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폭력 진압, 유족-신부 실신
    By mywank
        2009년 06월 21일 12: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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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다섯 달이 된 20일, ‘용산’에는 다시 절규와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돌아오는 건 경찰의 방패와 군화뿐이었다. 폭력 진압에 항의하던 유족 4명과 6일째 이곳에서 단식 중인 전종훈 신부는 실신해 응급실로 이송되었으며, 고 이상림 씨의 영정사진은 산산조각이 났다.

    참사 다섯 달, 경찰폭력에 짓밟혀

    이날 용산참사 현장에서 열린 ‘6.20 범국민추모대회’를 마친  참가자 100여명은 오후 6시 15분경, 용산역으로 거리행진을 시도했다. 유족들은 행진 선두에 서서 “용산 참사 해결하라”, “이명박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주변 시민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이 도로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를 바닥에 내던지자, 유 씨가 오열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 진압에 항의하던 중 실신한 전종훈 신부가 강남성모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하지만 행진대열가 용산역 부근 도로를 지나자, 경찰이 참가자들 앞을 가로막으면서 충돌이 발생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방패를 이용해 이들을 인도 쪽으로 밀어붙였으며, 유족들은 “왜 도로를 막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전재숙 씨가 들고 있던 고 이상림 씨의 영정사진이 파손되기도 했다.

    유족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경찰은 10여분 뒤 길목을 열어주었지만, 참사 현장을 불과 20~30m 앞둔 지점에서 다시 이들을 가로막았다. 오후 7시경 이에 분노한 유족들과 시민들은 “경찰이 파손된 영정사진을 고쳐주고, 참사 현장 앞을 봉쇄한 차벽을 철수할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며 도로에 주저 않아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행진 도중 경찰-유족 충돌

    경찰은 잠시 뒤 차벽은 철수시켰지만, 파손된 영정사진 액자는 고쳐주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에서도 파손된 영정사진을 고쳐줬는데, 용산경찰서는 왜 그렇게 하지 않냐”며 따지자, 용산경찰서장은 “(유족들이) 불법행위를 했는데, 우리가 왜 고쳐 주냐”며 이를 거절했다.

       
      ▲유족들이 고인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 씨가 파손된 영정사진을 들고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양측의 대치상황이 길어지자, 참다못한 전종훈 신부(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가 달려와, 경찰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할 수 없이 파손된 영정사진을 건네받고 인근 표구상으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은 새 영정사진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유족들의 ‘뒤통수’를 쳤다.

    30분이 지나도록 영정사진은 전달되지 않았고, 경찰은 오후 7시반 경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던 시민들을 강제로 인도 쪽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 3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울분을 토하던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씨와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

    도착 않는 영정사진…강제 진압

    이어 경찰은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의 사지를 들고 참사현장 부근 인도로 내던졌으며, 유영숙 씨는 바닥에 쓰러진 뒤 전경들의 군화 발에 짓밟히기도 했다.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족들과 전종훈 신부(오른쪽)가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에 연행되는 시민 (사진=이학원 씨 제공)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이들을 부축해 남일당 건물 앞에 마련된 농성천막으로 옮겼지만, 유영숙  전재숙 씨는 한동안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또 6일째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된 전종훈 신부 역시 경찰 진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실신해, 이들과 함께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오후 8시 30분경 진압작전이 완료되자,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뒤늦게 수리된 영정사진을 들고 나타나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측에 돌려주었다. 홍석만 범대위 대변인은 “용산 참사 다섯 달이 되었지만, 돌아오는 건 방패와 군화”라며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밤 늦은 시각까지 경찰의 폭력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돌아오는 건 방패와 군화" 

    이에 앞서 이날 오후 4시부터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는 용산참사 다섯 달을 맞아, ‘6.20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 2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대회는 규탄 발언 및 문화공연 등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경찰은 발언자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해산경고 방송을 내보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6.20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한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오른쪽)가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사진=손기영 기자 

    유족을 대표해 발언한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벌써 참사가 일어난 지 다섯 달인데, 죽은 사람은 있지만 죽인 사람은 없다”며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용산의 ‘용’자만 꺼내도 공권력으로 동원해 폭력을 행사해왔다”며 울분을 토했다.

    용산 철거민 변호인단의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5개월 동안 유족들이 이명박 정부와 싸우면서 참 많이 울었는데, 오늘도 눈물을 흘리시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프다”며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해, 이 나라는 그동안 무엇을 했냐”며 비판했다.

    장대비 속에 추모대회

    신동우 주거연합 집행위원장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무더위가 내리쬐는 여름이 되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명박 정부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용산참사 역시 해결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모대회에는 김재윤 김상희 김희철 의원과 김근태 전 의원 등 민주당 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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