 싣는다. <편집자 주>

    ① 들어가며 : 산별전환 때의 열기가 식고 있는 건 아닌지
    ② 교섭 : 중앙교섭 성사라는 ‘형식’에 갇혀 사용자설득에만 ‘올인’
    ③ 의사결정 : 방침수립도 쉽게, 방침위반도 밥 먹듯…“밀어부치면 다된다”
    ④ 투쟁 : 현장투쟁 조직은 방기하고 무조건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
    ⑤ 비정규직과 중소사업장 : 외로운 중소영세비정규직…금속노조의 무게중심은 대기업
    ⑥ 제조산별 : 상층조직 통합하면 ‘제조산별’ 할 수 있다던 헛공약
    ⑦ 종합 : “전략을 갖고 현장과 소통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 *

    현대자동차 출신인 내 기억에, 산별노조와 관련한 논의의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논의는 97~98년 정리해고 투쟁을 계기로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논의와 준비를 시작해보자는 초보 수준이었다. 그러다 2002년 현대차에 10대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산별노조 전환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민주노총 울산본부 정치위원장으로 파견되었던 이재인 조합원은 2003년 현장에 복귀하면서 산별특위장을 맡게 된다. 2003년 1~3월은 자료를 파악하고 논리를 만들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3개월의 조직기간을 거쳐 6월 전환 투표를 부쳤다. 현대차노조 사상 처음의 산별전환 투표였다. 그러나 투표자 3분의 2에 5%가 부족한 62% 찬성률을 얻어 아쉽게 부결됐다.  

       
      ▲ 금속노조 21차 임시 대의원대회 (사진=금속노조)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기업별노조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이자, 총자본에 대항하는 노동자의 강력한 무기”라 생각했던 우리는 산별전환 사업에 매진했었다. 당시 우리는 2002년 실시한 설문 결과에서도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짧은 조직 기간이지만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산별전환 투쟁은 본질적으로 총자본과의 싸움임에도 실제로는 형식에 치우치고 말았다.” 당시 이재인 동지가 내린 이 평가야 말로 2003년 산별전환 사업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대목이다.

    “형식에 치우치고 말았다”

    2003년 당시 현장에는 “대기업노조가 산별로가면 손해 본다”,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려면 정규직 기득권을 놔야한다더라”, “조합비가 인상된다” 등의 소문이 만연했다. 더욱이 조합원들마저 산별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현장을 조직하고 온갖 논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할 노조의 집행간부와 대의원과 소위원조차 산별노조에 대한 내용을 소화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조합원을 설득하고 조직적 대응을 하지 못하게 한 결정적 원인으로 작동했다.

    그리고 3년 뒤 당시 금속산업연맹은 2006년 산별전환을 기필코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2006년 당선된 현자노조 12대 집행부가 산별전환 사업을 제 1의 사업으로 상정, 임기 축소까지 결의하면서 산별전환 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모든 집행 업무도 산별전환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중 교육과 선전의 역할은 매우 컸다. 선전물은 2003년 경험을 토대로 핵심적이고 쟁점이 되는 내용을 조목조목 구체적 시리즈와 다양한 형태로 거의 날마다 냈다. 교육사업도 이전과 달랐다.

    전국 70여명의 교육위원들은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산별교육을 그야말로 ‘빡시게’ 공부하며 자신의 내용으로 채워갔다. 그리고 울산 본조에서 전국을 돌며 교육을 진행할 ‘산별교육팀’을 구성했다. 조합원 3명만 있어도 부르면 어김없이 달려가 2~3시간의 교육을 진행했다.

    선거 때보다 더했던 산별전환 열정

    선거 때보다도 치밀하게, 전국을 돌며 조합원을 만났고 선전물을 직접 전달했다. 투표 1주일 전에는 순회팀을 구성해서 분산되어 있는 판매 분회까지 모두 순회했다. 전국순회는 산별전환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했다. 조합원들은 ‘선거가 아닌데도’ 열정적인 간부들의 활동에 감동했다.

    현장조직들도 산별전환을 호소하는 선전물을 내놨다. 투표 직전 한 대의원이 당시 산별전환 운동을 비판하며 선전물을 내기도 했지만 조합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산별전환은 ‘대세’라는 것을 조합원들은 피부로 느껴가고 있었다.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3분의 2의 찬성으로 전환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하지만 당시 산별전환 교육에 투입된 나를 비롯한 모든 교육위원들은 민주노총 가입할 당시만큼 압도적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투표 전에 이미 통과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교육을 다니면서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면서 희망을 봤다.

    그해 6월 현대차노조는 마침내 산별전환에 성공했다. 당시 완성차노조 죄다 산별전환에 성공했고 그렇게 기존 4만 금속노조에 마침내 11만여 명이 가입하게 됐다. 이로써 2001년 출범한 금속노조 첫 단추에 이은 두 번째 단추가 꿰진 것이다. 나는 2006년 산별전환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라 확신한다.

    그때 열정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불안

    민주노조 운동은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업별노조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조직적으로나 영향력에서 퇴보하고 있다. 이러한 노조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 말고 대안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총자본에 대항할 가장 유력한 무기’라고 힘주어 설득했던 논리가 바로 지금까지 산별노조로 전환시키기 위해 강조했던 논리였던 것이다.

    이 논리로 꿰맞춘 첫 번째(2001년)와 두 번째(2006) 단추. 이런식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산별노조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과정을 밟아왔다. 하지만 그 이후가 더 큰 문제였다. 산별노조만이 유일한 대안이라 했는데 결과가 그렇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대중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산별노조로 조직형태를 바꿔낸 것은 단추를 한 두개 끼운 것일 뿐이지만 앞으로 산별노조가 안착되게 하는 것은 당시나 지금이나 또 다른 과제다. 두 번째 단추까지 끼운 뒤 3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과연 옷을 제대로 입고 있을까?

    15만 금속산별노조가 3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한마디로 말해 제대로 옷을 입지 못해 ‘뽀다구’가 나지 않는다. 곳곳에서 구겨지고, 심지어는 찢어지는 소리도 들린다. 2001년에 이은 2006년에 품었던 꿈과 희망, 의지와 열정이 차츰 무너지거나 식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왠지 불안하다.

    산별전환 투쟁은 본질적으로 총자본과의 싸움이었는데 형식에 그쳤다는 2003년 현대차노조의 산별전환 실패 이유가 새삼 되새김질 되고 있다. 산별전환 뿐만 아니라 전환 이후의 산별노조 활동의 관점도 결국 총자본과의 싸움에 있는 것인데, 두 개의 단추를 꿰맞춘 뒤의 금속노조가 3년동안 그것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되돌이켜봐야 할 때다.

    앞으로 여섯차례 더 연재되는 금속노조 3년 평가는 제대로 된 산별노조 활동의 관점을 세우기 위한 현장토론 꺼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밑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모아 추슬러 내어 선택하고 15만이 반드시 한다는 주요 과제를 집중하고 현재의 상황과 조건을 같이 공감하는 공존과 무슨일이 있더라도 함께 간다는 동행의식이 있다면 산별전환 때의 열정대로 산별노조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다양한 현장토론을 기대한다.

    ※ 15만 금속노조 제 1기(금속노조 5기)가 마무리돼가고 있다. 현장노동자회 교육선전팀에서는 ‘기획연재’로 금속노조 3년 평가를 준비했다.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과제와 전망을 도출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현장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곱차례로 나눠 연재할 계획이다. 각 연재글은 현장토론 활성화를 위한 각 현장활동가 개인의 주장이며, 현장노동자회의 공식 입장은 아님을 우선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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