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뿌리 복지동맹으로 진보 기초의원 1천명"
        2009년 06월 18일 0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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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진영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민주당의 토호들이 독점하고 있는 지역 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하지만 여러 모로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진보진영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제도적 변화의 모색과 함께 연대 전략의 혁신을 이뤄내야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재편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와 ‘김상곤 경기교육감 선거연대 모델’을 두 축으로 한 2010년 진보진영의 지방선거 대응전략을 논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진보신당이 2010년 지방선거 후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진보정당이 완전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에 찬성한 까닭

    지금까지 진보정당들은 완전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주장해 왔다. 2006년 제4회 통합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까지 모두 정당공천제가 적용되도록 지방선거법이 개정되었을 때, 민주노동당은 당론으로 이를 지지했다. 2008년 창당된 진보신당도 아직까지는 완전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정당들이 완전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주장해 온 것은 지방선거에서도 정당정치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이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하여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당정치 확립을 위해 정당공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이 무소속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압박하여 영입할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공천제가 일종의 안전판으로 여겨진 측면도 있다.

    또한 2002년 지방선거까지 정당공천제가 실시되지 않은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각 정당들이 사실상 자당 후보자를 ‘내천’(내부공천)하여 출마시켰다는 점도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완전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완전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의 문제점

    하지만 정당정치 확립을 명분으로 진보정당이 찬성한 완전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도입 의도와 달리 현실에서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정치의 다양성이 파괴된 채 중앙정치의 정당구도가 그대로 연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16개 시도마다 16가지의, 230여 시군구마다 230여개의 다양한 지역정치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음에도 이러한 가능성들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앙정치의 정당 구도에 얽매이지 않은 채 다양한 연대를 통해 전개될 수 있는 학교급식조례, 대학생 학자금이자 지원조례 제정 등 주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개혁입법 활동들의 파급력을 약화시키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또 1998년 지방선거 이후 ‘자치연대’나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풀뿌리 옥천당’과 같은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의 다양한 정치연대 실험들이 좌초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의 정당구도가 지역으로 연장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토호들과 유착한 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공천권을 쥐고 자신의 수족처럼 부려먹는 행태가 더욱 심화되었다. 당 기호만 보고 ‘묻지마 투표’를 하는 양상은 기초의원들을 국회의원의 ‘가신’으로 만드는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보수정당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내에서 왕처럼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완전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풀뿌리 생활정치를 보장하기보다 많은 부분 질곡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 그 때문에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자치단체장들과 기초의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완화를 주장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의 변화는 진보정당이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법 개정 없이 내년 선거를 그대로 실시하자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

    그렇다면 진보정당이 현행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입장을 내놓아야 할까? 최소한 기초의원 선거만큼은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때처럼 정당공천제 적용 대상에서 폐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기초의원은 아파트동대표, 부녀회장, 노인회장, 학생회장, 학부모회장, 상가번영회장 등과 같이 지역을 매개로 한 다양한 공동체의 지도자들이 풀뿌리 생활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통로이다. 직업적으로 정치를 하지 않고 있는 생활인들이 지역 사회의 현안들을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동네 주민들의 대표로 나서는 게 기초의원의 바람직한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기초의원 선거에까지 정당공천제를 적용하여 ‘묻지마 투표’를 유도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비유하자면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까지 정당공천제를 도입시켜 학내 사안과 괴리가 강한 정치 구도를 억지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기초의원 선거에서의 정치구도는 다양한 지역별 사안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초자치단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철폐,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 반대, 학교 운동장 인조잔디 공사 반대, 어린이 놀이터 토양오염 조사 및 모래갈이 사업, 결식아동 학교급식비 지원 사업, 학자금 이자 지원 사업, 교통사고 다발지역 횡단보도 및 신호등 설치 사업 같은 지역 내 이슈를 둘러싸고 정치구도가 짜여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김상곤 모델’로 1천명의 진보 기초의원 만들자

    일단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폐지되고 현행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가 존속될 경우, 진보진영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큰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치의 정당구도에 얽매이지 않은 진보진영의 다양한 연대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사회단체, 지역단체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민주노총, 전교조, 전농과 같은 민중단체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지역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또 작년 촛불시위 이후 자생적으로 출현한 각종 지역 ‘촛불모임’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지지 모임들 역시 지방선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 내 개혁진영과 영남지역 조직 역시 지방선거를 돌파하기 위한 연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 진보·개혁진영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이후 ‘지역별 오픈프라이머리’나 ‘여론조사 경선’을 매개로 연대한다면 1천명 이상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발굴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전국 230여개 기초자치단체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선거 때와 유사한 진보·개혁진영의 풀뿌리 연대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진보·개혁진영이 기초의원 선거에서 ‘김상곤 모델’과 같은 풀뿌리 연대를 만든다면 1천명의 진보 기초의원을 탄생시키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전체 3천여명의 기초의원 중 1/3에 해당하는 1천명의 진보 기초의원이 탄생하여 토호들이 장악하고 있던 지역 질서를 밑바닥에서부터 뒤엎고 재편할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수립 이래 50여년 간 장기집권했던 한나라당의 조직 체계 또한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본선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신당, 풀뿌리 복지동맹 주도하며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나서야

    나는 진보신당이 진정으로 내년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의 의지가 있다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와 ‘김상곤 모델’에 기반한 풀뿌리 복지동맹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지금 진보신당은 현재의 당 조직력만으로는 전국 230여개 기초자치단체 모두에 1명 이상의 기초의원 후보를 출마시킬 수도 없는 형편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이 계속 완전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고수하면서 얼마 되지도 않는 당력을 소모하자고 고집하는 것은 심각한 자충수이다. 더욱이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을 위해서는 외연 확장이 불가피한데, 시민사회단체와 같이 1순위로 연대를 고려해야 할 주체들이 적극 반대하고 있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에 찬성한다면 어떻게 손을 잡을 수 있겠는가.

    반면 진보신당이 당론으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와 ‘김상곤 모델’에 따른 풀뿌리 복지동맹을 주도한다면 전국 방방곡곡에 당 지역조직 건설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기초의원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30여개 기초자치단체마다 1명 이상의 기초의원만 확보해도 진보신당은 모든 지역에 당원협의회를 건설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의 기틀을 아래로부터 만들 수 있다.

    민노당 내 일부 종북주의자들을 제외한 시민사회단체, 민중단체 출신 기초의원들 상당수가 진보신당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에 동참한다면 2012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역시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진보신당은 더 이상 10% 내외의 ‘진보유권자’를 놓고 민노당과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군소정당이 아니라, 15%의 ‘진보유권자’를 핵으로 30% 이상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하는 수권정당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은 누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주체가 될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진보신당이 2008년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초심을 잊지 않았다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와 ‘김상곤 모델’을 축으로 한 풀뿌리 복지동맹 구축으로 2010년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하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구심점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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