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쟁의 기억, 연대의 약속"
        2009년 06월 25일 0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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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주년이 ‘결기’에 찼던 반면, 2주년은 축하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다만 축하의 분위기 속에서도 ‘연대’는 잊지 않았다. 510여일 간의 기나긴 투쟁 끝에 몇몇 노조 간부들을 제외한 조합원 전원 원직복직을 이끌어낸 홈플러스-테스코 노조 월드컵지부가 24일 밤 창립 2주년을 맞아 문화제를 열고 다시 한 번 “연대의 손을 놓지 말자”고 다짐했다.

    동지들과 고객님들 사이

    ‘투사’로 변했던 옛 이랜드 조합원들은 다시 홈플러스-테스코 노조의 ‘판매원’, ‘계산원’이 되었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에 흔드는 팔의 힘은 여전했다. 사회를 맡은 황선영 홈프러스-테스코 노조 부위원장의 입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동지들”대신, “고객님”이란 단어가 흘러나왔어도 ‘동지들’은 박수와 격려로 응원했다.

       
      ▲문화제에 참여한 사람들(사진=정상근 기자)

    이날 문화제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심상정 전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부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마포 당원들, 홈플러스-테스코 노조, 기륭전자 노동자들 까지 각 연대체에서 약 150여명 가량이 참석했다. 오랜만에 ‘전장’을 찾은 이들을 위해 월드컵지부 조합원들은 막걸리와 파전을 제공했고, 참가자들은 초여름밤의 문화공연을 즐겼다.

    이날 선보인 문화공연도 다채로웠다. 노조원으로 구성된 노래패 ‘비상’부터, 계산원으로서 “포인트 카드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는 분회 내 ‘소리꾼’ 정종숙 씨의 국악공연, 홍익대학교 학생들의 몸짓공연과, 민중가수 등의 노래가 이어졌다.

    "창작욕 돋구는 MB"

    특히 홍대 앞에서 가야금을 키며 노래하는 독특한 공연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정민아 씨가 참석해 아름다운 가야금 소리를 들려줬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나도 많은 경험을 해봤지만, 가야금 소리를 들으며 막걸리 먹기는 처음”이라며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

    정민아 씨는 문화제 참석 배경에 대해 “남자친구가 집회에서 연행을 당했는데, 그 때 인연으로 정경섭 진보신당 마포구위원장을 만나 여기에 나오게 되었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 전까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인디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으로 인해 창작욕이 샘솟는지 곡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가수 정민아씨가 가야금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문화제에 앞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문화제 참여자들(사진=정상근 기자) 

    3시간이 넘게 진행된 문화제는 월드컵지부월드컵지부 조합원들이 원직에 복직해 짓는 밝은 미소가 담긴 동영상으로 마무리 되었다. 유영자 월드컵 지부장은 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하고,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할까 고민을 했지만 뭉클하고 뜨거워지는 감동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세월이 지나면 옛일은 추억이 되지만, 아직도 이 자리에 오면 기억이 생생하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의 현실은 더 많은 손을 잡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오늘 잡은 손을 놓지 말자던 여러분들의 다짐이 조합 밖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대의 손 노조 울타리를 넘어서

    심상정 전 대표는 “분회 노조를 처음 만들 때, 조합비도 내지 않고 바로 농성에 들어갔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지금 분회 조합원들이 열심히 연대활동을 하는 것을 보며 나는 이 투쟁이 성공했다는 느낌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지만 손을 단단히 잡고 확대해 나간다면 희망을 노래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나도 이 손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오늘의 이 생일잔치가 참 밝고, 편안하고 즐겁다”며 “그러나 요즘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악, 최저임금에 대한 태도를 보면 이 정부가 참으로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데 힘을 합치면 지금 바꿀 수 있다”며 “빼앗긴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평화를 더 크게 키우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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