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교육은 ‘북한형'이다?
        2009년 06월 23일 04: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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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22일 <레디앙>에 “MB 꿈은 잘 사는 북한형 사회?”라는 박노자 샘의 글이 실렸습니다. PD 수첩 작가의 이메일 내용 공개에 대해 “야만으로 다시 돌아왔다”, “잘 사는 북한형 사회”, “감시주의 경찰주의 위주의 재벌들의 준 독재” 등으로 언급합니다.

    보고 웃었습니다. 처음엔 뜬금없이 웬 북한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빅브라더의 측면에서 보면 그럴 수 있겠구나 여겨졌습니다. 물론 키득키득 댄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남쪽과 북쪽은 교육 분야도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북쪽이 먼저 하고, 우린 한창 진행형입니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있습니다”

    작은 자리에 토론자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평소 잘 아는 선생님이 북유럽에서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제를 합니다. 북유럽 모델을 참조해서 우리 교육을 바꾸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시다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을 언급할 때면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에둘러 비판합니다.

    차례가 되었길래 “이런 나라 있습니다”로 토론을 시작합니다. “북한입니다. 한반도의 교육은 닮아가고 있습니다”라며 뒤를 잇습니다.

    아직까지 북한을 11년 무상의무교육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그랬습니다. 유치원 높은 반부터 중학교까지는 수업료가 없고, 학용품과 교통비가 지원됩니다. 연령으로 보면 만 5세부터 15세까지이고, 우리 학제로 바꾸면 유치원 1년부터 고등학교까지입니다. 대학 이전까지는 무상의무교육이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북한 학생들의 수업 장면

    이랬던 북한이 달라졌습니다. 경제난으로 인해 무상교육은 법으로만 존재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사부담 공교육비’나 ‘학부모부담 공교육비’라고 부르는 게 등장합니다. 학교시설 개보수 등 각종 잡부금을 냅니다. 예컨대, 교실의 책상이나 의자가 파손되면 학생이 고치거나 사오는 식입니다.

    교과서의 경우는 무상공급이었는데, 교과서 보관소를 통해 물려받기로 바뀌었습니다. 재밌는 건 이명박 정부 또한 ‘교과서 대여제’라는 이름으로 물려받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새로 나올 교과서가 너무 비싸서 그런다는군요. 아, 예산 절감!

    제일중과 자사고

    북한의 아이들은 유치원을 마치면 4년제 소학교(예전 ‘인민학교’)에 들어갑니다. 우리의 초등학교입니다. 만 10살이 되면 중학교(예전 ‘고등중학교’)로 진학합니다. 우리의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통합된 학교입니다. 만 16살에 중학교를 졸업하면 거의 대부분 군대나 직장 생활을 합니다. 대학은 나중에 가는데, 이런 대학생을 두고 ‘제대군인’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대학으로 바로 가는 ‘직통생’도 있습니다.

    직통생은 성적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성분도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제1중학교 졸업생만 직통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일반 중학교를 나와도 바로 대학에 갈 수 있기는 합니다만, 이건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에 평민이 응시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제1중학교, 즉 우리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에서 소위 ‘일류’는 1984년 등장합니다. 평양제1중학교가 그것으로, 여기에 합격하면 집안의 경사입니다. 1985년에는 12개의 도 제1중학교가 만들어졌고, 1996년에는 26개로 늘어납니다. 그러다가 1998년 “전국의 시군구역으로까지 확대” 지시가 떨어지면서 지금은 200개 정도 됩니다.

    ‘고난의 행군’ 종료 선언과 동시에 교육이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면서 중학교는 평양 제1중학교 및 금성 제1중학교 → 도 제1중학교 → 시군구역 제1중학교 → 일반 중학교로 서열화됩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자사고나 특목고, 국제중 등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줄서는 모양새와 유사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북한 관련 영상에서 학생을 보게 되면 자막을 유심히 보십시오. 뭔가 대단하다며 인터뷰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OO 제1중학교 학생’입니다. 배경화면으로 농촌 등지로 동원되어 일하는 아이들은 거의 일반 중학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이들은 자막 처리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소위 ‘삼류’나 ‘똥통’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들은 ‘막중학교’라고 칭합니다.

    사교육 등장

    중학교가 서열화되면서 제1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등장합니다. 경쟁의 관문은 크게 세 차례입니다. 만 10살 제1중학교 진입, 만 13살 제1중학교 편입, 만 16살 김일성종합대학 등 3대 종합대 진입 경쟁이 그것입니다. 이 모두를 통과하면 당 간부 되기가 보다 수월해집니다.

    경쟁은 학교 안에서도 존재합니다. 컴퓨터, 과학기술, 수학, 생물학 등은 소위 ‘수재반’이라고 하여 우열반 형태로 운영됩니다. 당연히 성적이 좋아야 수재반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경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교실에는 개인별 점수가 게시되어 있습니다. 교탁 앞에서부터 성적순으로 자리를 배치하기도 합니다.

    서열화와 경쟁 때문에 사교육도 등장합니다. 물론 북한에는 ‘학원’이 없습니다. 대신 현직 교사나 대학교수 등이 개인지도 형태로 사교육을 시킵니다. 교사나 교수 입장에서는 부수입입니다. 생계에 꽤 도움이 되는 정도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교육은 예전의 11년 무상의무교육에서 다른 형태로 변했습니다. ‘강성대국’ 건설의 일환으로, ‘실리주의’와 ‘수재교육’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형태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과 유사합니다.

