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 해지' vs '정규직 전환'
    By 나난
        2009년 06월 22일 02: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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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7월 1일 비정규직보호법 적용 시점을 앞두고 한국방송(KBS) 경영개혁단이 연봉계약직 420명에 대해 ‘계약해지’ 및 ‘자회사 이관’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연봉계약직 노동자들이 ‘KBS기간제사원협회’를 결성하고 ‘해고 반대’, ‘고용보장’, ‘대화요구’를 주장하고 나섰다.

    KBS 경영개혁단은 지난 5일 비정규직 인력운영 방안을 통해 “2007년 제정된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해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연봉계약직 노동자 30여 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159명은 자회사 이관, 222명은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순차적으로 계약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경영단은 자회사로의 전환 인원을 점차 159명에서 210명, 300여 명으로 늘려갈 것으로 수정했으나, 이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13일 ‘KBS기간제사원협회’ 결성

    지난 13일 연봉계약직 노동자들은 ‘KBS기간제사원협회’(이하 사원협회)를 결성하고 출근 선전전, KBS노조와의 공동 대응 등을 통해 ‘해고 반대, 고용보장’, 경영진 이사회와의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 KBS기간제사원협회 김효숙 협회장.

    사원협회는 22일 KBS 본사 앞 기자회견을 통해 “비정규직보호법의 취지는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며 “공영방송 KBS가 앞장서서 비정규직법을 악용해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나선다면 앞으로 더 많은 기업에게 비정규직 해고의 명분을 주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원협회는 사측의 ‘자회사 이관’에 대해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KBS 자회사 대부분이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관은 오히려 자회사에 부담만 줄 것”이라며 “고용불안, 노동조건의 하락, 갈등만이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통신산업개발(KTRD)은 1997년에 분사, 2000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매각되어 e-미래통신으로 낙찰됐다. 이후 2002년 경비사업이 폐지됐고, 2004년 사옥관리 용역협약을 체결했으며, 결국 2005년 자회사 정규직 82명 전원을 부당해고 한 바 있다.

    또 한국전력에서 발전 5개사가 분사된 이후, 1,300여 명의 정비기술자가 해고됐으며, 이후 전력 공급은 불안정해지고, 발전회사 간 주연료의 경쟁구입으로 최근 5년간 7,700억 원의 정부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사원협회는 “인력을 감축하고 자회사로 전환한다고 해서 비용절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인력 감축한다고 비용절감되지 않아"

    한편, KBS는 현재 ‘2009년 한 해, KBS가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선다’는 방침 아래 대외적으로는 ‘연중기획 일자리가 희망입니다-특별방송’ 등을 마련해 일자리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협회는 내부적으로는 대량해고를 자행하며 “대국민 메시지와의 전혀 상반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420명 연봉계약직 노동자들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여 년간 KBS와 함께 울고 웃고 땀 흘린 KBS의 가족이었다”며 “공영방송 KBS가 중심을 잡고 사내외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규탄했다.

       
      ▲ KBS 경영개혁단의 계약해지, 자회사 이관에 맞서 연봉계약직 노동자들은 ‘KBS기간제사원협회’를 결성하고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KBS노조 역시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재훈 노조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경영진의 무책임성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KBS는 공적인 역할과 공공적 책임을 다해야 함에도 대량 계약해지로 일관하는 것에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노조는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이병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대량 해고의 칼춤을 추고 있다”고 비판하며 “연봉계약직 전원에 대한 구제 방안을 즉각 강구해 시행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에 대한 생존권 확보와 인간다운 삶 보장,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이들은 “대량 해고를 자행하는 공영방송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그 방송국이 만든 보도와 프로그램은 또 시청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생각만 해도 두려움에 소름이 돋는다”며 “연봉계약직 전원에 대한 구제 방안을 강구하고 본인의 뜻에 반하는 업무이관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고통분담 감수 의사 경영진에 통보"

    KBS의 비정규직 대량해고 추진에 노조는 지난 11일 비상대책위를 열고 전원 구제방침 요구를 경영단에 전달했으며, “무기계약직화와 고용 승계를 위해 고통분담도 감수하겠다고 경영단에 통보”한 상태다. 노조는 매일 아침 사원협회와 함께 피켓시위 및 사장실 항의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 동안 KBS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무대응,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게 노조와 협회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007년 7월 1일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연봉계약직 노동자의 고용보장 대책 마련이 예견됐음에도 단계적 정규직화 방안 등의 논의는 물론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여기에 KBS 경영진은 당사자인 연봉계약직 노동자의 의견수렴은 고사하고 단 한 마디도 없이 일방적 대량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사원협회는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량해고를 즉각 중단하고 노사 대화와 합의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KBS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과제에 역행해 대량해고에 나선다면 사회적 지탄을 받을 건 눈에 보듯 뻔하다. 이에 사원협회는 현재 △대량해고, 자회사로의 이관 반대 △전원 정규직 전환 △연봉계약직 당사자와의 대화 등을 요구하며 “KBS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데 정규직, 비정규직, KBS 경영진과 이사회가 힘을 모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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