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9년전에 다 한 얘기들 가지고...
        2009년 06월 26일 07: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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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법의 기간을 4년 유예한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의견이 제출된 지난 몇 달 전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 비정규직 입장에서 원고를 써달라는 청탁을 이리저리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솔직히 이 문제 관해서는 쓸 기운도 없고 할 말도 없었다.

    이미 2004년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을 당시 수권정당이던 민주당이 추진하고 국회에 상정했을 때 이 망할놈의 재앙을 막기 위해 안 해본 것이 없다. 삭발, 단식, 1인시위, 집회, 토론회,국회 앞 천막농성, 국회 앞 40미터 상공 위 타워 크레인 점거농성.

    쓸 기운도, 할 말도 없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준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한다"고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법"이라고 죽는 것 말고 안 해본 것이 없다.

    그런데 이름도 좋은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끝내 통과되었고, 대한민국은 이미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동의 유연화가 완성되어 너무나도 기업하기 쉬운 나라이다.

    그리하여 비정규법의 기간이 연장되든 안 되든 이미 나날이 늘어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절망으로 지옥이 되어 버렸으니 해법은 비정규법을 없애고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이 모든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도록 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헌데 최근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엽기 생쑈’를 보니 문득 2005년 노동부 항의방문을 가서 면담했던 담당자가 떠올라 내친 김에 노동부와 한나라당, 민주당에 한 마디씩은 하고 싶어졌다.

    당시 노동부 담당자를 면담하며 비정규보호법은 우리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고 말했을 때 노동부 담당자가 웃으며 했던 말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2년 있으면 정규직이 된다니까요. 이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입니다.”

       
      ▲ 한 시만단체 활동가가 비정규직보호법이 "뻥"이라며 시민들에게 무료로 ‘뻥튀기’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한국비정규노동센터)

    잊혀지지 않는 노동부 관료의 웃음

    2년 있으면 정규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다 짤릴거라고, 대부분의 사업장은 2년을 기다리지도 않을 거라고, 2년 후에는 업체 이름을 바꾸든 계약을 새로하든 계속 근로해도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면 특별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현행 노동법,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비정규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웃었다.

    나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웃음이 잊혀지질 않는다. 당신은 여전히 노동부 책상 앞에 앉아 이제 뭐라고 할 것인가? 민주당 세상이 한나라당 세상으로 바뀌었으니 정부 입장대로 불쌍한 비정규직의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3년 유예해야 한다고 말할 건가? 비정규직을 보호하기위해?

    불쌍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한민국 노동부에 한 마디 한다. “지랄 옆차기하고 있네.”

    한나라당은 23일 오전 단독으로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하며 “비정규직의 고통을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민을 바라보고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이 170석을 만들어준 국민들게 도리를 다하는 것이고 신뢰와 지지를 얻는 일”이라고 단독국회 개원의 이유를 말했다.

    한나라당에게 부탁한다. 차라리 그냥 비정규직의 고통을 보고만 있어주라. 제발 당신들은 부지런히 뭔가 좀 하지 마라. 국민들을 바라보며 묵묵히 할 도리좀 하지 마라. 그냥 가만히만 있어주라. 그럼 내가 큰맘먹고 지지해 줄게.

    한나라당아, 제발 가만히 있어주라

    민주당은 자신들이 만든 비정규직 재앙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다. 비정규보호법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고 심지어 ‘정규직 전환효과’가 있단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규직 전환효과의 ‘무기계약직’은 새로운 이름의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이름도 많은데, 파견제, 기간제, 직접고용, 간접고용, 특수고용직, 사내하청, 일용직, 계약직…… 여기에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도 불안하고 차별도 유지되는 새로운 비정규직 하나 더 만들어줘 참 고맙네.

    한발 더 나가서 법을 그대로 두고 ‘정규직 전환기금’을 만들자고 한다. 정말 ‘지랄들 하신다’. 이미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얼마든지 비정규직을 쓸수 있는데 어떤 미친 자본이 전환기금 받자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는가?

    더욱이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비정규보호법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이미 대한민국 비정규직들은 손꼽아 정규직이 될 날만 기다리면 되는데 왜 국민들이 세금으로 전환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을 지원 해야 할까?

    민주당은 스스로 이미 자기들 주장과 달리 비정규직법이 너무 많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인정하지 않으려니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한다.

    민주당의 황당한 주장

    민주당이 수권을 못하는 핵심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고통스럽게 하는 법을 만들어놓고 ‘진보’를 말하는 민주당은 이미 이땅의 노동자들에게 한나라당과 다를 것도 없다. 요것이 핵심이다. 지금이라도 알아듣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올해 상반기 최고로 많이 팔린차로 현대자동차 아반테를 제치고 기아자동차 모닝이 1등을 먹었다. 만세! 그런 기아자동차 모닝을 만드는 동희오토에서는 6월 30일 또 업체폐업을 하고 또 1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재계약 되지 않아 사실상 해고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닝은 1등인데 모닝을 만드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밥먹듯이 하는 업체폐업과 계약해지에 1년 내내 언제 짤릴지 몰라 불안하고, 그러니 짤리지 않으려고 최저임금에 장시간노동을 하면서 찍소리도 못한다. 기업하기 좋은나라, 노동의유연화 만세!!

    한나라당, 민주당, 노동부 당신들은 좋겠다. 대한민국을 기업하기 쉬운 나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옥 같은 비정규법을 만들고 강화하며 권력 다툼에 바쁘니 참으로 대한민국은 당신들에게 천국이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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