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협상결렬…4천명 노숙투쟁
    By 나난
        2009년 06월 26일 05: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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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짓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26일 새벽까지 열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결렬됐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15% 인상안과, 2% 삭감안을 내놓았지만 입장 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회의는 28일 오후 5시에 재개된다.

    25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제7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노사가 팽팽히 맞선 끝에 26일 자정을 넘어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급 4,800원을, 경영계는 3,840원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당 4,000원인 올해와 비교하면 20% 인상되거나 4% 삭감된 것이다.

    자본, 최저임금 삭감 주장 안 굽혀

    당초 노동계는 올해보다 28% 인상된 5,150원을, 경영계는 5.8% 삭감된 3,770원을 제시했다.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15% 인상안과 2% 삭감안이라는 수정안을 제출하기 했으나, 합의를 보기엔 너무 먼 내용들이었다. 

    경영계는 경제위기를 이유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데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 반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삭감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결정안을 노동부에 제출해야 하는 29일을 넘어서까지 삭감안 반대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저임금 결정안이 도출되지 못함에 따라 28일 후속 논의를 통해 절충을 시도될 예정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9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 노동부에 제출해야 하며, 노동부 장관은 이를 오는 8월 5일까지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 83만원 니가 살아봐라!" 힘찬 구호를 외치는 여성연맹 조합원들.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한편 민주노총과 자본의 위기 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 한국진보연대 등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노동탄압 분쇄, 민중생존권-민주주의 쟁취 공동행동’ 4,000여명은 전원회의가 열린 서울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1박 2일 노숙농성을 벌였다.

    4천여명 1박 2일 노숙농성

    이들은 “배고파서 못 살겠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최저임금 인상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83만원도 아까워서 최저임금 삭감하냐!”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각종 문화공연과 자유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올 최저임금투쟁을 ‘국민 임금인상투쟁’으로 격상시켜 수행키로 결의하고, 지난 5월 말부터 전국에서 선전전과 집회 등을 펼쳐왔다. 민주노총이 밝힌 최저임금 인상의 이유는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우리 사회 모두가 지닌 의무”다.

    현행 최저임금인 시급 4,000원은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역시 “한 달에 836,000원 받고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며 “(경영자들에게) 한 달에 836,000원 주고 일 시켜 보자. 한 달에 그것만 주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라며 경영계의 삭감안을 비판했다.

    2009년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 시급 4,000원은 지난해에 비해 6.1% 인상된 금액이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3.8% 인상된 것에 비교하면, 실질적인 인상율은 2.3%에 불과하다. 이는 현행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36.6%로,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높았던 1989년(38.4%)보다 1.8%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하지만 경영계는 지난 1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서 3번이 정회 끝에 기존의 5.8% 삭감안에서 1.8% 포인트를 올린 ‘4% 삭감안’을 제시했다. 이에 노동계는 노동자의 임금이 2.5% 삭감되고, 경제성장율이 마이너스 6.7%로 추락했던 98년에도 최저임금은 2.8% 올랐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 강남 서울세관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최저임금 개악 반대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4천여명이 모여 최저임금 현실화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여기에 최근 미국은 2011년까지 최저임금 45% 인상을 약속했다. 유럽연합 의회는 최저임금 수준을 평균임금의 60% 수준으로 정하도록 권고하고, 우선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정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했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우리보다 더 자본주의를 신봉한 나라들도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며 “노동계가 겨우 28% 증가를 요구했다가 결국 8%를 낮춰 제안했다. 더 이상 요구를 낮출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선 다 올리고 있는데"

    한편, 올해 최저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삭감안 제시로 제도의 존립 취지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공익위원의 무능력과 무책임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은 “경영계의 삭감안에 공익위원들은 공격적인 발언 한 번 하지 않았다”며 “지난 19일 공익위원들은 3시간여 회의 내내 아무도 합의를 유도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시급 5,150원(수정안 4,800원) △최저임금 삭감 및 동결기도 중단 △최저임금법 개악시도 중단 등을 촉구했으며, 28일 회의 속개와 함께 28일과 29일 양일간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집중 결의대회를 갖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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