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증현은 정형근에게 한수 배워라"
        2009년 06월 25일 08: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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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정형근’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가 누구인가? 정치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기 전,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대표적 공안검사로 민주화운동, 사회변혁운동의 반대편에서 시대와 정면으로 맞섰고, 이후 정치인이 되어 1997년과 2002년 대선 시기에는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다 좌절을 맛본 바 있는 한국사회 보수 세력의 ‘본좌급’ 인물이다.

    역시, 정형근!

       
      ▲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그런 보수의 본류가 의료계의 ‘힘 있는’ 일각과 경제부처가 중심이 되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민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영리병원 도입은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부처 중심의 영리법인 병원 추진에 대해 정형근 이사장이 "미국은 영리병원 등 그 동안의 의료제도가 실패해서 우리나라와 같은 공보험체계로 바꾸려고 하는 마당에 우리는 거꾸로 문제 많은 미국의 의료제도를 쫓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의료민영화는 청와대가 깊은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사안이고, 자신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라는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급 직위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정 이사장의 이번 발언은 미국 사례를 빗대는 형식을 빌린 것일 뿐 사실상 의료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또한, 이 발언은 기존의 의료민영화 추진론자들과는 달리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이 국민건강보험의 붕괴로 연결된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다.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해도 국민건강보험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과 의료민영화 추진론자들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일관된 공식입장이었던 것에 비추어보면, 의료민영화 사안에 대한 그의 정직함이 너무나도 신선하고 심지어는 고맙기까지 하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4월 영리법인 병원 허용 논의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윤증현 식으로 (영리병원) 하면 큰일 난다. 재정부가 말하는 식으로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영리병원들이) 월급을 배로 올려주면서 (일반병원) 의사들을 다 데려가고 로비를 해서 당연지정제가 빠질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윤 장관은 성장과 일자리만 보는데 (영리병원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살다보니, 정형근과 생각이 같을 때도"

    자칭 진보적인 한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을 살다 보니, 정형근 이사장이랑 생각이 같을 때도 있네, 세상 참 재미있다…”라고. 그렇다면, 정형근 이사장의 세계관이 바뀐 것일까? 아니다, 이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그의 발언을 잘 들여다보면 그 의미가 보인다.

    지난 4월 15일 영리법인 병원을 강행하려는 윤증현 장관을 두고 한 말에 그의 속뜻이 담겨있다. "기획재정부가 정무적 판단을 못하는 것 같다. 잘 못 번지면 정권 전체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이회창 총재 시절에 왜 대선에서 두 번이나 졌느냐. 서민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 이러한 말속에 정형근 이사장의 본심이 담겨있다.

    정형근 이사장이 진보나 좌파로 전향해서 영리법인 병원이나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닌 것이다. 그는 의료민영화 추진이 한국 보수 세력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릴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간파한 몇 안 되는 유능한 보수파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의료민영화 추진이 한국사회에 경제적 도움이 되기는커녕 미국처럼 망국적 의료제도로, 결국 경제성장에도 치명적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변질될 것을 잘 알기에 한국의 보수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갖고 반대하는 것일 뿐이다.

    정형근의 속깊은 뜻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정치노선과 통치행태에 크게 실망하고 있고, 때로는 그 폭압성에 분노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의료민영화 추진으로 인해 한나라당과 한국 보수 전체가 정치적 핵폭탄을 얻어맞고 회복 불능의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진보적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이러한 정치적 타격으로부터 한나라당과 한국 보수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서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은 의료민영화 이후 벌어질 이 땅 구석구석 민초들의 고통, 좌절, 분노 그리고 이로 인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막아야 하겠기 때문이다. 한 나라에 두개의 의료제도와 두개의 국민이 존재하는 그런 불행한 양극화의 나라는 우리가 원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료민영화에 수미일관 집착하는 윤증현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고언을 드린다.

    "그대들이 정녕 한국의 보수와 MB에게 털끝만큼의 애정이라도 갖고 있다면, 정형근 이사장께 한 수를 배워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대들은 개인의 출세를 위해, 입신양명을 위해, 금융자본과 소수 재벌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보수를 정치적 사망의 골짜기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며, 그대들의 임명권자인 MB를 역사의 죄인 본디오 빌라도로 만든 ‘가롯 유다’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2009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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