       
      ▲ 컴퓨터 수업 중인 북한 학생들

    북쪽에 3대 종합대학이 있다면, 남쪽에는 SKY가 있습니다. 북쪽에 10여개 중앙 대학이 있다면, 남쪽에는 SKY 외 주요 6개 대학이 있습니다. 북쪽에 강성대국이 있다면, 남쪽에는 선진화가 있습니다. 북쪽에 실리주의와 수재교육이 있다면, 남쪽에는 실용주의와 수월성교육이 있습니다.

    북쪽에 제1중학교가 있다면, 남쪽에는 자사고와 특목고가 있습니다. 북쪽에 막중학교가 있다면, 남쪽에는 삼류나 똥통이 있습니다. 북쪽에 수재반이 있다면, 남쪽에는 수준별 수업이 있습니다. 북쪽에 성적 게시가 있다면, 남쪽에는 교육정보 공개가 있습니다.

    북쪽에서 대학 입학생수로 학교 비판을 한다면, 남쪽에서는 학교와 교사를 욕합니다. 북쪽에 교사 개인지도가 있다면, 남쪽에는 학원이 있습니다. 북쪽에 “물탱이 백 키우기보다는 똑똑한 거 하나 키우는 것이 낫다. 이 하나가 뒷자리를 다 벌어 먹일 수 있다”라는 말이 있으면, 남쪽에는 “한 명의 인재가 백만명을 먹여살린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물론 차이도 있습니다. 교육내용과 인간형 등 소프트웨어는 다릅니다. 북쪽에 사립이 없는 것도 다릅니다. 북쪽은 이미 완성 단계인 반면, MB 교육은 진행형이라는 점도 차이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하드웨어 측면에서 한반도의 교육은 유사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서열화, 양극화, 경쟁 심화, 사교육비 증가로 나타납니다.

    빠른 선발, 상류층에 유리

    북쪽과 이명박 정부의 교육체제는 일종의 빠른 선발입니다. 북쪽은 만 10살 때 제1중학교와 막중학교로 앞으로의 인생이 판가름납니다. 자사고 100개가 세워지고 나면, 우리는 만 15살이 되면서 자사고 및 특목고와 삼류고교로 갈립니다. 국제중이 늘어나면 결정되는 시기가 만 12세로 앞당겨집니다.

    이런 모양새는 상류층에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빠른 선발(조기 선발) 체제에서는 상류층이, 늦은 선발(만기 선발) 체제에서는 하류층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입니다. 어린 나이에 인생이 결정되면 상류층은 이미 충분히 대비할 수 있으나, 하류층은 미처 손 쓸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늦은 선발일수록 하류층에 만회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흐름은 ‘빠른 선발에서 늦은 선발로’입니다. 보다 괜찮은 사회일수록 충분한 기회나 재도전의 기회를 주려고 하기 때문에, 인생의 결정 시기를 점차 늦춥니다. 다른 나라를 볼 것도 없이 우리를 뒤돌아봐도 됩니다. 조선시대와 같은 신분제 사회에서는 태어나는 순간이 결정 시기입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순으로 시기가 늦춰집니다.

    물론 시기만 늦출 뿐, 중학교에서 차별적인 교육을 제공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이런 이유로 보다 괜찮은 국가일수록 ‘모든 아이에게 충분한 교육내용을 주되, 뒤쳐진 아이는 좀 더 배려’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학 진입 단계까지 와있는 시기를 고등학교 진입 단계로 앞당깁니다. 국제중이 늘어나면 중학교 진입 단계까지 내려옵니다. 북한은 이미 중학교 진입 단계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반도의 교육은 일종의 ‘퇴행’입니다.

    그러나 지배층이나 상류층에게는 퇴행이 아닐 수 있습니다. 축복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중학교 들어갈 때 중하류층이 유리천정에 가로막혀 탈락하고 상류층만 올라가면, 상류층 내부의 경쟁이 남아있지만 경쟁자의 수가 확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잠재력은 뛰어나나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버려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숨어있는 인재’가 자기 능력을 백분 발휘하지 못하는 까닭에, 국가 차원에서는 손해입니다. 물론 지배층이나 상류층이 국가와 사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려고 할 겁니다.

    “한나라당은 반통일세력이 아니군요?”

    앞서 언급한 토론회 자리에 한나라당 모 의원이 있었습니다. 발제와 토론이 끝난 다음, 플로어 종합토론 시간에 “북쪽과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이 그러하다면, 한나라당은 반통일세력이 아니군요”라는 말을 합니다.

    우스개소리입니다. 그래서 웃었습니다. 토론회라는 공식적인 자리라서 크게는 못 하고, 그거 키득키득 하는 정도였습니다.

    MB 교육의 핵심 정책인 자사고가 한창 지정 중입니다. 서울의 교육단체들은 항의하는 농성을 교육청 앞에서 시작했습니다. 울산은 MB의 또 다른 역작인 일제고사 때문에 22일부터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미친 교육’으로 우리의 수고가 많습니다. 저들이 수고가 많은 날이 빨리 와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래야 여기저기에서 속시원히 크게 웃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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