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 의원의 학원법 개정안 재고 바란다
    2009년 06월 18일 1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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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1일 당 게시판에 공지된 학원법 개정안(초안)은 조승수 의원의 첫 의정활동으로 기록될 것이다. 망국병으로까지 인식되는 사교육이라는 복마전에 대해 진보신당이 앞장서 칼날을 들이댄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심야교습과 선행학습 금지를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보았을 때, 이러한 법안이 진보신당의 첫 원내활동이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선 법안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학원법 개정안에서는 학원 및 개인 교습의 영업시간을 오전 5시에서 밤 10시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단속 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에서 무작정 규제만을 공지하는 것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설령 단속 방안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전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학원가에 대한 광범위한 행정력의 투입을 요하는, 매우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고비용 저효율의 정책이 될 것이다.

게다가 개인 교습에 대한 단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개인 교습이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자면 이에 대한 단속은 무작위적인 가택수사를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행학습에 대한 규제 역시 학원과 개인 교습의 교육 내용을 일일이 검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다.

단속할 행정력 있는가?

이와 같은 사안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만을 내놓는다는 것은 결국 공염불로 귀결되거나, 강력하고 광범위한 행정력의 투입을 요구하는 전두환 시대로의 회귀를 요구할 것이다.

또한 이번 법안은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앞에서 언급한 단속의 현실가능성과는 별개로 사교육의 가장 큰 두 가지 문제인 사교육비와 과도한 학습노동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 못한 채 규제를 위한 규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학원의 심야영업을 금지한다면 학원은 주말 종일반이나 평일 새벽반과 같은 형태로 법망을 피할 것이다. 개인 교습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러한 규제는 음성적인 고액 개인 교습을 양산할 것이다.

선행학습에 대한 규제 역시 전혀 본질을 짚지 못하고 있다. 선행학습이라는 질적인 학습노동을 규제한다 하더라도 상대적 우위를 목표로 하는 사교육의 특성 상 교육과정 단계 내에서의 양적인 학습노동이 심해지는 쪽으로 방향만 전환될 것이며, 과도한 학습노동이라는 면에서 양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교육 관료 외에 교육의 수혜자가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통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현행 교육 체제를 고려한다면 현재 교과 과정에 어떠한 사회적 합의가 반영되었고, 준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이 법안은 학원 및 개인교습에 대한 관리를 교육청에 일임하고 있는 교육자치제와 충돌한다.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지시와 통제를 지양한다는 취지의 교육자치제는 행정자치·경찰자치와 더불어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자치주의에 반한다

중앙정부 위주의 동심원적 구조를 해체하고 지역정치를 강화하려는 진보신당에서 이와 같은 법안을 발의한다는 것은 진보신당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결정적으로, 사교육시장이 온라인 강의 위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본 법안이 제시하는 정책은 사교육 규제의 대안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 모임은 실효성도 없이 막연한 당위론에 편승하여 추진되는 이번 법안이 진보신당의 첫 원내활동으로 기록되는 것에 반대한다. 현재와 같은 법안은 사교육의 피해자이자 주체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현실을 모르는 이념적 법안이라는 냉소와 비웃음의 대상이 될 뿐 어떤 효과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조승수 의원실은 실효성 없는, 규제를 위한 규제만을 주장하는 이번 학원법 개정안(초안)의 발의계획을 재고하고, 시민들에게 아마추어 이념정당을 넘어선 실력 있는 정책정당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길 바라는 바이다.

2009년 6월 18일

진보신당 사회민주주의 공개정파를 준비하는 모임 http://www.sami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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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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